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여행-13부] BWV 31 ‘하늘은 기뻐하며 땅은 영광으로 가득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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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4년 3월 2일 바흐는 작센 바이마르의 빌헬름 에른스트 아우구스트 공작의 궁정 콘체르트 마이스터로 임명되었다. 콘체르트 마이스터는 매월 일정에 따라 궁정 교회를 위해 칸타타와 같은 새로운 작품을 작곡하는 책임이 있는 직책으로 바흐는 칸타타 31번을 1715년 부활절 주일을 위하여 작곡했다. 해당 주일의 성경 말씀은 그리스도가 우리의 부활절 어린양이라는 내용의 고린도전서 5장 6~8절과 예수님의 부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가복음 16장 1~8절이었다. 칸타타의 가사는 바이마르의 궁정시인 잘로몬 프랑크(Salomon Frank)가 작사했다. 텍스트는 자유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활의 메시지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과 같이 부활의 삶을 살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마지막 코랄은 니콜라우스 헤르만(Nikolaus Herman)의 코랄인 ‘내 시간이 오면’(Wenn mein Stündlein vorhanden ist)을 사용했다.
바흐는 1715년 4월 21일에 칸타타를 처음으로 연주했다. 악기 편성은 트럼펫 3파트, 팀파니, 오보에 3파트, 테너 오보에, 바순, 바이올린 2파트, 비올라 2파트, 첼로 2파트와 통주저음 악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에 5성부 합창까지 결합된 대편성 구성이다. 유명한 지휘자인 존 엘리엇 가디너는 이러한 대편성 칸타타는 궁정 교회가 아닌 보다 더 큰 마을 교회인 성 베드로와 바울 교회에서 연주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바흐는 나중에 라이프치히로 옮긴 이후에도 해당 칸타타의 구성을 약간 바꿔 연주했다. 칸타타의 음악과 가사를 악장별로 살펴보자.

31번 칸타타의 초연장소로 예상되는 바이마르의 성 베드러와 바울 교회

1. 소나타(Sonata)
바흐는 이 소나타와 오프닝에 뒤이어 나오는 합창을 위해 바이마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오케스트라 악기를 동원했을 것이다. 소나타는 마치 천국의 기쁨과 땅의 환희를 나타내듯 유니즌(unison: 악기 혹은 오케스트라 전체가 같은 음 혹은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으로 활기차게 연주한다.

2. 합창(Chorus)
2악장은 바흐가 5성 합창을 사용한 드문 경우이다. 두 개의 소프라노 파트와 알토, 테너, 베이스 파트를 사용했다. 소프라노부터 ‘기쁨’(lacht) 과 ‘환희’(Jubilieret)를 노래하며 알토, 테너, 베이스로 이어진다.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진 음악은 실질적인 영적인 기쁨을 나타낸다. 이 즐거운 악장은 ‘누가 자신의 안식을 위해 무덤을 선택했는가! 그 거룩한 분은 죽지 않으시네’라는 부분에서 조용해지며 템포가 느려진다. 이때 금관악기와 타악기 역시 연주를 멈춘다. 악장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하늘은 기뻐하며 땅은 영광으로 가득차네. 그녀의 무릎에는 모든 것을 품고 있네. 창조주께서 살아계시네! 그는 승리하셨네. 죽음의 속박으로부터 이제는 자유로워졌네. 안식을 위해 무덤을 선택하신 분. 그 거룩한 분은 죽지 않으시네.’

악장의 합창은 5성부를 사용한 보기 드문 예이다.

3. 레치타티보(Recitative)
3악장 레치타티보의 빠르기는 알레그로에서 아다지오, 안단테로 계속해서 바뀌며 변화를 나타낸다. ‘우리의 통탄할 죄가 구주를 가두었으나 구주는 다시 살아나셨네’라고 노래하며 다시 살아나신 주님을 노래한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환영의 날이여! 내 영혼아 다시 기뻐하라! 그분은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이자 마지막이네. 우리의 통탄할 죄가 그를 사망의 감옥에 가두었으나 이제는 모든 저주에서 벗어나셨네. 주님은 죽으셨지만, 하지만 보라! 그는 다시 살아나셨네. 그의 머리와 모든 지체가 살아있네. 주님께서 그의 손에 죽음과 지옥의 열쇠를 주셨네. 그의 옷은 그의 고통 속에 붉게 흩뿌렸지만 이제는 명예로 입혀졌네’

4. 아리아(Aria)
통주저음 악기의 반주만으로 진행하는 베이스 솔로 아리아이다. 통주저음 악기는 지속적인 붓점 패턴으로 연주되며 모든 기악과 솔로 부분에도 역시 엄격한 붓점 패턴 진행이 이어진다. 아리아는 십자가 위에서 높임을 받으신 하나님의 아들을 노래한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생명의 왕이시며 강한 전사이시며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가장 높으신 이의 영광의 보좌로 십자가 사다리를 들어라! 한때 당신을 속박했던 것이 이제는 빛나는 보석이 되었네. 모든 자줏빛 상처에서는 빛의 광선이 비추네’

4악장 통주저음 파트는 지속적인 부점 리듬으로 연주됩니다.

5. 레치타티보(Recitative)
5악장 레치타티보는 옛 삶을 버리고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라고 권고한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이제 일어나라! 영혼을 주께 바친 영혼들아. 그리스도의 영으로 일어나라.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 사망의 일들을 버리고 일어나라. 당신의 구주가 세상에 계시도록 하라. 당신의 삶이 그분을 비추게 하라. 이제 피어나는 포도나무는 생명 없는 열매를 맺지 않는다. 생명나무는 이제 가지를 무성하게 한다. 그리스도인은 온 힘을 다해 무덤과 사망을 떠난다. 그는 무덤의 돌과 삶의 오류를 내려놓고 살아계신 그리스도와 함께 거한다.

6. 아리아(Aria)
짧지만 매우 풍부한 멜로디와 반주 선율이 함께하는 칸타타의 하이라이트와도 같은 아리아이다. 가사의 내용도 전체 칸타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담고 있으며 가사는 다음과 같다.
‘우리 안에 있는 아담은 죽어야 한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새사람이 회복되려면. 당신은 영으로 이제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죄의 무덤에서 나가야 한다. 당신이 그리스도의 지체라면.’

7. 레치타티보(Receitative)
7악장의 레치타티보는 그리스도와 성도가 하나라는 내용을 이야기하며 고난을 같이 받는 것도 망설이지 않겠다는 내용을 전달한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머리와 지체가 당연히 하나이듯 그 어떤 것도 저와 예수님을 떼어놓을 수 없다. 만약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고난받아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일어날 것이다. 영광을 향해서. 주님께서 제 안에서 증언하신다.’

8. 아리아(Aria)
오보에가 오블리가토 반주 선율을 연주하며 소프라노가 노래하는 아리아다. 오보에는 처음부터 3박자의 8분음표 선율을 2음씩 이어서 부드럽게 연주한다. 소프라노와 같이 연주하는 오보에의 소리는 너무나 아름답게 들린다. ‘내가 예수님의 기쁨의 빛이 되게 하소서’(Lass mich Jesu Freudenschein) 부분에서는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칸타타의 마지막 코랄 부분의 멜로디를 연주하며 대위법적으로 절묘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마지막 시간이 오고 있다. 내 눈은 어둠 속에서 감길 것이다. 내가 예수님의 기쁨의 빛이 되게 하소서. 주님의 밝은 빛이 비쳐 천사처럼 되게 해주소서. 마지막 시간이 오고 있다.’

8악장 아리아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는 코랄의 멜로디를 사용해 절묘한 대위법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9. 코랄(Chorale)
마지막 코랄은 금관악기 파트가 대위 선율을 연주하는 독특한 구성이다. 이 코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지만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한 생명의 길로 향하는 기쁨을 노래한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이제 나는 예수께로 가네. 나는 내 팔을 뻗네. 이제 나는 깊은 잠을 자러 가네. 푹 쉴 것이네. 아무도 나를 깨울 수 없을 것이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천국의 문을 여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나를 인도하실 것이네.’

글 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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