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나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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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왔기 때문에 가치관이 달라 소통이 쉽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특히 이른바 ‘꼰대’로 불리는 윗세대는 본인의 생각을 강요하고, 현세대의 방식을 납득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아랫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대면을 통해 상대방의 기분을 파악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콜포비아’라고 불리는 전화 공포증이 있을 정도로 통화를 피하고 메신저나 문자로 소통하는 것을 더 편해한다. 윗세대와 공통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고 서로 공감 가는 이야깃거리가 많지 않다 보니, 정보전달 수준의 대화를 하거나, 대화를 피하려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처럼 살아온 방식이 다른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본인의 입장만을 표하다 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는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흔히 ‘음악을 통해 소통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음악으로 소통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긴 어렵지만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다. 바로 음악 영화 ‘어거스트러쉬(August Rush’이다. 이 영화는 밴드 싱어이자 기타리스트인 루이스와 첼리스트인 라일라가 첫눈에 사랑에 빠졌지만, 라일라의 아버지에 의해 헤어지게 되고, 얼마 후 라일라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아기를 출산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녀에게 아이를 유산하였다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루이스와 라일라의 아들인 어거스트는 고아원에서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로 자라게 되는데 부모만이 자신의 음악을 알아보리라는 믿음으로 직접 부모를 찾기 위해 뉴욕으로 혼자 오게 되고 길거리에서 음악을 연주하게 된다. 루이스와 헤어진 후 첼로를 포기했던 라일라는 아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뉴욕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아이를 찾겠다는 희망으로 다시 첼로 연주를 시작한다. 루이스 역시 밴드 싱어의 삶을 버리고 있었으나 11년 전의 운명적 만남과 음악적 열정을 위해 다시 뉴욕으로 오게 된다. 이 영화에서 명장면이 바로 길거리에서 연주하던 어거스트가 우연히 아빠 루이스를 만나게 되는 장면이다. 서로가 아버지와 아들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함께 기타를 연주하며 음악적 교감을 나누는 장면을 보면서 음악으로 소통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처럼 음악으로 소통한다는 것은 음악을 듣고 서로 느껴지는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실생활에서도 가족 간에 음악으로 소통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족이 함께 TV를 보다 보면 서로 원하는 채널이 달라 결국 핸드폰을 보게 된다. 하지만 우연히 나온 한 가수의 무대가 가족 모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KBS 장수 음악 프로그램인 ‘불후의 명곡’ 같은 경우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나와 명곡을 리메이크하여 무대를 꾸민다. 2023년 4월 방송된 600회 특집에는 심수봉의 명곡이 재해석 되었는데 소향, 에일리, 송가인, NMXX(엔믹스) 등이 출연하였다. 심수봉의 데뷔는 1978년, 엔믹스 데뷔 2022년으로 무려 40년이 넘는 세월의 간극이 있지만, 후배 가수들이 선배 가수의 노래를 자신들만의 색깔로 편곡해 꾸민 무대는 시대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새로운 자극을 선사하는 듯했다. 또한, 이러한 무대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야기 나누고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월을 아우르는 노래에 대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심리과학협회(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 저널인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된 미국 코넬 대학교 심리학과 C.L.크러먼슬(Carol Lynne Krumhansl)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젊은 사람들은 부모가 10~20대 젊은 시절에 들었던 음악을 좋아하고,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기억의 돌출부’ 때문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62명의 20대 참가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음악적 배경과 부모가 태어난 연도를 물어보고 1955년에서 2009년 연도별로 빌보드 차트 1, 2위의 곡들을 들려주었다. 이 노래 중에 알고 있는 노래, 얼마나 그 노래를 좋아했는지, 노래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이나 만약 그 기억이 부모와 함께 들었을 때인지, 혼자 들었을 때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와 함께 들었던 기억인지 알아보았다. 예상대로 최근의 음악일수록 강렬한 기억이 남아있었지만 흥미로운 점은 1960~1969년, 1980~1984년과 같이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히트했던 노래들에 대해 ‘기억의 돌출부’ 현상을 나타낸 것이다. 부모나 조부모가 젊은 시절에 들었던 노래들에 대해 지금 젊은 사람들이 개인적이고 향수 어린 감정을 가진 것으로, 예를 들어 부모가 들려주는 음악 장르에 따라서 자녀들은 들리는 음악에 대해 개인적인 기억과 취향을 가지게 되고 다시 그 음악을 들으면 감정적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음악 취향의 대물림이라고 하며, 음악 취향을 대물림하는 것은 부모와 자녀들 간의 음악적 소통을 통해 나타난다고 한다.
엄마가 아이를 재울 때 들려주던 노래, 가족들이 함께 여행을 떠날 때 따라 부르던 노래가 또 다음 세대에 이어지는 것은 음악적 소통을 원활히 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오늘따라 더 다가가기 어려운 아버지에게, 문을 닫고 휴대전화에만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어렵지만 음악으로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 진심은 항상 통하기 마련이다.

You know what music is? God’s little reminder that there’s something else besides us in this universe, a harmonic connection between all living beings, every where, even the stars.
음악이 무엇인지 알아? 이 우주에 우리 말고도 다른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의 목소리지. 모든 곳에 있는 생명체들의 조화로운 연결고리란다. 별조차도.
-영화 어거스트 러쉬 中

[참고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화가 줄어든 가족, 음악으로 소통하세요. 네이버 포스트. 2022.01.20.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3153350&memberNo=1891127
김윤정. ‘콜포비아’, 전화말고 카톡으로 하면 안 될까요?. HIDOC뉴스. 2019.01.23.
https://www.hidoc.co.kr/healthstory/news/C0000449121
김형찬. 아리랑을 계속 리메이크해야 하는 이유. 한겨례. 2015.07.24
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701707.html
Young adults are fond of their parents’ music, too. 2013.09.11
https://news.cornell.edu/stories/2013/09/young-adults-are-fond-their-parents-music-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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