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칼럼- “한국합창 정체성 살려내는 동력이 되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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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빈국에서 문화강국이 되기까지 한국이 걸어온 길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한글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글 사랑 모국어 합창’이라는 기치를 내걸건 탁계석 예술비평가 회장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자세한 내막을 듣기 위해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허소원 기자: 안녕하세요. ‘한글 사랑 모국어 합창’ 듣기만 해도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한글 모국어 사랑이 구체화 된 동기가 있으신가요?
탁계석 회장: 시대 변화를 읽자는 것입니다. 한글이 핫하게 뜨고 있고 이게 앞으로 합창계가 먹고 살 평생 자원이 된다는 인식의 공유가 필요합니다. 이미 K콘텐츠에 투자가 어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합창은 국가 간 교류에 성장성이 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세계 시장에 한글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으려면 우리가 주도성을 갖는 당당함부터 갖추어야 합니다.

허소원 기자: 거듭 모국어 합창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탁계석 회장: 합창은 언어의 예술입니다. 문자나 말이 없다면 합창은 존재하지 않죠. 역사와 전설, 풍경, 삶과 모든 스토리를 품은 문자 씨앗을 더 깊이, 더 예술적으로 봐야 합니다. 시와 일상어가 다르듯 혼불을 쓴 작가처럼 우리 말의 품새와 격조와 매력을 뿜어 내야 합니다. 작사와 작곡의 역량을 키우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죠. 과연 우리가 우리 말과 글에 깊이 연구했을까를 반문해 봅니다. 이 중에서 특히 토속어는 보석인데 잘 가공해야 명품이 나옵니다.

허소원 기자: 글로벌 시장 개척이란 화두를 던지셨는데요?
탁계석 회장: 곧 개발 출시될 새로운 핸드폰에 K콘텐츠를 깔고 그 안에 모든 영상을 넣으면 나라마다의 핸드폰에선 영상 자막이 그 나라말로 나온다고 합니다. 이게 상용화되면서 한글이 세계 공용어의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고 저작권도 발생하게 된다고 합니다. 지금 젊은이들이 케이팝 따라 하려고 한글 배우는 것처럼 앞으론 K클래식 가곡, 동요, 칸타타로 이어질 것이니 이를 준비하자는 겁니다.

향토의 작품성이 세계화되어야 할 때

허소원 기자: 지역의 향토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뭘까요?
탁계석 회장: 개성과 독자성이죠. 편의점에서 파는 공산품이 아니라 그 지역마다의 맛과 특질이 살아나는 리듬과 멜로디, 화성이 나와야 합니다. 아리랑 하나만으로 버티는 시대는 지난 것이니까요. 그리고 사물놀이, 난타의 두드리는 시대가 지나가고 드디어 Song의 시대가 왔습니다. 지역이 갖고 있는 신선한 해산물과 산나물, 향토 음식처럼 우리 합창도 그런 곡들을 생산해 내야 합니다. 그동안은 서양 것 따라 하느라 우리 것엔 눈길도 주지 않았죠. 이제 세상이 완전히 바뀌고 있어요. 그것도 아주 급속하게…

허소원 기자: 글로벌 네트워크와 새 시장 개척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탁계석 회장: 합창 수출국이 되려면 거리, 시장성을 볼 때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등이 우리의 시장이 될 것입니다. 현장에 파고들어 합창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야 합니다. 그런 자신감과 실행력을 앞으로 세종대왕합창축제를 하면서 토론과 워크숍을 통해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합니다. 가까운 일본도 그렇고 독일은 일주일에 두 번 연습하면서 수만 개의 합창단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도 현재의 100배는 만들어 내야 합니다.

허소원 기자: 합창의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요.
탁계석 회장: 합창의 본래가 민간 순수합창인 만큼 합창정신을 바로 세우고 서로 단결하는 모습을 가져야 합니다. 어설픈 콩쿠르 등은 없애 버리고 축제로 가면서 파이를 키워야 합니다. 지난해 만난 에스토니아 합창은 합창으로 나라의 독립을 이루고 합창인들의 정신이 독립운동하는 사람처럼 살아 있고 합창인들 서로가 모두 알만큼 통일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나라를 벤치마킹해서 혼미하고 혼탕이 된 듯한 한국합창을 바르게 정화하고 합창의 문화 가치를 구현하면서 장르의 격상하였으면 합니다.

차세대 지휘자를 키워야 한다

탁계석 회장: 의욕적이고 능동적인 차세대 합창 리더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정치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는 숫자가 모여야 발언권이 생깁니다. 합창이 이걸 놓치고 있으니 안타깝죠.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 합창으로 밥 먹고 사는 시대로 전환하려면 우리가 모든 것을 바꾸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남이 해 놓은 잔치에 숟가락 들고 가는 행위가 아니라 설거지를 돕는 정신이 결국 자기를 살리는 지름길임을 알았으면 합니다.

허소원 기자: 합창과 유관된 다양한 예술 영역과 융합한다고 하셨는데요.
탁계석 회장: 한글과 세종 관련의 유관기관 전시, 댄스, 등 다양한 채널과 융합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참여 내신제를 통해 신뢰와 열정이 있는 단체나 지휘자에게 기회가 더 제공되는 경쟁 논리를 도입하는 것도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실천을 위해서입니다. 합창도 이제 더 과학적이고, 더 행정적이고, 더 글로벌 감각으로 산업적 측면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일한 만큼 소득이 되는 신한류합창 세계를 펼쳐 나가야 합니다. 젊은 지휘자들, 젊은 창작자들이 이 선순환 생태계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계에 한글로 된 합창이 울려 퍼진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이제는 생각을 벗어 실천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실천을 바탕으로 한국의 합창이 세계의 합창으로 거듭나기를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기대하고 바란다.

정리 허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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