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날 때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 그 답은 음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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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넌 왜 내 말을 안 듣고 혼자서 하고 싶은 말만 하니”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 서로를 아끼는 좋은 말만 주고받으면 참 좋겠지만,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처럼 오히려 금기시되는 말들을 하면서 언쟁을 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세상에 다툼을 즐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지만 사소한 언쟁이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를 꽤 많이 볼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몸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다른 종류의 화도 있다. 불안감에서 비롯된 경우이다. 불안을 겪는 이들은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 많은 방법을 시도해보지만 계속해서 불안은 더 커지고 안절부절못하거나, 밤잠을 설치거나 쉽게 짜증이 나기도 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스트레스로 인해서 말을 더듬거나, 얼굴이 빨개지거나, 배탈과 같은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화가 나기도 하고 심적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우린 화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까?

몸과 마음을 진정해 주는 음악
어떤 이들은 화를 잘 다스리고, 건강한 방법으로 감정을 표출하면서 화를 가라앉히기도 하지만, 다른 어떤 이들은 분노를 지나치게 거칠고, 공격적인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이들은 억울하거나 마음이 답답해도 화를 참아내다가 ‘화병(火病)’이 나기도 한다. 오죽하면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화병을 한국인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징적인 질환으로 인정하며, 한국에서 부르는 발음 그대로 ‘Hwa-byung’으로 표현하겠는가. 화가 나는 상황 속에서 불안감이 느껴지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는 일은 어려울 수 있지만 음악을 감상하며 격해진 감정을 가라앉혀 보는 방법이 있다. 화가 나 있는데 음악이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음악은 우리의 행동, 감정 등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록(Rock) 음악
일반적으로는 화가 나는 마음을 다스리는 데는 느린 템포에 잔잔하고 서정정인 선율의 음악이 도움이 될 것으라 생각한다. 물론 이런 음악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메탈 음악처럼 시끄럽고 큰 사운드의 음악이 분노를 조절 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호주의 퀸즐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School of Psychology)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헤비메탈, 하드코어, 펑크 등과 같은 음악 장르를 듣는 것이 사람들을 더 화가 나게 하거나 심지어 폭력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음악이 사람들의 감정을 진정시키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의 참가자들은 화를 가라앉히기 위한 음악으로 록 음악 중에서도 펑크와 헤비메탈 음악을 선호하였다. 이런 장르 음악을 감상한 후 긍정적인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더 활동적이 된다고 하였다. 물론 이 연구에도 한 가지 문제점이 있긴 하다. 연구에 참여한 참가자 전원이 이미 메탈, 록 음악과 같은 장르의 열렬한 팬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극단적인 음악의 장르를 원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게는 다른 연구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부드러운 음악
그렇다면 앞선 연구와는 다른 부드러운 음악은 어떨까? 사람이 화가 나면 심박수가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하면서 흥분하게 된다. 이럴 때 부드러운 음악이 실제로 사람들을 더 빨리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PLOS One 저널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을 스트레스에 노출시킨 다음 한 그룹은 부드러운 음악을 들었고, 다른 그룹들은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듣거나, 아무 소리 없이 휴식을 취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차분하고 편안한 음악을 들은 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더 빨리 스트레스가 진정되었다. 따라서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음악을 통해 쉽고 빠른 방법으로 화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과 깨진 창 이론
이 외에도 수많은 연구에서 음악이 사람에게 진정 효과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음악을 단순히 감정을 건드는 것을 넘어 치료적인 개념으로 다가가 수술대에서 환자의 마음을 안정시키도록 하거나, 질병으로 인한 통증을 잊도록 하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이 때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나,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처럼 규칙적이고 느린 템포의 곡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화가 날 때 공격성과 충동성, 폭력성을 억제하지 못하고 큰 사건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범죄와 연관되기도 하는데 이런 범죄 심리를 억제하도록 하는 것에도 음악이 사용된다. 범죄 예방에 클래식 음악을 활용하는 것은 일명 ‘깨진 창’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 이론은 깨진 유리창 하나가 무질서한 채로 방치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내용이다. 창문이 깨진 자동차가 창문이 안 깨진 자동차보다 빨리 물건을 도난당한다는 결과의 한 실험처럼 클래식 음악이 ‘창문’의 역할을 하여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이 대담하게 행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캐나다, 런던 등과 같은 나라에서 지하철역에서 벌어지는 범법 행위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틀었고, 이후 지하철역 직원에 대한 언어폭력, 강도, 기물 파손 관련 지출, 경미한 범죄 등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음악은 꼭 클래식 음악이 아니어도 된다. 듣기에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악, 또는 자연의 소리 같은 다른 소리들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화가 날 때 먼저 느껴지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자연스러운 반응인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후 음악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을 다스리고 진정하는 데 집중하도록 한다. 음악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주변을 고려하지 않고 걷잡을 수 없는 화를 낸 후 클래식 음악을 들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다. 화를 냄으로써 나의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도 함께 다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음악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글 한숙현

[참고자료 및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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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2103121604451&code=116

김형찬. 클래식 음악, 범죄 지킴이. 한겨례. 2014.12.18
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669665.html

허영환. 분노를 음악으로 털어버리자. 세계일보. 2017.10.20.
https://m.segye.com/view/20171020004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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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hehealthy.com/mental-health/classical-music-eff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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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heconversation.com/anxiety-a-playlist-to-calm-the-mind-from-a-music-therapist-121655

Jennifer Gersten. Is Classical Music Actually Effective in Fighting Crime?.WQXR Editorial.2019.05.20
https://www.wqxr.org/story/classical-music-actually-effective-fighting-cr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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