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학교 융합예술대학원 음악학과 황문희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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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해야

조용한 열정은 반어적인 표현이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리더들은 대부분 조용한 열정의 달인들이다. 1974년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토론토대학 교수 애너톨 래퍼포트는 타인을 상대로 행동하는 방식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은 첫째 협동, 둘째 상호성, 셋째 용서라고 발표했다. 다시 말해서 한 개인이나 조직이나 집단이 다른 개인이나 조직이나 집단을 만날 때 먼저 협동을 제안하고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서 자기가 받은 만큼 남에게 주는 데에서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중)

세종대학교 융합예술대학원의 자랑부터

책임 있는 자리에 앉은 교수들은 일반 교수들과는 분명 다르다. 그건 학교 본부에서 목표를 향해 밀어붙이기를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과업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진정 애교심과 타고난 열정으로 온 힘을 다하는 분들이 있다.

피아니스트이자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 음악학과 황문희 주임교수는 열정을 바탕으로 타인과의 협동의 중요성을 아는 책임자이다. 음악학과의 학생모집과 진로에 이르기까지, 아니 자신과 인연을 맺은 학생들의 장래까지 같이 고민해주는 그는 음악학과를 이끌어가는 수장으로서의 본래면목(本來面目)과 본분의 일 즉 본분사(本分事)를 잘 알고 있는 교수다. 자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볼테르의 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황문희 교수는 그만큼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 음악학과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

“21세기가 얼마나 빠르고 숨 가쁘게 변화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거예요.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은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 세상 속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뻗어 나갈 수 있는 예술인을 양성하기 위해 온 교수진들이 노력하고 있답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교육의 가치와 전통적인 방법은 지키면서 변화를 적용한 실용적인 학습을 가미하기 때문에 오늘날 요구하는 음악적 트렌드와 다양성을 누구보다 빨리 캐치하고 적용해 냅니다. 저희 학생들이 처음 입학해서 석사과정을 통해 발전하는 걸 보면 정말 무섭거든요. 현시대가 원하는 가장 최적화된 인재들로 성장합니다. 그리고 졸업 후에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예술의 다양한 분야에서 직업예술인으로서 활발히 활동하게 됩니다.”

김세훈 융합예술대학원장

당초 ‘피아니스트 황문희’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려 했지만, 황 교수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학교가 있어야 교수가 있고, 학교도 존재하려면 학생들이 있어야 하니 음악학과를 책임지고 있는 마당에 개인의 인터뷰보다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이 얼마나 훌륭한지 얘기부터 꺼내고 싶다는 것이다.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황문희 개인에 대한 질문도 하기 전에 세종대 얘기부터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게다가 애너톨 래퍼포트의 협상의 원리처럼 우리 서로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를 위해 ‘협동’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러니 어찌하리… 세종대 이야기부터 할 수밖에.

더 많은 연주 기회를 주고 싶은 대학원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 음악학과는 크게 피아노 교수학과 피아노 연주학, 관현악 성악 전공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쨌든 기본은 탄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술대학원으로서 실기 중점교육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일반대학원과 차별화라고 느낄 만큼 실전 연주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 학기 실기우수자 연주회, 앙상블 연주회 등 연주회를 자주 개최하고 국내 외 최고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마스터클래스 그리고 여름방학에는 썸머나이트 콘서트 등도 개최하는 등 최대한 연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제리 율스만이라는 사진작가가 있다. 플로리다대학교 사진학과에서 가르칠 때 수업 첫날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사진의 ‘양’에 초점을 맞추고 많은 양을 무조건 촬영해오라고 지시했다. 100장을 낸 학생에게는 A학점, 90장은 B학점, 80장은 C학점을 주기로 했다. 다른 한 그룹은 사진의 ‘질’에 초점을 맞췄다. 단 한 장만 제출해도 되는데 단지 완벽에 가까운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러면 이 두 그룹 중 어느 그룹에서 최고의 작품이 나왔을까? 한 학기가 끝난 후 제리 율스만은 최고의 작품이 모두 사진을 무조건 많이 찍은 그룹에서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그룹의 학생들은 수많은 사진을 찍고 구도와 조명을 실험하고, 암실에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등 실수를 통해 기술을 연마했기 때문이다. 반면 사진의 ‘질’에 초점을 맞춘 학생들은 완벽함을 고민하다가 결국 검증되지 않은 평범한 사진만 제출한 것이다.

이는 음악에도 적용된다. 무조건 실전 무대를 많이 펼친 연주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황문희 교수는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대 기회를 어쨌든 많이 마련해줄 계획이다.

“저 역시 지금까지 피아노 연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회피하지 않고 무대에 섰거든요. 많은 연주 실습의 기회가 학생들이 긴장된 무대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본인들의 연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융합의 참뜻은 순수를 초월한 실용에 있다

융합의 또 다른 이름은 순수를 초월한 ‘실용’에 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연주를 하더라도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취미에 불과하다. 전공은 곧 생활력과 연결될 때 그 가치가 있는 법이다. 융합예술대학원 음악학과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융합’의 길을 마련해주고 있다. 어떤 면에서 하나의 장점인데 교과과정 수업을 진행하는 중에 ‘교수법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교육 컨텐츠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피아노 대표 교재 ‘피아노 어드벤처’ 1급 지도자 자격증, 캐나다의 ‘RCM 교재’ 세미나 과정과 박태희의 ‘땡큐 피아노’ 교재 지도자 수료증 등과 연계하고 있다. 교수법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실전, 자격증 등을 원스톱으로 해결해 주고 있다. 융합은 디지로그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병용이라고 할까? 코로나가 낳은 최대의 기술적 진보는 바로 온라인에 있다. 세종대도 디지로그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제1회 피아노페다고지 학술 세미나

“저희 피아노 교육 프로그램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고 있답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변형된 교육방법이지만 좋은 점도 많더라고요. 온라인 덕분에 블렌디드 러닝 방식으로 직장인들이나 또 지방에서도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음악 전공이라 해도 융합미술대학원 안에 개설된 실용예술, 공연예술, 문화예술경영학과 등 다른 학과 간의 학점 교류와 융합 교육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미래가 필요로 하는 멀티 인재, 멀티 예술의 달인들을 배출할 수 있습니다.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에 오시면 누구든지 ‘창의 융합 콘텐츠 제작’이라는 유혹에 다들 넘어갈 거예요.(웃음)”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또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은 강의는 온라인으로 집에서 사전에 학습하고, 오프라인 공간, 즉 대학에서는 동료와 선생님과 실전 학습을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플립러닝을 다르게 말하면 Flipped classroom(거꾸로 교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기술을 통해 멀리 지방에서도 얼마든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융합예술대학원은 이미 교실의 강의 중심에서 실습 중심으로 뒤집어 진행한 지 오래되었다.

교육의 책임이란 자기가 받고 싶은 것을 타인에게 해주는 일에서 완성된다. 가르치기만 하고 졸업 후에는 나몰라 하는 교육은 이제 실패의 길을 피할 수 없다. 세종대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황문희 교수는 졸업을 했다고 해서 인연이 끊기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스승과 제자 사이, 졸업생과 졸업생들 사이의 끈을 계속 이어가도록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학생들도 애교심이 생기고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졸업한다고 해서 우리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죠. 졸업 이후에도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 연결하기 위해 졸업생들로 구성된 연주단체도 결성했답니다. ‘세종 뉴웨이브 뮤지카’라는 앙상블 단체인데 2022년 창단 연주회를 갖고 작년 9월 22일에는 제2회 정기연주회도 개최했습니다. 이렇게 졸업생들과도 지속적인 소통과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전공실기레슨을 하고 있는 황문희 교수

음악을 공부하고 싶은 모든 이를 위한 과정
연주디플로마과정의 교육과정도 개설

융합은 실용이고 실용의 목적은 ‘편의’에 있다는 점에서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은 학위 과정 외에 다양한 이유로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편의’에 목적을 둔 연주디플로마과정을 개설해 두고 있다.

연주디플로마과정은 지난 2020년 9월에 피아노 전공부터 개설해 현재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성악 전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공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연주디플로마의 주된 목표는 단기간에 실기 실력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1대1 맞춤형 커리큘럼으로 진행되는 실기 레슨과 함께 균형 잡힌 이론 수업으로 이뤄지는데 이 과정을 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서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과 병행하면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학위 과정을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든 비학위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이 과정에 참여하는 학생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현재 음악 전공하시는 분들 중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준비하면서, 또 유학을 준비하면서 지원하시는 분들도 있고, 이미 사회에서 교육하시면서 재교육을 위해 등록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지역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입니다. 미국이나 중국, 말레이시아에서 온라인으로 수강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글로벌 프로그램으로 확장하고 있죠. 또 제주도, 거제도 등 먼 지방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병행해서 수강할 수 있고, 어린 시절 음악을 공부했지만 꿈을 이루고 싶은 중장년층, 새로운 삶의 원동력을 위해서 지원하시는 분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수강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음악 전공과 무관한 학생이나 중장년층도 배울 수 있고요.”

제2회피아노페다고지학술세미나

음악 전공이라도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안에 개설된 다른 학과간의 학점교류 및
융합교육을 통해 폭넓은 예술문화컨텐츠의 결합을 경험하면서
미래의 예술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연구합니다.

사실 음악을 배우려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해 연주디플로마과정 학생들 개개인의 목표에 맞춰 개인 맞춤형 커리큘럼으로 지도하고 있다.

“또한 연주디플로마과정 학생들은 대학원 과정의 이론 과목도 수강하실 수 있고, 융합예술대학원의 수준 높고 실력 있는 교수진들과 실기 수업을 할 수 있어요. 시간상 또 경제적인 상황상 학위 과정을 공부하기 힘든 분들에게도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과정입니다.”

황문희 주임교수는 음악을 공부하고 싶은 어떤 분에게도 적용되는 지침으로 ‘음악 전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또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갖고, 그 열정을 불쏘시개로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한다면 남들보다 조금 늦게 음악을 시작했더라도 음악인으로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에 문을 두드리라는 것이다. “저희 대학원은 직업적으로 실용적인 예술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출 수 있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해 때로는 피아노 페다고지 학술 세미나도 직접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런 학술 세미나를 통해 석사학위와 연주디플로마과정의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하곤 하는데 우선은 지난 11월에 개최했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다시 세워지면 월간리뷰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현장에 오시면 우리 교수진들의 다양한 교수법을 확인할 수 있고 융합예술대학원 재학생들이 연주회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학술 세미나는 수료증도 발급합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서 정보를 드리지만, 더 궁금한 분들은 직접 현장에서 확인하셔도 좋고요. 언제든 세종대를 찾아오셔도 친절하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학교와 커리큘럼 등 여러 가지 궁금한 점 제가 직접 상담하고 있으니 언제든 문의하시면 됩니다.”

연주디플로마과정연주회기념사진

황문희의 끝없는 도전

드디어 이야기가 황문희 교수의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으로 옮겨졌다. 그런데 역시 융합예술대학원을 책임지고 있는 교수답게 연주회 역시 창의적으로 펼친다는 이야기부터 꺼낸다.

“제가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지만 모든 연주자들도 마찬가지예요. 연주란 완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교육을 통해서 또 연주를 하면서 늘 배우고 있습니다. 더구나 연주자이기에 앞서 교육자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더욱 전범(典範)적인 모델로서의 연주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 때문에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더욱 잘 가르치기 위해 연주를 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황 교수는 매번 독주회나 다양한 컨셉의 연주회를 개최할 때 다양한 계층과 다양한 연령층 다양한 실력자들, 다양한 학생들과 접하기 때문에 청중들과 더 소통하기 위해 소수에게 한정된 이런 음악이나 특별한 계층만을 위한 음악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대중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회를 위해 본인이 직접 해설하는 해설음악회를 비롯, 신선하고 창의 융합적인 콘텐츠를 기획해 무대에 오른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황 교수 특유의 창의적인 기획력으로 매번 새롭게 꾸미고 있다.

황문희 교수는 이미 ‘서정적인 톤과 탄력 넘치는 소리로 선율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잘 조절된 테크닉과 원숙한 음악적 결합을 보여주는 연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평소 정중동의 자세로 조용한 듯 연습에 몰입하면 하늘이 무너져도 피아노에만 천착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기질을 바탕으로 타고난 재능에 힘입어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진취적인 피아노의 정신을 꿈꾸었던 그는 고교졸업 후 미시간주립대(Michigan State University)에서 학사(BM)를 최우등(Summa Cum Laude)으로 졸업했다. 서양으로 따지면 성토마스교회에서 28년간 일했던 바흐의 끈기요, 동양으로 따지면 아무리 바꾸기 어려운 기질도 꾸준히 하면 바뀐다는 함양과 제찰의 퇴계 이황처럼 끈기 있게 공부했다.

학구열에 불이 붙은 그는 내친김에 뉴욕의 맨해튼 음대(Manhattan School of Music)에서 석사(MM)와 전문연주자과정(PS)을 취득했다. 이어 실기와 이론을 겸비해야 하는 양수겸장의 미국교육을 정복하기 위해 보스턴 대학(Boston University)에서 ‘드뷔시 에튀드 2권에 관한 연주 분석’(A Performance Analysis of Claude Debussy’s Douze Etude Livre II)이라는 논문을 발표, 박사학위(DMA)를 받았다. 살아온 과정은 서너 줄이지만 이 과정을 마치기 위해 황문희 교수가 흘린 땀과 노력을 어찌 감히 짐작이나 하겠는가. 그래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피아니스트다.

연주자로서 걸어온 길

그의 피아노에 대한 평가는 한두 명의 평론의 글로 압축할 수 없다. 이태리 IBLA Grand Prize 국제 콩쿠르 입상하는가 하면 미시간 MTNA콩쿠르에서는 우승을 차지했고, New York International Solo Competition에서도 1등, Artist International Audition에서는 Special Award 수상했다. 이 덕분에 지난 2001년 4월 뉴욕 카네기 와일홀에서 뉴욕 데뷔 독주회를 펼쳤고 2018년 7월에 다시 한번 카네기 와일홀에서 독주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뉴욕 청중들과 교감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솔리스트로서 춘천시립교향악단(춘천문화예술회관), 팬아시아필하모니아(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서울아카데미앙상블(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협연했으며, 해외에서는 불가리아의 소피아필, 플레벤필, 체코의 야나첵필, 러시아의 국립 헤미타쥐 오케스트라, 폴란드의 오폴레필 등 유럽 현지 초청 협연 무대가 끝없이 이어졌다.

특히 헝가리의 피델리오(Fidelio) 음반사와 계약하여 베토벤 협주곡 3번과 쇼팽과 드뷔시의 솔로곡이 수록된 음반을 한국, 헝가리, 미국에서 발매하며 음반발매 기념 독주회(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를 열기도 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멀킨홀, 야마하홀, WMP Concert Hall의 Strad for Lunch 콘서트시리즈, 뉴저지의 스타인웨이갤러리, 보스턴의 독일문화원과 스타인웨이홀, 펜실베니아의 피터홀, 중국 베이징의 한중문화교류의 밤 등에서 초청연주회를 열고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연주자로서 청중을 감동의 세계로 이끌었다.

실내악 연주자로서도 그의 활약은 빛났다. 도이치 오퍼 베를린(Deutche Oper Berlin)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토마스 토마셉스키, 피아니스트 빈센트 드 브리스, 바이올리니스트 황순빈 등과 듀오 리사이틀을 수차례 함께했고, 트리오 에스텔라(Trio Estella)를 창단하여 페리지홀의 런치 콘서트와 프라움악기박물관의 토요음악회에서 수차례의 초청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도이치오퍼 악장인 토미스토마셉스키와의 듀오연주

또 예술의전당 싹페스타 클래식 버스커 공연, 여름방학청소년을 위한 피아노두오연주회, 미시간피아노카메라타의 정기연주회, 서울역사박물관 재능나눔콘서트, 화정박물관 연말콘서트, 메노스앙상블의 ‘영화, 클래식을 만나다’ (KT 체임버홀), 장애인 및 다문화가정을 위한 사랑나눔음악회(국회의사당 헌정기념관 대강당), 서울과학기술대학의 월요공감음악회 등 다양한 연주 무대에서 국내외 아티스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종대학교 융합예술대학원 졸업생들로 구성된 세종 뉴 웨이브뮤지카(Sejong New Wave Musica)를 창단, 황문희 교수의 주도 아래 앙상블 무대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독주회마다 새로운 작품 배우는 자세 견지

“미국, 영국, 독일, 폴란드, 오스트리아에서 개최된 뮤직페스티벌이나 마스터클래스, 피아노 페다고지 컨퍼런스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 많이 참가했던 것 같아요. 세계적인 정상급 아티스트들과 함께 공부하고 연주했던 경험들이 신선한 음악적 영감과 자극으로 저를 성장시켰다고 생각해요.”

그토록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해도 국내에서 자리를 잡기란 사실 쉽지 않은 게 한국의 현실이다. 미국 펜실베니아 모라비안 대학에 재직한 경력도 있었지만, 귀국 후 안양대학교 겸임교수, 상명대학교, 가천대학교 및 동 대학원, 글로벌미래교육원에 출강하면서 황문희 교수의 실력을 조금씩 입증해나갔다. 겨울 유로뮤직페스티벌의 초청교수, WTPA 한국지부 초청 공개 마스터클래스에서 가르치는 등 외롭고 힘겨운 피아노의 길을 걸은 끝에 지금 세종대학교 융합예술대학원 음악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연주회를 감상하면 그가 걸어온 삶이 느껴진다. 숱한 경험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 무대에 오를 때마다 자신만의 기획으로 청중들에게 임팩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황문희 교수. 이런 시도들은 클래식 음악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독주회마다 새롭게 연구하는 작품들을 포함해 늘 배우는 자세를 견지합니다. 단순히 작곡가의 의도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느낌과 감성, 이야기를 관객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레퍼토리를 구성하거든요. 저는 현대작품들도 곧잘 연주하는데 그럴 때는 어둠 속에서 미로를 찾는 것처럼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런 작품을 공부하고 탐구해갈수록 조금씩 작품의 특징과 구조, 음향 등이 눈에 보이면서 새로운 작품을 배운다는 즐거움이 가득해져요.”

현대작품을 연구하다 보면 뜻밖의 ‘반전’도 있다. 극도의 불협화음을 지닌 곡들을 접하다 보니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연주해왔던 바로크, 고전, 낭만 등의 작품들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지도 깨닫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한층 성장하는 제 모습이 뿌듯하고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앞으로도 현대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시대의 작품들의 솔로 레퍼토리, 그리고 창의적인 융합 콘텐츠 제작 및 앙상블도 시도하며 클래식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청중들에게도 다양한 예술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답니다.”

학창시절에는 레퍼토리 확장과 저의 자아실현을 위한 완벽한 연주만을 꿈꾸며 연습에 매진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연주자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 다양한 수준과 연령의 학생들을 마주하며 음악회를 개최하면서 스스로에게 ‘연주의 이유’를 묻곤 했다.

“맞아요. 그런 질문은 ‘어떻게 하면 대중들이 클래식 음악을 통해 힐링하고, 보다 쉽게 접근 할수 있을지’ 하는 고민으로 이어졌고, 연주자로서 음악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조금이라도 끼칠 수 있기를 희망하며 무대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춘천시향과 협연

가장 중요한 꾸준함성실함

황문희 교수는 연주자로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어제보다 오늘 더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꾸준함’이 중요하다. 그야말로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백장스님의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의 정신으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 음악학과 주임교수이자 ‘선배 음악가’로서 황 교수는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울림 있는 조언을 남긴다.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과 ‘성실함’입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음악적 자질도 중요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음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타인과의 비교로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비교의 대상을 타인에게 두어서는 안됩니다. 타인이 아닌 ‘어제의 나 자신’과 비교하시면 됩니다. 어제의 나보다는 ‘조금 더 발전된 오늘의 나’를 만들어 가고 성장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면 훨씬 즐겁고 긴 호흡으로 공부할 수 있거든요. 빠르게 가기보다는 천천히 차근차근,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구축해나가기를 권합니다. 세종대학교 융합예술대학원은 그런 마음을 갖고 오시는 모든 분들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 김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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