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우승만으로 ‘세계 오페라좌’ 도전, 세계적인 콩쿠르 ‘아슬리코 영 오페라싱어 콩쿠르’ 접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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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금)까지 접수, 10월 25일 1차 서류심사
11월 7~8일 2차 예선, 11월 9일 준결선, 11월 16일 본선

쇼펜하우어는 ‘모든 예술은 음악을 동경한다’고 했지만, 모든 음악은 또한 오페라를 부러워한다. 오페라가 크든 작든 클래식음악의 완결판이기 때문이다. 성악을 전공하는 한 오페라 무대에 선다면 그야말로 ‘꿈은 이루어진다’며 감동에 겨워할 일이다. 그것도 세계적인 오페라극장과 무대에 선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아주 가까운 곳에서 그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세계적인 오페라 콩쿠르인 ‘이태리 아슬리코 영오페라싱어 콩쿠르 아시아대회’가 오는 10월 25일부터 11월 16일까지 한국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호에서 발표했다시피 아슬리코 오페라 콩쿠르는 1949년 첫 콩쿠르 개최, 이후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들인 까를로 베르곤지, 레나타 스콧토, 미렐라 프레니, 피에로 카푸칠리, 니콜라 마르티누치, 카티아 리치아렐리 등을 데뷔시킨 세계적인 콩쿠르다. 2024년 기준으로 75회를 맞는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콩쿠르
이 콩쿠르는 일반적인 콩쿠르와 다르다. 오페라 무대에 오를 신진 오페라 가수를 선발하는 콩쿠르로 매년 두 개의 작품을 선정, 유럽, 미주를 비롯한 전 세계에 공연을 확정하고 개최하는 차별성 있는 콩쿠르다. 그야말로 신진 오페라 가수에게는 꿈의 무대다.
아시아대회에서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지난 75년간 개최해온 시스템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아시아대회에서 입상한 5명은 내년 1월 이탈리아 꼬모에서 열리는 아슬리코 콩쿠르 글로벌 준결선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상위 3명에게는 글로벌대회 참가를 위한 항공 및 숙박권 그리고 총 9000 유로(1260여만원)의 상금이 제공된다. 차상위 2명에게는 항공 및 숙박권이 제공된다.
특히 이탈리아 꼬모에서의 글로벌 결선에서 최종 입상할 경우 아슬리코 에듀케이션을 통해 작품 출연 사전 인큐베이팅 과정에 무상 참가할 수 있다. 교육 기간에는 주 300 유로의 생활지원금과 2000 유로의 작품 준비지원금, 작품별 5000~6000 유로의 출연료도 별도로 제공된다.
또한 롬바르디아주 중심의 이탈리아 유명 극장들을 비롯하여 꼬모 페스티벌 콘서트 등 콩쿠르가 개최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공연 일정으로 활동하게 되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최종 우승자에게는 현지 6개월 인큐베이팅 기간 중 아시아 본부에서 통역 지원까지 가능하다.

서울, 아시아권 성악가들의 국제무대 발판 중심지로
김봉미 운영위원장은 이 대회의 특이점에 대해 “순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입상자들을 작품에 맞춰 단역부터 조역까지 선발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번 콩쿠르는 비단 한국인 성악가만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전역의 성악가들을 대상으로 하며, 서울은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근거지가 되는 셈이다.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고 있지만 한국 클래식에 관심있는 많은 아시아 음악가들이 한국에 방문하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다. 아시아권에 있는 성악가들의 관심을 좀 더 한국으로 끌어들이고, 한국을 통해 아슬리코와 유럽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국제콩쿠르는 기업이 후원한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영재에 대한 기업 지원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번 콩쿠르 후원에 앞장선 기업으로는 ㈜BH그룹과 ㈜오알켐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않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베하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후원해 오고 있는 이들 기업은 문화예술의 발전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확인하는 밑바탕이 된다는 생각에 믿음을 갖고 특별히 우리의 미래 자원인 신진예술가들을 후원하는 일에 소명감으로 지원하고 있다.

작품 준비부터 무대까지 실질적인 캐스팅 콩쿠르
이번 아슬리코 콩쿠르 결선 심사위원들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요즘 국제 성악 콩쿠르의 심사위원 대부분이 에이전시에 있는 사람들을 비롯해 극장별 극장장들과 캐스팅 매니저 그리고 디렉터들이다. 성악가에게 있어서는 극장을 통해 무대에 데뷔하는 것을 시작으로 커리어를 쌓아 가야 하는 것이 필수 가결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결선 진출자들 혹은 입상자들에게 계약 제의를 하거나 오디션의 기회를 부여하려는 목적이다.
그러한 시스템을 이번 아시아대회 결선에도 똑같이 반영했다. 아슬리코 국제 오페라 콩쿠르의 경우, 단순히 오디션 제의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직접적인 작품 준비를 시작으로 최종적으로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이 포함되어 있는 ‘캐스팅 콩쿠르’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상이 끝이 아닌 실제 오페라 무대로 바로 뛰어들 수 있는 인재들을 발굴하겠다는 취지가 확실히 구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체계적인 시스템과 교육 과정들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다른 콩쿠르와의 큰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전설적인 성악가들 배출해 낸 등용문
과거에 이 콩쿠르를 거쳐간 대표적인 성악가들로 까를로 베르곤지, 레나타 스콧토, 미렐라 프레니, 피에로 카푸칠리, 니콜라 마르티누치, 카티아 리치아렐리 등이 있다. 모두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성악가들로서 성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대가들이다. 현재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인이 되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벨칸토 창법’(Bel canto)의 표본으로서 수많은 성악가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주고 있다. 그들도 처음에는 마찬가지로 콩쿠르 혹은 오디션을 통해 기회를 얻어 데뷔하게 되었고 본 콩쿠르가 그러한 기회의 장이 되어주었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을 통틀어서 유수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국제콩쿠르는 많이 있지만 이렇게 한 콩쿠르에 여러 명의 대가들이 거쳐간 경우는 꽤 드물다. 이러한 부분에서만 보아도 아슬리코 콩쿠르는 미래 커리어의 시작을 위한 등용문으로서의 보증은 되어있는 셈은 아닐까.

이번 호에는 아슬리코를 거쳐간 성악가 레나타 스코토를 담아보았다. 지난달 영면한 레나타 스코토를 마지막으로 ‘벨칸토’(Bel canto)의 전설로 남게 된 그 과연 그는 어떠한 길을 걸어왔을까.

최고의 벨리니를 보여준 오페라 황금기의 디바
소프라노 레나타 스코토(Renata Scotto)


지난 달 16일에 향년 89세로 별세한 이탈리아의 명 소프라노 레나타 스코토는 이탈리아 리구리아주 사보나 태생으로, 정확한 가창과 잘 뻗는 고음을 주특기로 장식음과 화려한 선율을 선보이는 콜로라투라적 기교에 뛰어났다. 16세 때부터 성악 공부를 시작하여 19세에 밀라노 테아트로 누오보(Teatro Nuovo)에서 베르디 ‘라트라비아타’로 데뷔했다. 이 공연에서 뛰어난 비올레타를 선보이며 같은 해인 1953년에 즉시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 초대되어 레나타 테발디, 마리오 델 모나코 등 명가수와 함께 알프레도 카탈라니(Alfredo Catalani)의 ‘라 왈리’(La Wally) 중 소년 윌터 역을 맡았다. 데뷔 직후부터 주역으로 스칼라 극장에 등장한 아주 이례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스코토의 이름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57년에 스칼라 극장의 오페라단이 영국 에든버러 음악제에 객연했을 때의 일로, ‘몽유병의 아가씨’(La Sonnambula)를 부르고 있던 마리아 칼라스가 병가로 인하여 무대에서 서지 못하게 되자 대역으로 부르게 되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964년에 영국의 음악비평가상인 ‘올해의 가수’로 선정되었으며, 196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 데뷔해 도니제티, 벨리니, 푸치니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후 활약 무대는 전 세계로 넓어지고, 칼라스, 테발디의 뒤를 잇는 이탈리아 오페라계 제1의 소프라노로 칭송받으며 동시에 레퍼토리도 대폭 넓어졌다. 푸치니, 도니제티, 벨리니의 히로인 역들 그리고 베르디에서는 ‘오텔로’ 데스데모나부터 ‘팔스타프’ 난넷타 등 다채롭게 소화했다. 특히 나비부인 역은 리릭과 드라마틱의 양면을 겸비함으로서 대 호평을 얻었다.
1970년경 부터는 리리코 스핀토에 가까운 성질과 드라마틱한 표현이 가능한 강점을 갖추게 되어 ‘노르마’에서 ‘가면 무도회’까지 이탈리아 오페라계의 드라마틱 소프라노의 히로인들을 섭렵할 정도로 성장했다. 1965년부터 1987년까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Met)에서는 300여 회의 공연에 출연했고 1987년에는 ‘나비부인’의 연출까지 직접 맡았던 소위 ‘안방마님’이었다. 40년 이상 동안 전 세계 극장에서 약 45개의 역을 소화했던 오페라 황금기의 디바였으며, 2002년 무대에서 은퇴 후 각 지역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비롯해 로마 산타 체칠리아 아카데미아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오는 11월 16일 아시아대회의 본선 무대를 갖고 2024년 1월 이탈리아 코모에서 열리는 글로벌 대회까지 이들의 행보와 새롭게 만들어 갈 미래를 기대하며 박수로 응원해 본다.

글 민경원

접수 및 기간
www.aslicoasia.org 참고 신청
접수기간 : 2023년 7월 20일 (화) ~ 10월 20일 (금)

개최일시
예선 1차(서류심사) : 10월 25일 (수) 발표
예선 2차 : 2023년 11월 7~8일 중 1~2일
준결선 : 2023년 11월 9일
본 선 : 2023년 11월 16일 (목) 오후 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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