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흥얼거리게 되는 광고음악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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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팔도 비빔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앞서 나열된 노래 가사를 읽고 본인도 모르게 입이 먼저 반응하여 멜로디를 흥얼거리거나 노래와 관련된 제품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당신은 지금 광고 음악의 효과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절로 따라 부르게 되는 이 노래들은 우리가 평소에 즐겨 먹는 제품들의 CM송(Commercial Music Song)이다. 이는 짧은 시간 내에 제품을 친근하게 만들고, 추구하는 브랜드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기는 역할을 하며, 찰나의 순간 제품이 소비자들의 주의를 끄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광고 음악은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제품의 선전을 위해 제작된 음악이다. 형식에 의해 분류하면 앞서 언급되었던 ‘새우깡, 비빔면, 초코파이’의 광고음악처럼 가사를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이루어진 풀송(Full Song)과 가사 없이 음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루어져 제품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풀비지엠(Full BGM), ‘KBS, KBS, KBS, 한국 방송~’처럼 기업명 또는 브랜드명에 멜로디를 얹어 2초 미만으로 짧게 진행하는 로고송(Logo Song)이 있다. 로고 사운드(Logo Sound)는 로고송처럼 2초 미만으로 진행하나 가사가 없으며 ‘SK텔레콤 생각대로 T’ ‘인텔’ 등이 그 예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사운드 구성 요소에 대한 종합적인 작업 또는 음향효과 작업을 뜻하는 사운드 디자인(Sound Design)이 있다. 우리가 특별히 의식하고 있지 않아 깨닫지 못했지만, 가사 없이 음 몇 개로 진행되는 음악조차도 광고음악에 포함되어 생활 곳곳에서 우리가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익숙히 인지하도록 만든다. 개인적으로 현대, 기아, BMW 등 자동차에 맞는 로고 사운드들은 각 브랜드의 자동차 이미지를 찰떡같이 묘사한 느낌이 든다. 자동차 로고 사운드만 모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광고음악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현대 사회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과 더불어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버스, 지하철, 옥외 광고 등과 같은 오프라인 광고보다 온라인 광고 시장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광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부합하는 광고음악의 중요성 또한 함께 대두되고 있다. 광고음악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광고의 전체 분위기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에 어울리는 소리와 음악을 삽입하여 소비자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이른바 ‘사운드 마케팅’(Sound Marketing)은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람의 오감 중 하나인 청각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광고에 적절한 음악을 사용하였을 때 효과를 극대화한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제품을 보유한 애플사의 제품 광고에서 쓰인 적절한 음악은 소비자에게 제품의 특성을 얼마나 세련되게 전달하는지를 보여준다. 애플은 ‘심플’(Simple),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기업 철학으로 내세우며 디자인, 기능, 회사 운영 방식에 단순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광고음악까지 이어진다. 애플광고는 미니멀 음악의 대표주자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가장 잘 드러낸 애플 광고 음악 중 하나는 아이패드 광고에 쓰인 작곡가 칠리 곤잘레스(Chilly Gonzales)의 ‘NEVER STOP’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도입부를 듣자마자 ‘아! 이 음악’하고 탄성할 것이다. 모르는 사람도 왜 애플을 나타내는 음악인지 단번에 알아챌 것이다. 그만큼 애플은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제품, 경영, 광고음악까지 연결하여 일관성있게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조사 전문 기관 닐슨(Nielsen)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음악을 적절히 잘 사용한 광고는 그렇지 않은 광고보다 소비자로 하여금 광고가 더 창의적으로 느껴지며 공감력과 감정을 자극하고, 정보를 잘 전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음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미지를 음악이란 매개체를 통해 명료하게 대변하고 소비자의 감성에 의한 정서적 반응이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형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광고음악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입증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한다면 제품의 구매까지 이어지는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단적인 예로 샘표의 ‘연두’ 제품은 ‘연두해요~ 연두해요~’와 같이 쉽고 반복되는 CM송으로 매출액을 이전해보다 100억원 이상 단숨에 끌어올리기도 했다. 상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는 매개체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의 광고영상에서는 ‘처음으로 광고를 끝까지 보았다’, ‘음악 때문에 가전을 사고 싶다’는 의견이 달리기도 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품고 있는 광고음악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각 브랜드가 우리에게 어떠한 이미지를 떠올리길 바라는지 생각해보며 각자의 플레이리스트를 채워보는 과정도 꽤나 흥미로울 것이다. 샤넬, 버버리 등의 패션 브랜드에서도 각자의 색채를 담은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니 온전히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라, 때로는 음악과 함께 지름신이 올 수 있으니 유의하면서 말이다.

글 한숙현 (리음아트앤컴퍼니 이사,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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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기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732169
https://www.nielsen.com/ko/insights/2015/i-second-that-emotion-the-emotive-power-of-music-in-advertising/
https://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151121
https://www.khan.co.kr/economy/market-trend/article/201503082129035
https://dai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082
https://www.mk.co.kr/news/business/1034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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