‘소금’에서 ‘축제’로 바꿔 세계 최고 부유한 지역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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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의 축제와 경제

축제는 축제일 뿐일까? 축제는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게 축제전문가들의 얘기다. 특히 축제를 통해 보이든 보이지 않은 수익을 창출한 경험자들은 축제야말로 국가의 수준을 높이고 문화예술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즐거운 경제행위라는 것. 최근 제주국제합창페스티벌를 성공적으로 이끈 김현동 총괄본부장은 잘츠부르크 축제를 예로 들어, 하나의 축제가 어떻게 발생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는지, 그리고 국가 경제에 얼마나 큰 활력소를 제공하는지, 세계 관광객과 기업가들이 몰려오는지 등을 소개했다.

순수음악만으로 엄청난 수익 창출하는 잘츠부르크 축제

순수 예술과 클래식 음악은 종종 공적 자금을 소비한다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사치성 문화라는 이유로 공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것들은 소위 마니아들만을 위한 시장이고 대중적 인기가 없다는 논리가 작동해, 클래식 예술가들에게 국가나 지방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사회의 특수 계층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게 한다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 뒤떨어진 생각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의 우익 정치평론가인 ‘터커 칼슨’은 미국의 예술단체에게 보조금을 제공하는 정부의 자금지원기관인 ‘미국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를 부유하고 좌파 엘리트를 위한 복지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 의견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도 하였고, 일부 시민단체들 역시 이 의견에 공감할 것이다.
2017년 8월 30일에 끝난 ‘제97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데이터는 이런 기존의 비판과는 좀 다른 내용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클래식, 오페라, 연극 등 소위 말하는 비대중적인 공연이 97%에 육박하는 수치의 순수 클래식공연만으로 구성된 이 축제는, 5유로에서 450유로 사이의 공연 티켓이 250,000장 이상이나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게다가 거의 50,000여 명이 무료 관객이었음을 감안 한다면 엄청난 관람수익을 올렸다고 봐야 한다.

거주 인구보다 두 배 가까운 축제 관광객

이 축제의 이러한 인기는 분명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축제 자체가 약 3천만 유로의 수익을 거두고, 잘츠부르크는 매년 1억 8천 3백만 유로의 축제 관련 수익을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축제의 회장인 헬가 라블-슈타들러(Helga Rabl-Stadler)는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축제의 효과는 실로 엄청납니다. 나는 모든 도시가 이런 축제를 하도록 격려하고 싶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Salzburg Festival)은 1920년 연극 감독인 막스 라인하르트(Max Reinhardt)가 시작한 축제이다. 이 지역은 한때 소금 무역으로 생계를 유지했던 서부 오스트리아 도시(잘츠부르크는 ‘소금의 성’을 의미함)로 사람들과 돈을 끌어 모으던 곳이었다. 이 도시에서 순수하게 자신이 잘츠부르크 태생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153,0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숫자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인원이 매년 이 축제에 참석한다. 그 결과 잘츠부르크는 축제로 인해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동시에 시내에 고급 레스토랑과 수많은 유명 디자이너 부티크를 찾는 소비객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잘츠부르크의 1인당 GDP는 46,100 달러로 오스트리아 평균 GDP보다 높으며 실제로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스위스, 아일랜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유럽 국가들을 상회한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라는 한 천재 음악가의 출생지 정도로만 알려지기에는 실로 놀라운 도시가 아닐 수 없다.

2,800개의 정규직 일자리 창출

이러한 축제의 혜택은 그저 축제가 열리는 여름 한 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잘츠부르크 경제회의소’(Salzburg Economic Chamber)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이 축제는 도시에서 2,800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고 오스트리아 전역에서도 600개 이상의 정규직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발표했다. 세금 수입은 7,700만 유로인데, 재미있는 것은 이 축제가 잘츠부르크라는 도시의 요리 수준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이 연구는 주장하고 있다. 잘츠부르크에서는 고급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은 물론 매니악한 모차르트 테마 카페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연구는 심지어 생명과학을 포함한 여러 분야의 문화, 교육, 인문학, 자연 등의 ‘지식파급효과’로서의 축제가 가진 순기능 또한 인정하고 있다.
“잘츠부르크에서 이러한 공연들을 보기로 결정했다면, 여기에서는 약 일주일 정도를 즐기며 이 공연들을 감상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축제를 찾는 참석자들이 이 모든 것들의 원동력이다. 그들은 하루 평균 대략 319유로를 소비하고, 방문자 5명 중 4명은 매년 이 축제를 다시 방문하며 평균 6일 동안 이 도시에 머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잘츠부르크를 방문하는 일반 방문자는 1.7일만 머문다). Rabl-Stadler 회장은 “물론 파리나 런던 또는 뉴욕에서 이와 같은 콘서트나 오페라, 연극 공연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공연을 보고 나면 무척 피곤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 축제를 제외하면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의 여느 작은 산골 도시와 매우 흡사하다.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유흥시설이 풍부하다고 볼 수도 없다. 오로지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목적은 축제 하나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다. 사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주 정부의 지원을 받는 사업이다. Rabl-Stadler 회장이 설명하듯이 입장권 판매만으로는 행사 운영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축제는 네슬레(Nestlé), 아우디(Audi), 지멘스(Siemens) 및 롤렉스(Rolex)를 비롯한 기업들의 정기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부유한 기업가 관광객도 끌어들여

그럼 다음과 같은 질문이 생긴다. 다른 도시도 클래식 음악만으로 축제를 운영할 수 있을까? Helga Rabl-Stadler 회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이 먼 도시까지 와서 일주일간 축제를 즐길 것이 있다면 충분한 일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집을 벗어나면 새로운 음악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집에서 대중음악을 듣는 것보다 낯선 아름다운 도시에서는 가끔 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를 들으며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물론 잘츠부르크가 아름답고 작아서 도보로 이동하기 쉬운 것이 무척 도움이 되는 조건이다. 잘츠부르크는 이미 모차르트와 ‘사운드 오브 뮤직’(1965) 덕분에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고, 영화를 위한 로케이션 투어도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그런 열렬한 클래식 음악팬이 아닌 부유한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단지 공연 프로그램 때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 풍부한 경험을 해 보고 싶어서 그곳을 여행하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최근 몇 개의 클래식 음악축제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도시는 축제 때문에 모여드는 사람들로 인해 다양한 이벤트가 만들어지고, 관객들은 더욱 풍족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이벤트가 단순히 예술, 문화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잘츠부르크에서 한국 축제의 미래를 꿈꾸다

예를 들어, 근대화 이후 우리나라 대구는 산업화의 물결 속에 공업 중심도시가 되었다. 지금은 2차 산업 시설들이 빠져나가고 소비지향의 도시로 변모하여 생산보다는 소비에 도시경제가 물들어가고 있다. 서서히 빚더미에 허덕이는 늙은 도시의 이미지로 변모해 가는 것이다. 이러한 도시가 관광객들을 6일간 붙들어 놓을 축제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마도 이 지역은 분명 잘츠부르크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축제는 지역 발전에 매력적으로 이바지하는 충분한 컨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비단 ‘부유한 엘리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축제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성공적인 축제의 선례를 꼽는다면 단연 잘츠부르크 축제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잘츠부르크 하면 모차르트, 축제, 산, 호수 등이 떠오른다. 잘츠부르크는 문화, 자연, 축제관련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유명하다. 이 도시가 주는 편안함이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기업인을 힐링해줄 뿐만 아니리 동기부여를 제공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래서 유명한 회사들이 이 도시에 본부를 세우게 되었고, 또한 지역 기반의 중소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 국가경제에도 큰 이바지를 하고 있다.

우선 잘츠부르크가 이러한 산업들이 발전하게 된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1. 잘츠부르크는 경제적 관점에서 균형 잡힌 곳에 위치한다. 좋은 인력풀과 최신 기술의 인프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삶의 질이 훌륭한 곳이다. 이로 인해 회사들이 잘츠부르크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2. 유럽연합의 심장부에 위치해 있기에 동서남북의 비즈니스 허브 역할을 한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공항과 중요한 열차, 고속도로망들이 잘츠부르크로 하여금 산업적으로 중요한 곳이 되도록 해 준다.
3. 전통적으로 대학도시는 학문과 연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잘츠부르크는 오랫동안 교육을 중시했다. 모차르트 대학은 음악과 공연 예술에 있어 오랫동안 명성을 누려왔다. 그리고 파라켈수스 대학은 오스트리아의 의학 교육의 정점을 찍고 있다.

대구에서의 예술축제의 가능성

이런 조건들을 나는 대구시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1. 대구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철도, 고속도로, 항만, 국제공항 등이 1시간 내의 거리에 존재하고 있어 대한민국의 어떤 지역보다 교통 접근성이 용이하다.
2. 훌륭한 교육인프라와 문화, 예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예술 관련 대학을 보유하고 있으며, 역사와 수준에서도 어느 지역보다 우수한 인적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산업도시의 영향으로 비교적 도시화가 잘 갖춰져 있는 지역이다.
3. 축제의 가장 중요한 시설인 극장과 숙박 관련 시설 및 요식업 등이 무척 잘 갖추어져 있으며, 도심에서의 이동이 무척 용이하다. 극장과 극장간 거리도 무척 가까우며, 현대와 과거의 문화시설 등이 아주 균형 있게 갖추어져 있는 도심을 보유하고 있다.
4. 외부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대규모 쇼핑타운과 시장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외국의 주요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레저, 스포츠, 전자. 등 고부가 가치 산업에 연관되는 인프라도 우수하게 갖추고 있다.

위에 열거한 것 이외에도 대구는 예술축제라는 이벤트를 통하여 다양한 나라와 정치, 경제, 산업, 문화 등을 교류할 수 있는 인프라가 우수하게 갖추어져 있어서, 오스트리아에서 잘츠부르크가 그러했던 것처럼, 대한민국의 잘츠부르크가 되기에 외부적인 요인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문제의 해결은 역시나 사람들의 의지와 좋은 기획들을 연결 지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예술축제의 개발과 발전이 우선돼야 한다. 예술축제는 축제 하나로만 이루어지고 끝나는 1차원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축제가 갖는 근본적인 목적, 바로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축제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는 잘츠부르크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

글 김현동(제주국제합창제 총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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