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계의 발자취를 찾아서… 테너 박인수 추모 음악회를 위한 제자들과의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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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1일(금) 오후 5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작년 3월 1일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난 테너 박인수 교수를 기리는 마음으로 제자들이 1주기 추모음악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다. 테너 박인수 추모음악회는 한국음악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박인수 선생의 학창시절부터 미국에서의 활동,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한 헌신, 한국민요 연구 등 음악인생을 시기별로 나누어 선생의 수많은 애창곡 중 엄선하여 제자들이 연주하는 무대로 구성했다. 특히 2021년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으로 IBK챔버홀에서의 독창회를 준비했으나 코로나로 결국 무대에 올리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담아 당시 함께 준비했던 피아니스트 신수정 교수와 함께 연주하여 선생의 영전에 바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제자들이 선생을 존경하고 추억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준비한 이번 공연을 통해 테너 박인수 교수를 추모하는 뜻 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 테너 박인수 추모 공연을 앞두고 제자들의 대표로 테너 김성진 인제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교수, 테너 정의근 상명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테너 이병삼 대구가톨릭대학교 음악공연예술대학 음악학과 교수와 함께 생전의 테너 박인수 선생은 어떤 성악가였고 스승이었는지 그의 음악적 궤적을 살펴보았다.

테너 박인수 추모음악회를 기획하게 된 취지와 배경을 설명해 주세요.

박인수와 음악친구들

많은 분들께서 이미 알고 계시듯이 박인수 선생님께서 23년도 2월 말에 갑작스럽게 미국에서 소천하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여덟 달 전, 모 방송사에서 선생님의 삶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촬영을 했는데 그때 제자들이 선생님의 생신과 스승의 날을 겸해서 즐거운 자리를 같이 하는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그 시간이 선생님을 뵌 마지막 시간이 됐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 선생님을 뵌듯한데 그리 황망하게 선생님께서 떠나 가셨다는 것이 솔직히 그때도 지금도 전혀 믿기지를 않습니다. 선생님을 스승으로서 아버지와도 같이 따랐던 제자들이 크나큰 상실감에서 벗어나 이제는 선생님과의 추억을 혼자가 아닌 선생님을 사랑한 여러 사람과 같이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갖자는 의견에 하나가 되었고, 사모님 되시는 소프라노 안희복 선생님께서도 저희 제자들의 의견에 격려와 응원을 해 주신 덕에 이번에 첫 번째 추모음악회가 성사됐습니다.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제자들이 선생님 돌아가신 1주년을 맞아 선생님의 음악적 유산과 뜻을 기리고, 애도의 마음을 모아 선생님의 지인분들과 팬들을 모시고 테너 박인수 선생님을 기억하고 그 업적을 추모하고자 기획하게 된 거지요.

스승과 제자 사이인 두 분의 처음 인연이 궁금한데요. 제자가 생각하는 스승 박인수 선생님은 어떤 분인가요?

테너 김성진 인제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교수 (이하 테너 김성진) : 제 나이 때 여러분들은 80년대에 각 공중파 방송국들이 아침을 시작할 때 애국가 다음으로 정다운 우리가곡을 방송한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에 유명한 성악가 선생님들이 주옥같은 가곡을 불렀는데 선생님의 모습과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장일남 선생님의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가곡을 부르실 때였습니다. 많은 선생님들 속에서 박인수 선생님은 뭐라 말로 표현키 힘든 서정성과 미성 그리고 고급스러운 음악과 그 모습이었고 그냥 첫눈에 반해 버렸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해 개인의 신상을 알기 힘들었기에 그냥 선생님의 존함을 마음속에 기억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저는 휘문고등학교 3학년 가을에 담임선생님과 음악선생님의 권유로 비교적 늦은 나이에 성악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것이 부족했는데 정말 운이 따라줘서 서울대학 입학을 했고 박인수 교수님의 제자가 됐습니다. 솔직히 학교를 놓고 입시에 임한 것이 아니라 최고의 선생님께 성악을 배우고 싶다는 분에 넘친 욕심에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는 생각입니다. TV에서만 뵀던 선생님을 학교에서 처음 뵀을 때 그 모습과 목소리에 대한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레슨 시간 때마다 열정적으로 불러주신 가곡이나 아리아는 지금도 너무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요즘 학생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이상의 존재감으로 선생님을 존경했다고 이해하시면 될 듯합니다.

선생님은 개개인의 인격과 역량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이해해 주시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당장에 보여지는 성악적 역량을 통해서 제자 개개인의 능력과 미래를 평가하기 보다는 각자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그런 열린 식견으로 성악 지도를 하는 것은 물론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늘 말씀해 주셨습니다. 당대 최고의 테너로서 선생님의 화려한 음악 활동이나 스타와 같았던 귀족적인 모습과 달리 선생님은 지극히 서민적인 사고를 하셨고 늘 약자의 편에 서셨습니다. 제자들과의 회식 때도 제자들과 스스럼없이 학생들 주머니 사정을 염두에 둔 저렴한 가격의 맛있는 음식을 같이 하셨고, 밤 새워 술 한 잔에 음악과 발성에 대한 토론을 하는 것을 진심으로 행복해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 부담될 수 있는 소소한 모든 것들을 일체 삼가 한 정말 인자한 선생님이셨습니다. 선생님의 젊은 시절 많은 인생 경험에 제자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동등한 인격체로 모든 것을 이해해 주고 상담해 주셨습니다.

유학을 나가기 직전에 선생님의 공연을 보고 싶어서 부산에 갔습니다. 그런데 공연 전 오른쪽 팔에 붕대를 하고 계신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무슨 일인지 주위 분들에게 여쭤봤는데 새마을호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내려오던 중 일본 조폭들이 기차 안에서 어르신에게 해코지하는 것을 보고 선생님께서 직접 개입하여 조폭들을 제압하는 중에 그런 상처가 생겼다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나만 생각하기 쉬운 세상에 위험한 순간에 남자로서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주신 선생님이 얼마나 멋있었는지 모릅니다. 이런 선생님의 가식 없고 진정성 있는 인간적인 모습에 주변에는 늘 제자들과 선생님을 사랑하는 지인분들이 많으셨습니다.

테너 정의근 상명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이하 테너 정의근) : 1988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입학한 3월. 1학년 지도교수 배정을 마치고 동기 4명과 함께 교수님 연구실에서 처음 선생님을 뵈었었지요. 당시 ‘체격이 크고 건장하신데 목소리가 부드러운 분이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학 중에는 제자들에게 밥을 잘 사주시는 분이셨죠. 권위를 내세우려 하지 않으시지만 권위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따르게 되는 분이시고요. 선생님의 노래에 대한 열정은 지금 와 생각해봐도 옆에 있는 사람까지 뜨겁게 만드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테너 이병삼 대구가톨릭대학교 음악공연예술대학 음악학과 교수 (이하 테너 이병삼) : 저와의 첫 인연은 제가 입학한 후 저를 선생님의 문하생으로 선택하신 것이 만남의 시작이었습니다. 입학 전에 저는 선생님의 오페라 공연 ‘사랑의 묘약’을 TV에서 보고 테너 박인수 교수님에 대한 멋진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자유롭고 인간미 넘치신 성격의 스승님이셨습니다. 하지만 높은 지적 품격과 이상을 지니신 지고지순하신 예술인이셨습니다.

테너 박인수 제1주기 추모음악회를 주최·주관하는 단체는 어떤 단체인가요?

테너 박인수 추모음악회 실황

박인수 선생님께서 서울대를 정년퇴임하시고 백석대 석좌교수로 계시는 동안 제자들과 결성한 ‘박인수 소리연구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좋은 발성, 좋은 목소리에 대해 근본적인 연구를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서울대에서 사사 받았던 직계 제자들뿐만 아니라 박인수 선생님께 배움의 기회를 갖고자 하는 모든 분들께도 같이 함께 배우고 토론하는 것을 목표로 결성된 단체였습니다. 백석대 석좌교수를 은퇴하시고 방배동 카페거리에 스튜디오를 오픈하셨고 그곳에서 늘 레슨과 음악회를 준비하셨습니다. 선생님과 제자들이 함께 30년 이상을 같이 해온 ‘박인수와 음악친구들’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무대에서는 다 같은 동료로 생각하셨고 그러한 마음에 제자들을 ‘음악친구들’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결국 두 단체는 ‘박인수 선생님과 뜻을 같이 하는 스승과 제자 모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2023년 3월 1일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고 박인수 선생님의 서울대 재직시절 제자들과 선생님의 오랜 지인들, 소리연구회 회원들, 후원자들이 모여 ‘박인수 소리연구회 박인수와 음악친구들’을 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범시키기 위해 현재 준비 중이고 향후 여러 음악회들과 추모 및 기념사업 등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프로그램 구성과 출연자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연주를 하며 대학 교단에서 후학들을 교육하고 있는 제자들과 사회적으로 성공한 제자들이, 하나라는 마음으로 선생님을 추억하며 기획한 ‘박인수 제자 음악회’입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나이가 무색하게 왕성하게 열정적인 공연을 하셨는데 클래식하면서도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 선생님께서 제자들과 늘 즐겨했던 곡들로 준비했습니다. 이번 연주회는 선생님께서 연주회 때 즐겨 부르시던 애창곡들을 지금은 성악계의 중심이 되어 활동하고 있는 서울대 출신 제자들이 나누어 부르며 진행하는 구성으로 준비했는데요. 성가곡, 오페라 아리아, 그리고 한국 가곡과 우리 민요 등을 부를 예정입니다.

이번 무대를 준비하면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음악적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테너 김성진 : 선생님은 떠나가셨지만 남겨주신 귀중한 성악적인 자산을 공감하고 그 소중한 것들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초석이 되는 무대이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물론 선생님을 사랑한 대중들이 같이하며 선생님을 기억하는 첫 공연이기에 벌써 마음이 뭉클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믿겨 지지를 않습니다.

테너 정의근 : 여러 명이 함께 노래 부르는 앙상블이 많아서 함께 시작하고, 함께 마치는, 그래서 청중들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테너 이병삼 : 박인수 선생님께서 사랑하셨던 주요 레퍼토리들을 제자들이 중창으로 파트를 나눠가며 부릅니다. 이것은 저희들이 선생님께 배우고 물려받은 음악적 가르침에 대한 존경과 유지를 받드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향후 테너 박인수 추모음악회에 대한 꿈과 포부를 말씀해 주신다면요.

테너 김성진 : 테너 박인수의 소리와 음악 그리고 그 정신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음악이라는 통로만으로 국한 시키지 않고 좀 더 다변화된 방법으로 전할 수 있는 것들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일차적으로 올해 안에 ‘박인수 소리 연구회 박인수와 음악친구들’을 설립하고 순차적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뜻 깊은 사업들을 준비하려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고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유득유실 유실유득(有得有失 有失有得)을 자주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선생님께서 해주신 좋은 말씀에 큰 위안이 됐고 앞으로도 늘 위로 받을 겁니다. 존경스러운 선생님을 잃었지만 많은 것을 베풀어 주기만 하셨던 선생님께서 같이 하신다는 사실을 모두가 확인하는 인생의 참 기쁨을 얻는 소중한 시간이리라 확신합니다.

테너 정의근 : 선생님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기억하고, 이어가며 스승이신 ‘테너 박인수’처럼 좋은 소리와 아름다운 노래로 많은 분들이 행복해하는 연주회를 계속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테너 이병삼 : ‘박인수 소리 연구회’ 회원이면서 제자인 저희들은 선생님의 지고지순하신 음악적 이상을 따라 그 뜻을 이어 나가고 많은 사람들에게 선생님의 음악적 유산을 알게 하고 느끼고 동참할 수 있도록 박인수 교수님을 기억하게 하는 음악회를 매년 해나갈 계획입니다. 향후 ‘박인수 소리 연구회’ 재단 등을 설립하여 후학들에게 선생님과 선생님의 음악적 이상을 전승해나가고자 합니다.

글 김순화

* 프로필

테너 김성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졸업
이탈리아 파르마 아리고 보이토 국립음악원 졸업.
독일 칼스루에 국립음대 최고 전문연주자과정 졸업.
프랑스 마르세이유 국제콩쿠르 1위, 파리 국제콩쿠르 2위, 이탈리아 밀라노 엔리코 카루소 콩쿠르 3위, 스페인 자코모 아라갈 콩쿠르 2위, 알프레도 크라우스 콩쿠르, 벨기에 베르비에 콩쿠르 외 다수의 국제콩쿠르 입상. 이탈리아 볼로냐 대극장에서 로씨니의 오페라 “씨뇨르 부르스키노”의 플로빌레역으로 데뷔. 이탈리아 파르마 국립극장에서 파에르의 오페라 <카밀라>의 로레다노 역으로 데뷔. 오페라 <돈 죠반니>, <사랑의 묘약>, <꼬지 판 뚯데>, <돈 파스콸레>, <라 보엠>, <루치아>, <파우스트> 공연
LG아트홀에서 음악춘추사 초청귀국 독창회 및 명동성당본전 초청독창회
현재 인제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교수. A.D.M 오페라단 총예술감독. 부산마루국제음악제 집행이사

테너 정의근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 성악과 졸업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 졸업
몬테까를로, 툴루즈, 빌바오, 마드리드, 쥬네브 등 국제콩쿨 입상
독일 오페라 매거진 “Opernwelt” 2001~2002시즌 올해의 영테너 선정
스위스 “Luzerner Zeitung” 2001년 올해의 음악가 선정
유엔의 날 기념 콘서트에 UN 총회장, 카네기홀 에서 정명훈 지휘 서울시향과 협연
1997년 유럽무대 데뷔 이후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라보엠’ ‘카르멘’ ‘가면 무도회’ ‘나비부인’ ‘베르테르’ ‘멕베드’ ‘호프만의 이야기’ ‘아이다’ ‘리골렛또’ ‘ 람메르무어 의 루치아’ 등의 테너 주역 가수로 국립오페라단, 서울시오페라단을 비롯한 국내 활동을 비롯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스페인, 스위스 등 유럽 유수의 무대의 주역 가수로 활동
현재 상명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테너 이병삼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졸업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아카데미아 수학, 나폴리 카루소 국제콩쿠르 등 우승
이태리 피에졸레 오페라 페스티발 <투란도트> 주역(칼라프) 공연
이태리 피렌체극장에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주역 출연
짤츠부르크 Grosses Festspiel 대극장 초청 <나부코> 주역 출연
스페인 마드리드국립콘서트홀(Auditorio Nacional), 바르셀로나 콘서트홀에서 <아이다>(라다메스) 전곡 갈라콘서트 주역 공연
이태리 피아첸짜, 파르마극장에서 아르뚜르 토스카니니 협회 초청으로
테너 호세 쿠라와 <팔리아치>(카니오) 공동 주역
로마를 중심으로 유럽과 미주지역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
현 대구가톨릭대학교 음악공연예술대학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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