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처럼 연주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선물하는 2024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피아니스트 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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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평으로는 연주가 지나도 계속 곱씹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의 연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것을 던져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2024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준형이 지난 1월 8일(월)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 후 2024년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침착하고도 매서운 몰입감 선사하는 연주자

2022년 독일 뮌헨 ARD 국제 음악 콩쿠르 피아노 부문 준우승을 차지하며 ‘차분함과 노련함을 고루 갖춘 음악가’로 찬사를 받은 피아니스트 김준형은 일찍이 국내에서 틴에이저 콩쿠르, 한국 쇼팽 콩쿠르, 삼익자일러 콩쿠르, 한국 리스트 콩쿠르, 성정음악콩쿠르에서 모두 1위를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17년 독일 뮌헨 ARD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6위와 오르후스 국제 피아노 콩쿠르 4위를 수상하였으며, 2021년에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을 거머쥐며 국제 청중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피아니스트 김준형은 누나의 레슨을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접했지만,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이란 다소 늦은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당시 컴퓨터게임도 30분 이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집중력이 짧았지만, 피아노 앞에만 앉으면 몇 시간이든 빠져들었고, 피아노를 시작한 지 4년만인 2012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다.
이후 예원학교 졸업하고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수료한 김준형은 서울예고 재학 중 도독하여 뮌헨 국립음대에서 학사 및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현재 김준형은 피아니스트로서는 특이하게 뮌헨 국립음대에서 현대음악 석사과정에 재학하고 있다. 현대음악을 전공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는 “현대음악을 공부하면서 다양한 악기, 지휘자, 작곡가를 만나 서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며 “음악적 시야가 넓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엽편소설을 주제로 담아내는 선율

“짧은 글에 희로애락을 다 녹여낸 엽편소설처럼 60분이 조금 넘는 시간에 저의 이야기를 담아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 그 과정이 한 편의 글을 쓴다는 느낌이 들어 엽편소설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준형은 나뭇잎 위에 쓸 정도로 짧지만 인생의 희노애락이 담긴 소설을 의미하는 ‘엽편소설’을 주제로 삼았다. ▲1월 11일 신년 음악회 ‘Here&Now’를 시작으로 ▲5월 9일 ‘아름다운 5월에’, ▲8월 22일 ‘풍경산책’, ▲11월 14일 ‘종을 향하여’ 등 4번의 연주를 금호아트홀에서 선보인다. 2024년 김준형은 독주회, 피아노 이중주, 플루트첼로와의 피아노 삼중주 등 다채로운 무대로 관객들을 만난다.

111(), 신년음악회 ‘Here & Now’

지난 1월 11일(목) 신년음악회 ‘Here & Now’는 김준형 피아노 독주회로 무대가 꾸며졌다. 김준형이 10년째 살고 있는 독일의 주요 작곡가, 바흐, 베토벤, 브람스의 음악으로 채웠다.
김준형은 “상주음악가로서 첫 걸음을 내딛는 무대인 만큼 ‘도전’의 의미를 담았다”고 밝히며 작곡가 선정에 대해서 “자신의 영혼과 아주 가깝고 친숙한 독일 음악의 주요 인물인 동시에 자신에게 도전을 주는 작곡가”라고 이유를 밝혔다.
김준형은 본격적인 탐구를 시작한 J.S. 바흐의 음악과, 그의 마음에 들어온 베토벤의 숨겨진 명곡, 음악적 고민의 실마리가 되어준 브람스의 작품까지 아름다운 선율을 선물했다. 상주음악가로서 한 해를 보내게 된 현재의 자신을 이 작품들이 그대로 담았다는 피아니스트 김준형. 오롯이 음악에 모든 것을 담아 음악으로 소통하는 그의 연주는, 2024년을 더욱 아름답게 수 놓을 것이다. 해당 평은 본지 리뷰에 담았으니, 함께 느껴보길 추천한다.

59(), ‘아름다운 5월에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의 첫 번째 곡 ‘Im wunderschönen Monat Mai’에서 제목을 빌려온 이번 연주는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와 함께한다. 특히 슈만과 브람스의 피아노 이중주 작품을 통해 애절하고도 찬란한 서정과 낭만을 들려준다. 1부에서는 슈만의 피아노 사중주를 브람스가 네 개의 손을 위해 편곡한 작품을, 2부에서는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f단조를 연주한다. 서로 음색도, 개성도 다른 두 피아니스트가 만나 마음 깊은 곳의 정서를 합해 유려한 선율미와 시적 감수성을 발휘할 예정이다.
김준형은 “슈만과 브람스가 서로 다르듯이 저와 유키네 쿠로키도 음악적으로 많이 다르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통분모를 찾아서 음악을 만들고자 한다”며 “이번 작업을 통해 음악적으로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5월 공연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822(), ‘풍경산책

8월 연주에 대해 김준형은 “풍경산책은 ‘시공간을 관객들과 함께 뛰어 넘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며 “한 공간에서 음악을 공유하는 이들은 시공간을 넘어 어느 곳이든 함께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작곡가 드뷔시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드뷔시는 특유의 몽환적이고 색채 가득한 음악 선보이는 작곡가”라고 설명한 후 “청각을 시각화하는 데 가장 뛰어난 작곡가”라고 이유를 밝혔다. 선곡된 드뷔시의 작품은 빼어난 화성적 색채감과 신비로운 음향이 특징이다. 1부에서는 드뷔시의 전주곡 제1권을 연주하며 무궁무진한 시적 이미지를 음악으로 전하고, 2부에서는 여행의 동반자로 플루티스트 김유빈과 첼리스트 문태국이 함께해 더욱 풍부한 화성으로 너른 풍경을 펼쳐낸다. 세 악기가 펼쳐낼 경이로운 음색의 향연과 세 사람의 조화로운 시너지가 기대를 모은다.

11월 14일(목), ‘종을 향하여’

“유럽에 살면 종을 참 많이 보는데요, 종을 따라 걷다 보면 처음 들은 종소리와 다른 음정의 종소리가 들립니다. 종소리는 어느 순간 들리지 않게 되지만 우리는 종소리가 언제 그쳤는지 그 끝을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이 모습이 끝(終)이 없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마침 종이라는 단어에는 종소리 종(鐘)뿐만 ‘마치다’는 의미의 종(終)이 있기도 하고요. 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술은 정답이 없음에도 무언가를 도출해서 관객들을 설득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그 해석하는 과정이 계속 바뀌죠. 그런 의미에서 알 수 없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종소리가 퍼지듯 예술을 하는 저도 끝을 알 수 없는 그 끝을 행해 달려 가는 저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김준형은 상주음악가로서의 마지막 무대 ‘종을 향하여’에서 리스트의 짧은 소품들을 엮어 자신을 투영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리스트의 음악에는 놀라울 만큼 극적인 전개와 긴박한 다이내믹의 변화가 담겨 있다. 이토록 서사적인 리스트의 음악을 김준형만의 구조적인 큐레이션으로 만나 볼 수 있다.

“늘 고민이 많지만, 막상 고민을 해봐도 해결되는 문제는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서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준형은 “앞으로 계속 음악가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 가장 고민이 많은 시기에 상주 음악가 활동을 제안받아 운명처럼 느껴진다”며 “저의 부족한 면까지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걸음 속에 담겨있는 한 권의 ‘엽편소설’이 기대되는 2024년이다. 침착하고도 매서운 몰입감을 선사하며, 관객들을 단번에 사로잡는 음악가 피아니스트 김준형의 무대를 금호아트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허소원
사진 금호문화재단

5월 9일(목) 금호아트홀 연세, ‘아름다운 5월에’
8월 22일(목) 금호아트홀 연세, ‘풍경산책’
11월 14일(목) 금호아트홀 연세, ‘종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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