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레나우의 <시집> 중 ‘갈대의 노래’, 클룩하르트 ‘오보에, 비올라, 피아노를 위한 5개의 환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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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작곡가 ‘아우구스트 클룩하르트’(August Friedrich Martin Klughardt, 1847-1902)는 10세에 피아노를 비롯한 음악 수업을 받기 시작하였으며 고등학교에서 이미 작곡을 해 동급생들과 함께 연주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음악가입니다. 그는 1863년에 피아니스트로 데뷔를 하였으며 4년 뒤인 1867년부터 ‘포젠’(Posen)과 ‘노이슈트렐리츠’(Neustrelitz)의 시립극장과 ‘뤼벡’(Luebeck)에서 지휘자로 활동하며 지휘자로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아우구스트 클룩하르트 (August Friedrich Martin Klughardt)

22세가 되던 1869년, 바이마르의 궁정 극장에서 음악감독으로 일하며 ‘피아노의 왕’이란 별명의 위대한 헝가리 출신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Franz Listz, 1811-1886)을 알게 되었고, 그와 교류를 하며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1882년 ‘데사우’(Dessau)의 궁정음악 감독으로 취임하여 죽을 때까지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 클룩하르트는 1892년과 1896년,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의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를 무대에 올리며 ‘바그너 파’를 지지하는 그의 추종자 중 한 명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리스트로부터 시작된 교향시나 바그너의 음악극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작곡하려고 하였음에도 보수적인 성향 때문에 슈만의 영향을 더 받은 것과 같은 작품들을 많이 작곡했습니다.

클룩하르트는 5개의 교향곡을 비롯하여 바이올린 협주곡, ‘미리암’(Miljam, Op.15), ‘구드룬’(Gudrun, Op.38)을 비롯한 4개의 오페라, 오라토리움 ‘유디트’(Judith), 2개의 현악사중주 등을 작곡하였으며, 현재는 ‘관악오중주’(Wind Quintet in C Major, Op.79)와 ‘현악오중주’(String Quintet, Op.62) 등의 작품들이 간혹 연주되고 있습니다. 그 중 클룩하르트가 1872년에 작곡한 ‘오보에, 비올라, 피아노를 위한 5개의 갈대의 노래’(‘Fuenf Schilflieder’ for Oboe, Viola and Piano nach Gedichten von N. Lenau, Op.28)는 리스트에게 헌정되었으며 ‘오보에, 비올라, 피아노를 위한 5개의 환상곡’(5 Fantasy for Oboe, Viola and Piano)라고 더 많이 불리게 된 작품입니다. 이 곡은 원제에서도 느낄 수 있듯 시인 ‘니콜라우스 레나우’의 시를 주제로 작곡되었습니다.

니콜라우스 레나우 (Nikolaus Lenau)

헝가리 출신의 오스트리아 시인인 ‘니콜라우스 레나우’(Nikolaus Lenau, 1802-1850)는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의 철학에 대한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Die Welt als Wille und Vorstellung)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는 염세주의와 세상의 고통을 시로 표현하였는데요. 이는 당시 유럽 전역의 분위기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꿈을 안고 떠났던 미국에 실망하고 다시 돌아온 레나우는 ‘갈대의 노래’(Schilflieder, 1832) ‘숲의 노래’(Waldlieder, 1843)와 같은 연작시를 써 자연을 통하여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특히 연작시 ‘갈대의 노래’가 포함되어 1832년에 출간된 시집(Gedichte)은 크게 흥행을 하며 그에게 유명세를 안겨줬습니다. 이후 장편 서사시 ‘파우스트’(Faust. Ein Gedicht, 1836), ‘사보나롤라’(Savonarola, 1837), ‘알비당 사람들’(Die Albigenser, 1842), 미완성 유작이 된 ‘돈 후앙’(Don Juan, 1844), ‘겨울밤’(Winternacht, 1848) 등을 남긴 레나우는 친구의 부인이었던 ‘소피 뢰벤탈’(Sophie Lowenthal)과 사랑 때문에 정신착란까지 오게 되어 결국 정신병원과 요양원을 오가며 비참한 말로를 보냈습니다.

레나우의 대표작인 ‘갈대의 노래’(Schilflieder)는 ‘저 멀리 태양이 이별을 고하고’(Drueben geht die Sonne scheiden), ‘흐려지기 시작하고, 구름이 쫓아 온다’(Truebe wird’s, die Wolken jagen), ‘일몰(Sonnenuntergang), ‘비밀의 오솔길에서’(Auf geheimem Waldespfade), ‘연못 위, 잔잔한 연못 위에’(Auf dem Teich, dem regungslosen) 이렇게 다섯 편의 시가 연작으로 쓰여진 연작시이며, 클룩하르트는 이 시의 내용을 따라 1악장 ‘느리게, 꿈꾸듯’(Langsam, Traeumerisch), 2악장 ‘열정적이고 격렬하게’(Leidenschaftlich erregt), 3악장 ‘차분한 움직임 속에서 섬세하게’(Zart, in ruhiger Bewegung), 4악장 ‘불처럼’(Feurig), 5악장 ‘매우 조용하게’(Sehr ruhig)를 작곡하였습니다. 오보에 대신 소프라노 색소폰으로도 연주되는 클룩하르트의 ‘5개의 환상곡’의 각 악장들의 토대가 된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 멀리 태양이 이별을 고하고 (Drueben geht die Sonne scheiden)/ 1악장 느리게, 꿈꾸듯 (Langsam, Traeumerisch)

Drueben geht, die Sonne scheiden,
Und der muede Tag entschlief.
Niederhangen hier die Weiden
In den Teich so still, so tief.

저 멀리 태양이 이별을 고하고
지친 하루가 지나간다.
여기 버드나무는 늘어져 있다.
너무나 고요하고 깊은 연못 속을 향해.

Und ich muss mein Liebstes meiden:
Quill, o Tharene, quill hervor!
Traurig saeseln hier die Weiden,
Und im Winde bebt das Rohr.

그리고 나는 나의 사랑하는 이를 져버려야 한다.
차오르는, 오 눈물, 솟구치는
버드나무는 여기서 슬프게 혼잣말을 한다.
그리고 갈대가 바람에 떨린다.

In mein Stilles, tiefes Leiden
Strahlst du, Ferne! Hell und mild,
Wie durch Binsen hier und Weiden
Strahlt des Abendsternes Bild.

나의 고요하고 깊은 고통에서
당신은 빛이 나네요, 멀리에서! 밝고 부드럽게
여기 갈대와 버드나무 사이로
저녁 별의 그림이 빛나고 있다.

흐려지기시작하고, 구름이 쫓아온다. (Truebe wird’s, die Wolken jagen)/ 2악장 열정적이고 격렬하게 (Leidenschaftlich erregt)

Truebe wird’s, die Wolken jagen,
Und der Regen niederbricht,
Und die lauten Winde klagen:
Teich, wo ist dein Sternenlich?

흐려지기 시작하고, 구름이 쫓아온다.
그리고 비가 내린다.
그리고 강한 바람이 탄식한다.
연못이여, 당신의 별빛은 어디에 있나요?

Suchen den erloshnen Schimmer
Tief im aufgewuehlten See.
Deine Liebe laechelt nimmer
Nieder in mein tiefes Weh!

희미한 빛을 찾는다.
격동적인 바다처럼 깊은 곳.
너의 사랑은 절대 웃지 않는다.
나의 깊은 고통에 빠지리라!

일몰(Sonnenuntergang)/ 3악장 차분한 움직임 속에서 섬세하게 (Zart, in ruhiger Bewegung)

Sonnenuntergang;
Schwarze Wolken ziehen,
O wie schwuel und bang
Alle Winde fliehen!

일몰;
시커먼 구름이 움직인다,
오 어찌나 후덥지근하고 불안한지
모든 바람이 달아난다!

Durch den Himmel wild
Jagen Blitze bleich;
Ihr vergaenglich Bild
Wandelt durch den Teich.

창백한 번개가 하늘을 가로질러
격렬하게 번쩍인다;
그녀는 덧없는 형상으로
연못가를 산채한다.

Wie Gewitter klar
Meine ich Dich zu sehen,
Und dein lange Haar
Frei im Sturme wehen!

확실한 천둥번개처럼
나는 너를 보고자 했다.
그리고 너의 긴 머리
폭풍 속에서 자유롭게 휘날려라!

비밀의오솔길에서(Auf geheimem Waldespfade)/ 4악장 불처럼 (Feurig)

Auf geheimem Waldespfade
Schleiche ich gern im Abenschein
An das oede Schlfgestade,
Maedchen, und gedenke dein!

비밀의 오솔길에서
나는 저녁 노을 사이로 몰래 들어가는 것을 즐긴다.
황량한 갈대밭으로,
소녀여, 그리고 그대를 기억한다!

Wenn sich dann der Busch verduestert,
Rauscht das Rohr geheimnisvoll,
Und es klaget und es fluestert,
Dass ich weinen, weinen soll.

덤불이 어둠에 잠기면
갈대가 비밀스럽게 웅얼거린다.
그리고 한탄하고 속삭인다.
내게 울라고, 울어야 한다고.

Und ich meine, ich hoere wehen
Leise deiner Stimme Klang,
Und im Weiher untergehen
Deinen lieblichen Gesang.

그리고 내가 하고픈 말은, 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린다.
너의 목소리처럼 작게,
그리고 연못에 가라 앉는다.
너의 사랑스러운 노래는.

연못위, 잔잔한 연못 위에 (Auf dem Teich, dem regungslosen)/ 5악장 매우 조용하게 (Sehr ruhig)

Auf dem Teich, dem Regungslosen,
Weilt de Mondes holder Glanz,
Flechtend seine bleichen Rosen
In des Schilfes gruenen Kranz.

연못 위, 잔잔한 연못 위에,
달이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며 머물고,
그의 빛 바랜 장미를 엮는다.
갈대의 초록색 화환에.

Hirsche wandeln dort am Huegel,
Blicken in die Nacht empor;
Manchmal regt sich das Gefluegel
Traeumerisch im tiefen Rohr.

사슴은 언덕 위를 오르다가,
밤하늘을 올려본다;
가끔 깊은 갈대밭에서
새들이 꿈결처럼 흘러간다.

Weinend muss mein Blick sich senken;
Durch die tiefste Seele geht,
Mir ein suesses Deingedenken,
Wie ein stilles Nachtgebet.

눈물이 흘리며 내려봐야만 해.
영혼 가장 깊은 곳을 관통한다,
너에 대한 달콤한 기억들이
마치 고요한 저녁 기도처럼.

인생의 사랑이라 믿었던 연인을 잃고 연못이 있는 갈대밭을 거닐며 자연의 모습을 빗대어 이뤄질 수 없는 슬픈 사랑을 우울하게 표현하는 레나우 시집의 대표적인 연작시 ‘갈대의 노래’를 오보에, 비올라, 피아노의 서글픈 음색으로 입체적으로 표현해 낸 클룩하르트의 ‘5개의 환상곡’은 시인 레나우의 시집과 사상을 이해하고 느끼는데 큰 도움을 주는 아름다운 클래식 명곡입니다.

글 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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