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여행-11부] BWV 132 ‘주가 오실 길을 예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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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는 1715년 강림절 4번째 주일을 위한 BWV 132, ‘주가 오실 길을 예비하세요’(Bereitet die Wege, bereitet die Bahn)을 작곡하고 이를 12월 22일 연주합니다.
바흐는 1년 전 1714년에 바이마르의 콘서트 마이스터로 임명되며 본격적인 칸타타 작곡을 시작했으며 특히 바이마르 궁정 시인인 살로모 프랑크가 그의 칸타타 작사자로 활동하게 되며 수준 높은 칸타타를 작곡할 수 있게 됩니다.
132번 칸타타는 아리아와 레치타티보가 번갈아 나타나는 6악장 구성이며 4개의 성악 성부와 현악 파트와 그리고 오보에와 통주저음 파트로 구성되는 작은 앙상블입니다. 솔로 아리아와 레치타티보로 구성되지만 마지막 6악장 코랄에서는 모든 성부가 함께 부릅니다.
당시 주일예배에서는 빌립보서 4장의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와 요한복음 1:19 ~ 28절 세례 요한에게 당신은 누구인가? 라고 묻는 구절을 봉독합니다. 작사자인 살로모 프랑크는 요한복음의 구절을 사용해 성도 개개인에게 ‘당신은 누구인가? 너의 양심에 물어 보아라’(Wer bist du? Frage dein Gewissen)라고 질문하며 본인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합니다. 길지 않은 칸타타이지만 가사의 내용도, 음악적인 부분도 매력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5악장의 솔로 바이올린의 연주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럼 칸타타의 텍스트를 살펴보겠습니다. (번역 강찬우)

1. Aria (아리아)
주가 오실 길을 예비하세요. 주가 오실 길과 다리를 예비하세요.
당신의 믿음과 삶으로 예비하세요. 가장 높은 곳에 계신 메시아가 곧 오시네요.

2. Recitativo (레치타티보)
당신이 스스로 하나님의 자녀요. 그리스도의 형제라고 부른다면
마음과 입으로 그리스도를 인정해야 합니다.
당신의 삶은 온전히 믿음을 증거하여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말씀과 가르침은 당신의 피를 통해서라도 증거하여야 합니다.
그러니 당신을 기꺼이 내어드리세요.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영광의 면류관입니다.
내 마음아 준비하여라 주께로 가는 믿음의 길을 준비하여라
그를 대적하는 높은 언덕과 구렁을 깨끗이 하여라
죄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너의 구주를 받아드려라
그가 믿음으로 너와 연합하실 것이다.

3. Aria (아리아)
당신은 누구인가? 너의 양심에 물어보아라. 너는 위선이 없는 사람인가?
네가 거짓인지 참된지 올바른 판단을 지금 들어 보아라
당신은 누구인가? 말씀에 비추어 보아라. 말씀은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줄 것이다.
사단의 그물에 걸린 진노의 자식인지. 거짓되고 위선된 그리스도인인지를

4. Recitativo (레치타티보)
나의 하나님이여, 당신께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당신을 진실하게 알지 못했습니다.
내 입과 입술은 당신을 주님과 아버지로 불렀지만 내 마음은 당신에게 멀어져 있었고
내 삶으로는 당신을 부인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당신이 저를 좋게 증언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 당신의 성령과 물로 나를 덮으셔서 나의 모든 죄로부터 깨끗하게 하소서
나는 당신에게 진실된 믿음을 약속했지만 아! 그 세례의 언약은 깨졌습니다.
저의 믿음 없음을 후회합니다. 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당신의 신실하심으로 저를 도와주세요. 은혜의 언약이 영원히 새롭게 되도록.

5. Aria (아리아)
그리스도인들아, 곰곰히 생각해보아라. 구주께서 너에게 무엇을 주셨는지를
세례를 통한 씻기는 욕조에서, 이 보혈이 흘러나오는 원천에서
너의 죄악된 행실로 더렵혀진 예복이 희게 되었다.
그리스도께서 새로운 옷을 주실 것이다 진홍빛 색, 흰색 실크로 된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옷이다.

6. Chorale (합창)
당신의 선하심으로 우리를 내려놓게 하소서 당신의 은혜로 우리를 깨어있게 하소서
옛 사람은 약해지고 새로운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이 땅에서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마음, 원함, 생각이 당신을 향하게 하소서.

바흐의 BWV 132 자필 악보
바이마르 궁정교회 ‘천상의 성을 향한 길'(Weg zur Himmelsburg)

이제 칸타타의 음악을 살펴보겠습니다.

1. Aria
유대인들이 ‘당신은 자신을 무엇이라고 말하시오?’라고 묻는 질문에 세례 요한은 이사야 선지자의 말을 인용해 답변합니다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요.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하여라’ 그리고 그리스도가 곧 오실 것을 예언합니다.
첫 번째 아리아의 기악 앙상블은 상행 스케일과 하행 스케일이 반복되어 이어지는 경쾌하고 사랑스러운 오보에 멜로디로 시작합니다. 이는 앞으로 있을 복된 소식,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소프라노는 ‘Bahn’(길)을 길게 멜리즈마로 끌며 강조해 노래합니다.
리토르넬로 이후 중간 파트의 가사는 그리스도가 오실 길을 준비하고 믿음과 삶으로 예비하라는 내용며 단조 분위기로 연주됩니다. 특이한 부분은 ‘메시아가 오시네!’(Messias kommt an)를 3번 외치는 부분에서 반주 악기들이 잠시 멈추며 이를 강조합니다. 전체적으로 매우 아름답고 경쾌한 아리아입니다. 1악장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가 오실 길을 예비하세요. 주가 오실 길과 다리를 예비하세요. 당신의 믿음과 삶으로 예비하세요. 가장 높은 곳에 계신 메시아가 곧 오시네요.’

2. Recitativo
처음에는 레치타티보로 제시되지만 중간에는 아리소(Ariso)로 바뀌며 멜로디를 노래합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면류관과 영광입니다.’ 가사를 노래할 때 영광(Ehre)을 멜리즈마로 끌어 강조합니다. 레차티티보 후반부에서는 ‘무거운 죄의 돌을 벗어버리세요’를 저음으로 생생하게 노래하며 ‘구세주께서 믿음으로 너와 연합하라’는 가사를 물 흐르듯 진행되는 통주 저음의 멜로디와 함께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2악장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이 스스로 하나님의 자녀요 그리스도의 형제라고 부른다면, 마음과 입으로 그리스도를 인정해야 합니다. 당신의 삶은 온전히 믿음을 증거하여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말씀과 가르침은 당신의 피를 통해서라도 증거하여야 합니다. 그러니 당신을 기꺼이 내어드리세요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영광의 면류관입니다. 내 마음아 준비하여라. 주께로 가는 믿음의 길을 준비하여라. 그를 대적하는 높은 언덕과 구렁을 깨끗이 하여라. 죄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너의 구주를 받아드려라 그가 믿음으로 너와 연합하실 것이다.‘

2악장 마지막의 통주 저음의 멜로디와 함께 제시되는 ‘구세주께서 믿음으로 너와 연합하리라’라는 가사는 매우 설득력있고 감동적이다.

3. Aria
이 아리아에서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요한복음 1장에서 유대인들이 세례 요한에게 한 것이지만 이 아리아에서는 기독교인 개개인의 양심에 물어보는 매우 진지한 질문입니다. 통주 저음 파트와 첼로파트는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기도 하지만 첼로는 통주 저음 악기가 화음의 근음을 연주할 때 이를 분산화음으로 연주하기도 합니다. 아리아의 후반부는 분위기가 무거워지며 ‘너는 사탄의 그물에 걸린 거짓되고 위선적인 그리스도인은 아닌가’라는 가사를 노래하는데 이는 하행해 도약하는 음표로 묘사됩니다. 3절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은 누구인가? 너의 양심에 물어보아라. 너는 위선이 없는 사람인가? 네가 거짓인지 참된지 올바른 판단을 지금 들어 보아라. 당신은 누구인가? 말씀에 비추어 보아라. 말씀은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줄 것이다. 사단의 그물에 걸린 진노의 자식인지. 거짓되고 위선된 그리스도인인지를.’

가장 아래 통주저음 파트와 중간의 첼로 파트는 같은 멜로디를 저음에서 연주하기도 하지만 통주저음 파트는 화음의 근음을 연주하고 첼로는 화음의 구성음을 아르페지오로 연주하기도 한다.

4. Recitativo
입으로는 주님을 불렀지만 마음과 삶에서는 주님과 멀어져 있는 그리스도인의 진실한 회개의 고백입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의 하나님이여, 당신께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당신을 진실하게 알지 못했습니다. 내 입과 입술은 당신을 주님과 아버지로 불렀지만 내 마음은 당신에게 멀어져 있었고 내 삶으로는 당신을 부인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당신이 저를 좋게 증언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 당신의 성령과 물로 나를 덮으셔서 나의 모든 죄로부터 깨끗하게 하소서. 나는 당신에게 진실된 믿음을 약속했지만 아! 그 세례의 언약은 깨졌습니다. 저의 믿음 없을을 후회합니다. 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당신의 신실하심으로 저를 도와주세요. 은혜의 언약이 영원히 새롭게 되도록.’

5. Aria
솔로 바이올린이 반주 악기로 알토와 함께 연주됩니다. 바이올린의 연주는 매우 인상적인데 32분음표로 빠르게 스케일과 음형을 연주하며 알토를 반주합니다. 이 바이올린의 연주는 마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당신의 보혈로 씻기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더럽혀진 예복을 진홍빛과 흰 예복으로 씻기시는 그리스도의 보혈을 연상케 합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스도인들아, 곰곰히 생각해보아라. 구주께서 너에게 무엇을 주셨는지를. 세례를 통한 씻기는 욕조에서, 이 보혈이 흘러나오는 원천에서, 너의 죄악된 행실로 더렵혀진 예복이 희게 되었다. 그리스도께서 새로운 옷을 주실 것이다 진홍빛 색, 흰색 실크로 된,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옷이다.’

솔로 바이올린의 연주는 그리스도의 보혈이 우리를 씻기는 것을 연상하게 만든다.

글 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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