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여행-8부] BWV 152 ‘믿음의 길을 걸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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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4년 3월 2일 바흐는 바이마르의 콘체르트 마이스터로 임명됩니다. 바흐는 매월 새로운 작품, 특히 궁전 교회를 위한 칸타타를 작곡해야 되는 책임을 맡게 됩니다. BWV 152는 크리스마스 다음 주간에 연주되는 칸타타로 바흐는 이 칸타타를 1714년 12월 30일에 처음으로 연주했습니다.
BWV 152번 칸타타는 다채롭고 섬세한 색채감이 돋보이는 곡으로 리코더, 오보에, 비올라 다 모레, 비올라 다 감바 그리고 통주 저음 악기 총 5부 앙상블로 구성되어 있으며 합창 파트 없이 2명의 솔로 성악가를 위한 곡입니다. 바흐 학자인 Spitta는 152번 칸타타를 ‘바흐의 모든 작품 중 가장 놀라운 작품 중 하나’ 라고 언급했습니다. 칸타타는 섬세한 신포니아 소나타로 시작하며 예수님과 성도 사이의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여섯 번째 악장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럼, 칸타타의 텍스트를 살펴보겠습니다. (번역 강찬우)

1. Sinfonia

2. 믿음의 길을 걸어가세요. 하나님이 반석으로 기초를 닦아 두셨어요.

시온이 이를 붙잡아 지지하고 있네요. 성도들아, 걸려 넘어지지 말고 믿음의 길을 걸어가세요.

3. 주님은 이스라엘에서 넘어지셨다가 다시 일어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 고결한 반석은 아무런 잘못도 없었지만 악한 세상은 그를 거세게 밀어버렸습니다. 네, 그를 지옥으로 밀어버렸습니다. 이들은 그를 매우 싫어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선택받은 그리스도인들, 그 믿음의 기초를 주춧돌 위에 두는 사람은 복됩니다. 그는 구원과 승리를 이를 통해서 얻을 것입니다.

4. 그 어떤 보화보다 더 귀하신 반석인 주님. 모든 순간 저를 도와주세요.
당신을 믿음으로 말미암아 제 복의 근원을 당신께 둘 수 있도록요.
당신과 함께하면 난 상처받지 않아요. 그 어떤 보화보다 더 귀한 반석인 주님

5. 간사한 세상은 이제 화를 냅니다. 하나님 그 자신이 높고 영광스러운 하늘 보좌를 버리고 우리와 같은 육신의 옷을 입으시고 사람으로 오셔서 고난받으셨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혜도 하나님의 뜻 앞에서 가장 어리석은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정하신 일을 사람이 측량할 수 없습니다. 눈먼 소경 지도자가 같은 소경을 인도하는 것 같습니다.

6. 내 영혼의 사랑이신 당신을 어떻게 안을 수 있을까요?
너 자신을 부인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단다.
제가 어떻게 하면 그 영원한 빛을 느낄 수 있을까요?
믿음으로 날 감각하고 화를 내지 마렴.
오셔서 제게 가르쳐 주세요, 주님, 세상을 버릴 수 있도록.
신부야, 슬픔에서 기쁨으로 함께 걸어 보자꾸나.
사랑하는 주님, 절 이끌어 주세요. 당신을 따라갈게요.
고통과 환란을 통과한 너에게 내가 면류관을 줄 거야.

152번 칸타타 오프닝 신포니아의 자필 악보

칸타타 텍스트는 바이마르 궁정시인 살로모 프랑크(Salomon Franck)가 작사했습니다. 텍스트에서 작사자는 하나님께서 주춧돌인 그리스도를 놓으셨으니 사람이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예수님은 모든 보석보다도 더 뛰어난 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칸타타 마지막 악장의 가사는 예수님과 성도 사이의 대화이며 세상이 아닌 영원한 빛이신 예수를 느끼고 당신과 함께하기 원하니 본인을 도와달라고 하는 성도의 간절한 요청과 예수님의 응답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성도와 예수님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은 현존하는 바흐 칸타타 중에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며 이는 이후 바흐의 라이프치히 세 번째 칸타타 사이클에서 다시 사용됩니다.


이제 칸타타의 음악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악장은 프랑스 서곡 스타일의 4/4박자의 아다지오의 느린 템포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3/8 박자의 알레그로 템포로 바뀌며 빠른 주제 선율이 제시됩니다. 오보에가 제시한 주제 선율을, 리코더, 비올라 아모레, 비올라 다 감바가 이어받으며 매우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 냅니다. 마치 칸타타의 제목인 믿음의 길을 빠르게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신포니아에서 오보에는 주제 선율을 제시, 이를 다른 악기들이 모방하며 곡이 진행됨

두 번째 악장은 오보에가 함께 선율을 연주하는 베이스 독창 아리아입니다. 오보에가 멜로디를 한번 연주한 후 비슷한 멜로디를 반복해서 연주합니다. 베이스는 오보에 선율과 어울리는 대위 선율을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악장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믿음의 길을 걸어가세요. 하나님이 반석으로 기초를 닦아 두셨어요. 시온이 이를 붙잡아 지지하고 있네요. 성도들아, 걸려 넘어지지 말고 믿음의 길을 걸어가세요.’

세 번째 악장은 베이스 레치타티보입니다. 악장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님은 이스라엘에서 넘어지셨다가 다시 일어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 고결한 반석은 아무런 잘못도 없었지만 악한 세상은 그를 거세게 밀어버렸습니다. 네, 그를 지옥으로 밀어버렸습니다. 이들은 그를 매우 싫어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선택받은 그리스도인들, 그 믿음의 기초를 주춧돌 위에 두는 사람은 복됩니다. 그는 구원과 승리를 이를 통해서 얻을 것입니다. ‘ 2~3악장은 누가복음 2장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합니다. 예수님의 탄생 후 마리아가 아기를 주님께 드리려고 예루살렘 성전에 갔을 때 당시 의롭고 경건한 사람이었던 시므온이 그들을 축복한 뒤 아기의 어머니 마리아에게 이 아기는 이스라엘 가운데 많은 사람을 넘어지게도 하고 일어서게도 하려고 세우심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이후 예언자인 안나는 이 아이가 이스라엘에 구원을 가져올 아이라고 말합니다.
바흐는 넘어지게 하고(Fall) 부분을 한 옥타브 아래의 음으로 처리했으며 일어나다(erstehen)에서는 다시 옥타브 위에서 노래하게 해 가사를 음악으로 형상화했습니다.

3악장 레치타티보에서 바흐는 가사를 선율로 형상화 시킨다.

네 번째 아리아는 매우 아름다운 소프라노 아리아입니다. 곡은 리코더와 비올라 다 모레의 듀엣으로 시작합니다. 음악평론가인 Alec Robertson은 이 아리아는 바흐의 가장 아름다운 아리아 중 한 곡이며 긴 음표를 흔들림 없이 부를 수 있는 소프라노만이 부를 수 있는 곡이라고 했습니다. 곡에는 자장가에서 느껴지는 것 같은 평온함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바흐는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데리고 예루살렘에 갔을 때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아기 예수님 보며 예언자 안나가 느낀 마음을 곡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은데 이는 모든 믿는 성도들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그 어떤 보화보다 더 귀하신 반석인 주님. 모든 순간 저를 도와주세요. 당신을 믿음으로 말미암아 제 복의 근원을 당신께 둘 수 있도록요. 당신과 함께하면 난 상처받지 않아요. 그 어떤 보화보다 더 귀한 반석인 주님.’
바흐는 반석(Stein)을 온음표로 길게 끌며 무너지지 않는 든든한 반석이신 그리스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4악장 아리아에서 바흐는 반석(Stein)을 길게 끌며 강조한다.

다섯 번째 악장은 베이스 레치타티보인데 성경의 두 구절을 사용했습니다. 고린도 전서 1:19절 ‘내가 지혜로운 자들의 지혜를 멸하고, 총명한 자들의 총명을 폐할 것이다’와 마태복음 15:14절 ‘눈먼 사람이 눈먼 사람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다’ 입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간사한 세상은 이제 화를 냅니다. 하나님 그 자신이 높고 영광스러운 하늘 보좌를 버리고 우리와 같은 육신의 옷을 입으시고 사람으로 오셔서 고난받으셨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혜도 하나님의 뜻 앞에서 가장 어리석은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정하신 일을 사람이 측량할 수 없습니다. 눈먼 소경 지도자가 같은 소경을 인도하는 것 같습니다. ‘

여섯 번째 악장은 예수님과 성도 사이의 대화를 텍스트로 곡이 구성됩니다. 가사의 내용은 세상이 아닌 영원한 빛이신 예수를 느끼고 당신과 함께하기 원하니 본인을 도와달라고 하는 성도의 간절한 요청과 예수님의 응답입니다. 가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 영혼의 사랑이신 당신을 어떻게 안을 수 있을까요? 너 자신을 부인하고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한단다. 제가 어떻게 하면 그 영원한 빛을 느낄 수 있을까요? 믿음으로 날 감각하고 화를 내지 마렴. 오셔서 제게 가르쳐 주세요, 주님, 세상을 버릴 수 있도록. 신부야, 슬픔에서 기쁨으로 함께 걸어 보자꾸나. 사랑하는 주님, 절 이끌어 주세요. 당신을 따라갈게요. 고통과 환란을 통과한 너에게 내가 면류관을 줄 거야. ‘

152번 칸타타는 여러 가지로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다 들어보기 어렵다면 첫 곡인 Sinfonia만이라도 감상해보며 바흐의 기악 앙상블의 매력을 느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글 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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