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밀란 쿤데라의 음악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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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체코 출신의 세계적 작가 밀란 쿤데라가 별세했다.
음악 교수의 아들로 태어나 스물다섯이 될 때까지 문학보다 음악에 더 열정을 지녔던 밀란 쿤데라는 음악학을 전공하고 실내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이런 음악적 배경은 그의 작품의 근간이 된다. 심지어 악상 기호를 텍스트 속에 그려 넣기도 했던 밀란 쿤데라는 소설의 숨겨진 의미와 연관성을 음악적 어법으로 표현한다.
음악과 밀접한 관계성을 지닌 밀란 쿤데라의 소설 작품 중 대표 작품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4명의 남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로 다른 색깔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역사와 사상(思想) 속에 방황을 거듭하며 결국 인간의 존재는 참을 수 없이 가볍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무엇보다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엔 밀란쿤데라의 독보적인 작문형식인 ‘문학과 음악의 결합’이 잘 드러나 있는데 밀란 쿤데라를 기리며 소설 속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등장한 음악을 정리했다. 밀란 쿤데라가 특유의 음악적 세계관을 중심으로 인용한 음악들을 소설과 함께 감상해보길 바란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속 베토벤

– 소설의 중심축으로 사용된 ‘베토벤의 현악4중주’

현악4중주 중 마지막 16번 곡은 베토벤 생애 마지막 작품이다.
죽음을 앞두고 온갖 병과 싸우며 작곡한 현악4중주 16번, 마지막 4악장엔  ‘괴로워하다 힘들게 내린 결심(Der Schwergefasste Entschluss)’ 이란 제목과 함께 다음과 같은 두개의 텍스트가 동기에 사용되었다.
‘그래야만 할까(Muss es sein)?’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  
이 두 개의 동기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에 등장해 주인공이 선택의 기로에 처할 때 마다 지표로 작용하며 운명적인 결정을 돕는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에 등장한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6번 
P. 58-59,  60-61, 315-316

추천음반/
Beethoven: String Quartets Nos. 12, 14, 15 & 16 – Vinyl Edition
(베토벤 : 후기 현악 사중주)
연주 – 부슈 현악 사중주단 (Busch String Quartet)
Warner Classics 2020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 베토벤
– 철학적 표현으로 사용된 ‘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

긴 연주시간,  화려한 색채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 
고전주의 음악 양식 완성을 이룬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 교향곡’!
귀가 들리지 않는 고통 속에서 불굴의 의지로 작곡된 ‘영웅 교향곡’을 밀란 쿤데라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 우리 생각에 인간을 위대하게 하는 것은, 아틀라스가 어깨에 하늘을 지고 있듯 인간도 자신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베토벤의 영웅은 형이상학적인 무게를 들어올리는 역도 선수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p.60

추천음반/
Beethoven: Symphony Nos. 1 & 3 ‘Eroica’ – Vinyl Edition
(베토벤 : 교향곡 1, 3번)
연주 –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지휘 –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Wilhelm Furtwangler) 
Warner Classics 2020


베토벤 : 교향곡 3번 ‘영웅’ 피아노 사중주 편곡 버전 음반/
Beethoven Explored Volume 6
아론 쇼어(피아노), 페테르 셰파드 스케르베드(바이올린), 도브 셰인들린(비올라), 닐 헤이드(첼로)
Divine Art 2015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 바흐
– 침묵의 들판에 활짝 핀 한 송이의 장미  

단순하면서도 견고한 특징과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바흐의 음악!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이 연구와 모범을 삼는 바흐의 음악은 소설가 밀란 쿤데라 다수의 작품에 인용되기도 했다.
특히, ‘G선상의 아리아’ 는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 영화 <동감> <세븐> OST와 다수의 광고에 사용되며 대중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대중에게 알려진 ‘G선상의 아리아’는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중 3번’의 ‘2곡 Air’를 19세기 후반,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트 빌헬미가 바이올린의 G현(제일 낮은 개방현)과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한 버전이다. 바흐 음악의 가장 신뢰할 만한 해석자로 평가받아온 바흐 전문가, 존 버트와 더니든 앙상블의 바흐 관현악 모음곡 전곡연주가 담긴 음반을 추천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에 등장한 바흐
P. 158

추천음반/
Bach : Orchestral Suites BWV 1066-1069
바흐 : 관현악 모음곡 전곡
(International Classical Music Awards 2023 Nominated – Baroque Instrumental)
연주 – 더니든 콘소트 (Dunedin Consort)
지휘 – 버트 (John Butt)
Linn 2023


글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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