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4thToy Music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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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리, 작은 것이 더 소중한 시대
12월 9일 (토) 오후 7시 샤론홀

우린 너무 큰소리만 듣고 산다. 목소리 큰 사람이 주도하는 세상에서 작은 소리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큰 아파트, 큰 차, 큰 키 그리고 큰 악기… 우리가 나누는 대화가 거인의 소리만으로 이뤄진다면 온 천지가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았을까?

술집을 상상하면 된다. 이웃 테이블의 음성이 거인들의 음성들이 핑퐁처럼 오간다면 우리는 헤라클레스의 천둥 목소리로 끌어올려야 하고, 옆 테이블은 삼손의 포효로 지껄여야 한다.

피아노의 발달사를 보면 피아노가 다윗의 두통에 펜잘 역할을 했던 하프의 자장가에서 쳄발로와 하프시코드로, 그리고 소리를 더욱 키우는 크리스토포리의 피아노가 개발되었다.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소리가 더 큰 피아노로 진보하기 시작했다. 귀먹은 베토벤에게 큰 소리를 제공해주는 존 브로드우드 피아노가 개발되었고 산업혁명과 함께 줌페니의 스퀘어 피아노 등 규모가 소리가 점점 커진 끝에 대형 홀에서 연주할 수 있는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21세기 공연장을 모두 접수했다.

대형 건반악기가 필요하긴 하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소리가 저렇게 크다면 작은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음악적 소리를 들으란 말인가?

다행히 우리에게는 유럽 몇 곳에서나 감상할 수 있는 토이 피아노 연주를 접할 수 있다. 작은 소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2월 10일 오후 7시 서초동 샤론홀에서 펼쳐진 현대음악의 굿거리들은 제4회 토이피아노페스티벌의 흥겨운 소음이었다. 이건 분명 일상의 음악회가 아니었다. 토이피아노는 작지만 큰 피아노와도 얼마든 어울리는 작은 거인임을 입증하고, 어느 연주회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진 퍼포먼스는 또 얼마나 재미나는가.

서로 소리를 맞출 필요 없이 내 맘대로 노래 부르겠다고 지저귀는 40여 개의 작은 악기들이 홀을 숲속으로 바꾸는가 하면, 선글라스를 낀 채 연주자가 서로 방향을 달리한 채 인사하더니 이내 엉덩이로 피아노를 치는 연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청중은 배시시 웃음을 한참 동안 흘릴 수밖에…

풍선을 악기 삼아 손으로 기괴한 ‘뽀드득’ 소리를 연출하면서 종국에는 하나씩 풍선을 터트리며 연주를 이어가는 쾌감은 단지 연주자들만이 느낀 게 아니었다. 청중들도 스트레스를 날렸다는 듯 ‘와하하하’ 웃어젖혔다.

이 작은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독일 등 머나먼 땅에서 온 외국 연주자는 논피아노 앙상블의 제니퍼 히멜, 다리아 카르미나 로시포바, 베른하르트 포그라셔, 스티븐 타노토 등 4명이며 칼하인츠 에슬, 로스 제임스 카레이 등의 작곡가들도 참석했다.

이번 토이 페스티벌에는 국내 작곡가들도 두루 참여했는데 조윤정, 권성연, 서화영, 정영하, 조상욱, 최환용 등의 작품들이 연주되었다.

토이피아노페스티벌은 큰 소리가 주목 받는 세상이라지만 오히려 작은 소리여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현대음악이란 어려운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는 것조차도 음악이라는 포용적이고 호혜적인 넓은 시각을 갖게 해준다. 얼마나 교훈적이고 따뜻한 음악회인가. 나아가 퍼포먼스를 통해 재치가 넘치는 블랙과 화이트의 코믹세계를 넘나드는, 그래서 웃음이 메마른 이 시대에 촉촉한 미소를 살포하기에 충분했다.

이 아까운 음악회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토이피아노가 지속적으로 양산되고 어린이든 어른이든 사랑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토이피아노를 제조하는 회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이피아노의 존재가치를 알리고 작은 소리들, 소음까지도 우리 음악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고 있는 축제 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김미영에게 박수를 보낸다.

글 김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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