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남녀의 사랑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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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코믹오페라 ‘봄봄’
2023년 7월 8일 (토) 오후 3시,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학창 시절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순이와 길보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관객들을 찾아왔다. 제21회 한국소극장오페라의 첫 주자 오페라 ‘봄봄’이 그 주인공. 축제의 개막작답게 극에 들어가기에 앞서 제21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조직위원회인 이강호 예술감독, 김종섭 운영위원, 박경태 사무국 총장의 인사로 포문을 열었다. 이들은 “1999년 시작된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는 한국 오페라 역사의 큰 줄기에 있어 첨병의 역할을 감당해 온 우리의 자산”이라며 “제작진과 출연진이 모두 예술의 혼을 담아 하나로 전하는 오페라의 아름다움과 생생함을 전하고자 노력했다”며 관객들이 즐겁게 관람하고 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좌측부터 박경태 사무국 총장, 이강호 예술감독, 김종섭 운영위원

관객 참여 돋보여
작곡가 이건용의 오페라 ‘봄봄’은 친근한 이야기에 재치 있고 익살스러운 음악이 더해져 톡톡 튀는 재미를 선사했으며, 소극장오페라의 묘미인 관객참여가 돋보였다. 구어, 방언, 속어 등 정감 가는 토속적 어휘 사용, 귀를 즐겁게 하는 레치타티보(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의 창법), 통통 튀고 신명 나는 아리아가 관객들의 눈과 귀를 한순간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양복을 입은 이장이 만담하듯이 오 영감네를 소개하며 극은 시작했다. 이후 셋째 딸이 오 영감네 둘째 데릴사위 길보를 ‘바보래요~’라고 놀리며 등장했다. 셋째 딸 역은 극 시작에 앞서 관객석에서 캐스팅한 것으로 청중들의 몰입감을 한층 더해주었다. 셋째 딸의 발랄하면서도 친구를 놀리는 듯한 연기에 관객들은 빵 터지며 동심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관객들과의 소통과 웃음 포인트에 웃다보니 60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입체적 인물들이 극의 긴장감 높여
이번 오페라 ‘봄봄’의 관전포인트는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악덕하기만 한 줄 알았던 오 영감은 길보와 순이가 결혼을 시켜달라며 저항하자 당황해하는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계속 이런저런 핑계로 결혼을 미루던 오 영감이 길보에게 죽순으로 맞는 장면에서는 관객석에서 폭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5년 동안 순이와의 결혼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길보는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 순이나 새경 둘 중 하나라도 받아내겠다며 사방팔방으로 뛰어드는 모습에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그의 성격이 오롯이 드러났다. 표정에 다 드러나는 그의 순박한 열정에 관객들의 입고리는 내려갈 줄을 몰랐다.

모든 사건의 발단인 순이는 기존 작품에 비해 가장 많이 바뀐 인물이다. 수동적으로만 그려지던 여성상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신여성’으로 그려진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 순이는 비록 시골에서 자랐지만 경성 나들이도 다녀온, 알 것은 다 아는 처녀가 되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길보를 보며 답답해 하고, 결혼을 못하면 새경을 받겠다는 길보의 모습에 화를 내기도 한다. 길보의 뜨뜻미지근한 모습에 차라리 혼자 경성으로 올라가겠다는 당찬 모습, 자신의 결혼식을 이장과 관객들이 정하려고 하자 뛰쳐나와 결혼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정하겠다고 외치는 순이의 모습은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했다.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
각자 자신의 목표가 있는 세 사람이 만났다. 상대가 각자 자기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모습이 탐탁지 않은 그들. 괜히 다른 것을 꼬투리 잡아 화풀이하며 티격태격한다. 이 모습에서 우리의 삶을 읽어 낼 수 있었다. 나의 목표만을 향해 달려갔던 지난 날들이 웃음 속에 스쳐지나간다. 자신의 욕심만 챙기려 꾀를 내어도 결국 모든 것은 자연의 이치로 흘러간다는 메시지는 결국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했다.

결국 순이와 길보는 결혼했을까?

힌트를 하나 던지자면 그들이 가장 축복 받는 그날 관객들이 한 목소리로 ‘봄봄’을 부르며 함께 축제를 즐긴다. 궁금하면 제21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와 함께 해 보자.

글 허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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