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서 날아오른 카자흐스탄 문화의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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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의 추석을 앞둔 한 주는 그야말로 온 대한민국이 축제의 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평창 백일홍 축제, 고양 가을 꽃 축제, 수성못 페스티벌, 한성 백제 문화제, 시흥 갯골 축제, 진안 홍삼 축제, 안양 청년 축제, 아우르기 페스티벌, 충주 문화재 야행, 포천 농축산물 축제, 춘천 술 페스타, 영주시원 한마당 등등 이루 다 거명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 중에서 필자는 올해로 27회째를 맞는 인천의 ‘부평 풍물 대축제’와 원주의 대표 축제인 ‘2023 원주 댄싱카니발’을 각각 출연자와 해외 공연단 매니저의 자격으로 가까이서 만나 볼 수 있었다.
필자는 평소에 축제에 관해서 ‘내가 참여하는 축제가 좋은 축제이다!’라는 해괴한 지론을 펴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정말 그러했다. 이 지론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는데, 그 첫째는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소문만 들을 뿐 그 실체를 알 수 없으니 아무리 좋은 축제라도 좋을 수가 없다는 뜻이고, 둘째는 따옴표를 친 ‘내’가 참여해야 좋은 축제가 된다는 뜻이다. 즉 각각의 ‘내’들이 모여서 함께하는 축제가 진정 좋은 축제라는 의미이다.
‘27회 부평풍물대축제’가 그러했다. 왕복 12차선을 막고 세워진 거대한 무대에 서서 보니 족히 3,000여명은 되어 보이는 관객들이 부평역사를 뒤에 지고 흥과 기쁨에 가득 차 있었다. 하나하나의 ‘내’들이 모여 수천을 이루었고, 그 열기가 좋은 축제를 창조하였다. 역시 시민과 주민이 행복한 축제가 진정한 축제인 것이다.

27회 부평풍물대축제의 한 장면

‘2023 원주댄싱카니발’은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번에 새로 예술 총감독에 임명된 김정 감독으로부터 카자흐스탄의 무용단을 초청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축제 준비 일정 전반에 동행하게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카자흐스탄 ‘비술탄’ 국립 무용단을 섭외하는 과정에서부터 협력을 아끼지 않은 Dyusen Kaseinov 전 카자흐스탄 문화부 장관의 열정과 따뜻한 마음을 보았기 때문만도 아니다. 비행기를 갈아타가며, 불법체류가 많은 여타의 카자흐스탄 사람들로 인해 공항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 하여 한 시간 가까이 발을 동동 굴러가며 어렵게 입국한 무용단원들의 뜨거운 한국 사랑과 정열적이고 아름다운 춤사위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어렵게 출연하게 된 무용단을 정성스럽게 맞아주고 조직적으로 빈틈없이 축제를 만들어 가는 축제 조직위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원주 강원감영 앞에서의 카자흐스탄 ‘비술탄’ 국립무용단
환영리셉션에서 샤판을 선물한 듀센 전 장관 (좌로부터 박창호 대표이사, 원강수 시장, 듀센 카세이노프 전 장관, 김진태 도지사, 김정 예술총감독, 그리고 필자)

Dyusen Kaseinov 전 카자흐스탄 문화부 장관은 소비에트 시절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바이올리니스트이며, 카자흐스탄 공훈 예술가로서 카자흐스탄 공화국 외무부 대사, 독립국가연합의 인도주의와 협력에 관한 카자흐스탄 공화국 특별대표, TURKSOY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TURKSOY는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터키 공화국의 문화부장관 간 합의의 결과로 1993년에 설립된 투르크계의 유네스코라 불리는 국제기구이다.
Dyusen Kaseinov 전 장관은 우리 가곡 ‘비목’의 작사가인 한명희 선생과의 25년 인연을 늘 자랑스럽게 여긴다. 한명희 선생과 함께 카자흐스탄에 한글, 김치, 가야금 등 한국 문화를 알려왔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억양이 슬며시 고조되기도 한다. 이제 70이 중반을 넘어선 지금은 한국에 카자흐스탄 문화를 알리고 싶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이 먼 강원도 원주까지 국립 무용단을 직접 인솔하여 왔다는 것이다.
9월22일 연린 2023 원주 댄싱카니발의 개막공연을 관람한 후 리셉션 룸에서 가진 조촐한 환영 리셉션에서는 이번 축제에 초대해준 원강수 원주시장과 김진태 강원도지사에게 감사의 표시로 카자흐스탄 전통의상인 ‘샤판’을 직접 입혀주며 선물하였다. 저 무거운 전통 의상을 두벌이나 트렁크에 넣어 들고 오신 정성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사하게 보였는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분들은 모두 감탄해 마지않으며 즐거워하였다.

2023 원주 댄싱카니발 개막공연에서의 카자흐스탄 국립무용단

개막공연을 관람한 원주의 5천여 시민들은 ‘비술탄’ 카자흐스탄 국립무용단의 아름다운 의상과 몸짓, 날갯짓에 감동의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그 애절한 음악과 손짓들이 우리의 정서와 너무나 흡사했다. 환영 리셉션에서 듀센 장관은 “이번 축제에 큰 감명을 받고 간다. 우리가 한 번 왔으니 이제 한국의 문화를 가지고 원주가 와 달라”고 당부하였다. 젓가락질에 능숙하고 김치를 좋아하며 소주를 즐기는 듀센 장관의 바람처럼 대한민국과 카자흐스탄이 문화를 교류하며 예술로 소통하여 더욱 가까운 형제의 나라가 되어지기를 마음 깊숙이 소망해본다.

글 이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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