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보마르셰의 ‘피가로 3부작’ – 3. 미요 오페라 ‘죄 많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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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출신의 극작가 ‘피에르 오귀스탱 보마르셰’(Pierre-Augustin Caron de Beaumarchais, 1732-1799)의 대표작인 ‘피가로 3부작’(Figaro Triology)은 ‘콘만 사건’이라고 불리던 프랑스의 은행가 ‘기욤 콘만’(Guillaume Kornmann)의 아내 ‘카테리네 마리 콘만’(Catherine Marie Foesch-Kornmann)와 그녀의 외도남 ‘도데 드 죠산’(Daudet de Jossan)의 스캔들에 휩싸였던 보마르셰가 이 사건을 토대로 완성한 희곡입니다.
1부 ‘세비야의 이발사’, 2부 ‘피가로의 결혼’에 비하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으며, 무대에도 거의 올려지지 않는 작품이지만 이 ‘피가로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 바로 ‘죄 많은 어머니, 또 다른 협잡꾼’(La Mere coupable, L’autre Tartuffe)입니다.

콘만은 부인 카테리네의 지참금을 계속 소유하는 조건으로 아내가 바람을 피워도 허락을 하였으나, 카테리네의 외도남은 콘만과의 이혼을 부추겼습니다. 자신의 재산을 뺏길 것을 두려워한 콘만은 아내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고, 보마르셰는 카테리네의 지인이었던 자신의 친구에게 부탁을 받고 사람을 써 카테리네를 정신병원에서 탈출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를 알게 된 콘만은 변호사 ‘베르가스’(Nicholas Bergasse)를 고용하여 자신의 부인과 내연남을 비롯하여 보마르셰와 그녀의 탈출을 도운 모든 사람들에게 간통 소송을 걸었습니다. 3년여 간의 기나긴 재판 과정 끝에 보마르셰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콘만과 베르가스에게 호의적이었던 여론으로 인하여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사건을 겪은 보마르셰의 심리와 생각이 가장 많이 들어간 작품이 바로 피가로 삼부작의 마지막 ‘죄 많은 어머니’입니다.

보마르셰가 1793년에 완성하여 그해에 초연을 올린 ‘죄 많은 어머니’는 피가로의 결혼 이후 20여 년이 흐른 뒤에 일어나는 사건을 담고 있습니다. 알마비바 백작이 장기 출장을 떠난 사이에 백작부인은 전작에 등장하였던 젊은 하인 케루비노와 외도를 하여 아들 레옹을 임신합니다. 케루비노는 전쟁터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사망을 하였고, 케루비노가 사망 직전 보낸 편지를 받은 백작부인은 이 편지를 아일랜드 사람이 만든 이중장치가 있는 상자 안에 숨겨둡니다. 백작 역시 외도로 딸 플로레스틴을 낳았으며, 후견인 자격으로 그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시간이 흘러 레옹이 자신의 친자식이 아니란 것을 알아챈 백작은 그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백작의 전직 비서인 베기아르스는 레옹과 플로레스틴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어 비밀을 폭로하려고 합니다. 그는 플로레스틴과 결혼해 백작의 재산을 독차지하려는 술수를 부리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베기아르스의 계략을 눈치챈 피가로와 수잔나는 또 한 번 꾀를 내어 위기를 이겨낼 방법을 간구합니다. 모든 음모를 이겨낸 레옹과 플로레스틴은 이미 사랑하는 연인이 되어 있었고, 둘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기에 희망을 가지며 오페라는 끝납니다.

‘피가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죄 많은 어머니’에서 등장하는 악역 ‘베기아르스’는 바로 콘만 사건의 변호사 ‘베르가스’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이 연극은 전작인 ‘세비야의 이발사’와 ‘피가로의 결혼’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름 흥행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1964년, 프랑스의 작곡가 ‘다리우스 미요’에 의하여 오페라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다리우스 미요’(Darius Milhaud)
다리우스 미요와 그의 아내 마들렌 미요

‘다리우스 미요’(Darius Milhaud, 1892-1974)는 유대인계 프랑스 작곡가이자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 1928-2007), ‘버트 바카라흐’(Burt Bacharach, 1928-2023), 그리고 그리스의 작곡가이자 건축가였던 ‘이아니스 크세나키스’(Iannis Klearchou Xenakis, 1922-2001)를 가르친 스승이었습니다. 미요는 ‘플랑’(Francis Jean Marcel Poulenc, 1899-1963), ‘오네게르’(Arthur Honegger, 1892-1955) 등의 작곡가들과 함께 아방가르드와 초현실주의를 표방하는 작곡가들인 ‘프랑스 6인조’(Les Six) 중 한 명이었습니다. 1922년 미국으로 건너간 미요는 재즈를 접하고 자신의 음악에 투영하였습니다. 그는 발레 음악 ‘지붕 위의 소’(Le boeuf sur le toit, Op.58), ‘세계의 창조’(La Creation du monde, Op.81), 피아노곡이자 직접 오케스트라를 위하여 편곡한 ‘브라질의 향수’(Saudades do Brasul, Op.67), 12개의 교향곡, 21개의 현악사중주, 목관오중주 ‘르네 왕의 굴뚝’(La Cheminee du roi Rene, Op.205), 오보에, 클라리넷과 바순을 위한 ‘전원’(Pastorale, Op.147) 등을 작곡하였습니다.

미요는 2막으로 구성된 1928년 오페라 ‘크리스토프 콜럼버스’(Christophe Colomb)를 비롯하여 3막의 1926년 오페라 ‘오르페의 불행’(Les Malheurs d’Orphee) 등 20개에 가까운 오페라를 작곡하였습니다. 미요가 1964년에 작곡을 시작하여 다음 해인 1965년에 완성한 오페라 ‘죄 많은 어머니’(La mere coupable)의 대본은 그의 아내이자 여배우로 활동하였던 ‘마들렌 미요’(Madeleine Milaud, 1902-2008)가 맡았습니다. 미요의 사촌이었던 그녀는 미요와 결혼하였으며 극작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페라 ‘죄 많은 어머니’ 중 ‘아 레옹’

오페라 역시 연극처럼 ‘피가로 3부작’ 중 가장 저조한 흥행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미요의 오페라 ‘죄 많은 어머니’는 이전의 피가로나 알마비바 백작을 위주가 아닌 로지나 알마비바 백작부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천진난만하던 소녀에서 백작부인으로, 그리고 시간이 흘러 외도로 인한 슬픔과 후회를 간직한 한 명의 어머니로 성장하는 그녀의 모습을 성숙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한국에서도 언젠가 미요의 오페라 ‘죄 많은 어머니’를 만나볼 수 있길 기약합니다.

피가로 3부작

글 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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