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무대를 꽃피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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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오페라 ‘이중섭’ – 서귀포의 환상
10월 7일 (토) 오후 5시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극장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 ‘오페라 이중섭’ 막공이다. 2023년 10월 7일 오후 5시. 공연은 커튼이 오르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게 아니다. 오픈을 위해 커튼을 준비하기까지의 과정은 공식적인 공연 이상의 긴장감이 감돈다. 어찌 한 순간에 ‘짠’ 하고 피어나는 꽃이 있겠는가.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 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중략)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시 ‘국화 옆에서’의 서정주의 독백처럼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전날 푹 잠을 잤다는 이야기를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다. 윤여정씨가 영화 미나리로 수상할 때 그랬다.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꽃 피우기 위해

티켓 창구에서 영화관 앞의 김빠진 아가씨를 그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직원들은 프로그램 한 장이라도 허투루 다루지 않는다. 무대에서는 혹시 0.1 %의 부족한 점이 없는지 스태프들이 하나씩 점검하고, 스크린과 현무암 돌담을 설치한 검은 제주도의 무대는 주인공들의 쏟아지는 땀을 받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빈 의자들도 그냥 있는 게 아니다. 광야를 외치는 관악주자들이 성악가들의 열정과 혼연일치하는 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명상을 취하고 있다. 빈 객석의 허공에는 산사의 목탁처럼 마이크 테스팅의 음성이 오갈 뿐이다.
저 아래 귀퉁이에는 관객에게 들키지 않을까 눈치를 보면서 자막을 테스트하고 있고… 공연 두 시간 전부터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한편의 무대를 완성하기 위해 수고하고 애쓰는 서귀포예술의전당 직원들이야말로 오페라의 성공을 위해 참으로 귀중한 일꾼들이라는 생각이다.

마침내 피어난 꽃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들.. 공연은 준비하기 전부터 이미 공연이다. 공연은 당일 피어나는 꽃일 뿐이다. 공연이 끝난 후의 정취를 감성적으로 노래했던 제임스 브라운의 The Load out Stay가 아름다운 것처럼… 아니다.
서귀포 자구리포구에서 밤바다를 그리다, 밀려오는 파도에 고향 원산과 어머니, 광복과 혼례식, 6.25와 1.4후퇴 등의 기억을 떠올리며 결국 가족을 위한 그림 작업에 몰두한 것처럼, 무대는 관객들의 마음에 살아있는 한 계속되는 그 무엇이다.

글 김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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