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지휘 비트의 명징한 사운드 돋보인 춘천시립교향악단 제169회 정기연주회

20

1020() 오후 730분 춘천문화예술회관

송유진 지휘 아래 춘천시립교향악단 제169회 정기연주회가 지난 10월 20일 오후 7시반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협연자는 피아니스트 이진상. 이번 음악회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장대’함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알다시피 이진상이 협연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은 ‘실패와 극복’이라는 작곡가 자신의 의지와 러시안적인 방대한 스케일 등이 혼재된 것으로 특히 우리나라 클래식애호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곡이라는 점에서 그 장대함이 홀을 가득 채웠다. 모차르트의 작품 ‘주피터’는 모차르트가 한 해 동안 작곡한 교향곡 중 가장 정점을 치달을 때 작곡했다는 점에서 역시 ‘장대하다’는 표현이 적확하다. 이런 점에서 춘천시향의 이번 기획이 장대한 음악을 시민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방향이라면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특히 예술적인 면에서 이진상의 피아니즘은 익히 알려져 있으나 춘천에서의 호연이 두루 칭찬할 만하다.

관악의 완성도 돋보인 음악회

무엇보다 관악의 완성도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이진상의 점층적인 도입부 피아니즘을 현악부가 받혀주고 이어 관악을 포함한 모든 악기들이 화음을 교류할 때면 특히 관악파트에서 프로 연주의 균열이 발생하거나 노련미의 한계가 노정되곤 하기에 감상자도 관악 연주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그러나 가장 흔들리기 쉬운 플룻마저 완벽하게 소화해주었다.
송유진의 지휘 능력을 한 번의 감상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관악의 성격을 잘 파악해서인지 각 악기의 소리는 날선 칼로 정확하게 자르듯이 명징하고 깔끔한 인상이었다. 여기에 더해 콘트라베이스가 단지 배음만을 발현하는데 집중하지 않고 자기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송유진 지휘자의 큰 시각을 느끼게 했다. 대부분 음악회의 골칫거리는 청중의 자세인데 각 악장마다 ‘박수를 아껴 달라’는 주문을 모니터에 적시해놨다. 그에 화답하듯 관객들의 수준 높은 감상태도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거목으로 성장한 춘천시향, 앞으로 더 기대돼

프로그램 구성이나 피아니스트의 탁월한 피아니즘 등 연주 완성도 면에서는 더더욱 나무랄 데를 찾을 수 없었다. 특히 청중의 극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현악 보잉의 태도는 충분히 몰입하게 했음을 칭찬해주고 싶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이번 연주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그 기획 의도를 관객들도 짐작할 수 있도록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 가지 더 부가한다면, 각 곡의 연주시간이 다소 길었기에 연주자들이 지친 상태일 수도 있지만 앙코르는 청중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싶다. 피아니스트 이진상 역시 대곡을 연주했다 하더라도 앙코르를 외치는 청중의 부탁을 받아주었더라면 더 인상 깊은 연주회가 되지 않았을까? 이유야 있겠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여러모로 이번 연주회에서 이제 거목으로 성장한 춘천시향의 현재와 더 나은 희망을 발견했다. 아니 어쩌면 시민들의 희망이랄 수 있다. 관중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는 데 깜짝 놀랐다. 이들이 클래식 인구로 꾸준히 성장한다면 춘천의 음악적 민도와 수준은 수도권 이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다. 더구나 세계적인 연주자에 대한 예의, 단 한 사람도 악장 간 박수를 치지 않는 이례적인 예의에 대해 춘천의 음악적 수준 역시 세계적이 아닌가, 두 눈을 의심했다.
이런 분위기였기에 피아니스트 이진상은 자신의 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었고, 오케스트라와의 경쟁과 협력 사이에서 줄타기를 무난히 소화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초보자들도 각 악기의 사운드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고 명징한 사운드를 이끌어낸 송유진의 정확한 지휘 비트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다음 공연에도 또 오고 싶은 열망을 자극한 음악회… 서울에서 춘천까지… 가는 시간보다 돌아오는 시간이 더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만큼 행복했기 때문이다. 춘천시민들은 또 얼마나 행복했을까 싶다.

글 김종섭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