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치유에 쓰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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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치유에 도움이 되는 역사적 기록들

원시시대는 마음의 병을 신의 영역으로 간주했다. 병의 치료를 위해 신과의 소통, 신의 노여움을 가라앉히는 의식을 수행했으며, 이때 춤과 노래가 활용되어 왔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식은 여전히 남아있으며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통해 그 치료적 사용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고대의 전통음악은 음악치료적 성격을 띄고 있었는데, 신라 49대 왕인 헌강왕 때 노래로써 병마(病魔)를 가져다주는 역신을 물리친 ‘처용가’가 그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샤머니즘의 상징인 굿 또한 음악치료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과학의 관점에서 살펴본 굿의 기능은 ‘그 치료적 효과가 일시적이든 간에 정신 치료적 요소가 다분히 있다’라는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굿은 카타르시스, 암시, 최면, 대인관계에서의 통찰, 무당과의 감정전이 형성 등의 기제를 통해 ‘인간의 불안이나 갈등을 일시적으로 해소해 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집단정신치료의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정신 치료적 요소를 갖춘 하나의 원시적 정신치료조직이라 할 수 있다. 하늘을 지향하는 서양의 발레와는 달리, 가장 한국적인 문화를 담고 있는 전통춤인 살품이춤은 땅을 지향하고 있다. 이 춤은 전라남도 굿판에서 유래되었으며, 주술적 의미인 ‘살(기운)’은 죽은 이가 가진 좋지 않은 기운을 씻어내는 개념이다. 살풀이춤에서는 구음을 연상시키는 단순한 소리의 음악을 활용하여 한과 혼란을 표상화했다고 한다.


그리스어 ‘테라피아’(Therapeia)에서 유래된 치료(Therapy)는 기본적으로 건강을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의미이다. 그리스에서는 음계 이론이 발전하면서 음악은 다양한 국가 행사와 신들의 숭배에 적합한 장르로 세분화 되기 시작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비롯한 철학자 중에는 음악가로서 명성을 얻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음악이 영혼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 여겼다. 그리스에는 아이를 가진 산모에게 아름다운 류트 연주를 들려주는 관례도 있었다. 이런 태교 음악은 무척 우아하고 부드럽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산모에게 평온함과 안전한 기분을 전하도록 특별히 고안되었다고 한다. 그리스인들은 태교 음악이 자궁 속 태아의 건강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아기가 신체적 정신적 결함을 가진 상태로 태어나는 일을 사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여긴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시점에서는 바흐의 수면 음악인 ‘골드베르그 변주곡’이 빠질 수 없다.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 곡은 사실 불면증 치료를 위한 작품이었다. 전곡을 연주하는 시간은 약 50분 정도가 걸리며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된 단일 작품으로는 유례없는 긴 연주시간과 큰 형식으로 유명하다. 바흐가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링크(Hermann Karl von Keyserlingk) 백작의 의뢰에 의한 것이었다. 백작은 불면증에 시달리자 자신이 고용한 쳄발리스트 요한 고트리브 골드베르크(Johann Gottfield Goldberg)에게 자신의 침실 옆방에서 쳄발로를 연주하게 한다. 매일 밤 골드베르크의 연주를 들으며 잠들었던 백작은 어느날 라이프치히(Leipzig)에서 바흐를 만나게 되고, 매일 밤 골드베르크가 연주할만한 곡을 써달라고 의뢰한다. 바흐는 백작의 심리 상태 등을 고려해 변주곡을 완성하고, 백작은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만족감과 행복함에 편히 잠들 수 있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일화를 통해 과거 왕과 귀족을 위한 개인 서비스의 일환으로 음악은 이미 오래전부터 치료적으로 활용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음악치료는 노래부르기, 음악만들기, 악기연주, 음악에 맞춰 움직이기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음악은 마음에 강한 영향력을 주고, 강한 능력을 사용하여 개인의 건강을 향상시킨다. 미국에서 음악치료는 1789년 최초 언급되었고, 1800년대는 음악의 치료적 특성에 대한 의학 연구가 성장, 1940년대에서는 대학에서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였다.
이제 수천 년 동안 인간생활과 함께 소통하고 표현의 수단이었던 음악은, 지금까지 교육 및 사회복지 분야, 간호 등 여러 분야에서 인정받고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참고문헌]
고유경, (2003) 치유의 기능으로서의 음악에 관한 고찰: 음악치료학의 이론적 고찰을 중심으로
최원선. (2022). 한국 전통의 현대적 변용-이정희의 [살풀이 80] 을 중심으로. 무용예술학연구, 86(2), 93-106.
강효선. (2000). 굿의 음악치료적 기능에 관한 연구.
음악의 심리학 (맨리 P. 홀 지음 / 윤민, 남기종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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