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여행-18부] BWV 5 ‘저는 어디로 피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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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V 5 ‘저는 어디로 피할 수 있을까요’는 바흐의 라이프치히 두 번째 교회 칸타타 싸이클이며, 1724년 10월 15일 처음으로 연주되었습니다. 가사는 요한 히르만(Johann Heermann)의 찬송가(1630)의 가사를 사용했는데, 1절과 7절은 그대로 사용했으며 나머지 절은 자유롭게 재구성해서 가사를 만들었습니다.
칸타타를 연주하는 주일에는 하나님의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는 에베소서 4장 22~28절과 가버나움에서 중풍병자를 치료하신 기적이 기록된 마태복음 9장 1~8절을 봉독했습니다.
7악장으로 구성된 칸타타의 가사와 음악은 매우 인상적이며, 그리스도인의 삶을 표현하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이 느껴집니다. 1악장의 합창에서는 자신의 죄악 때문에 어찌 할 수 없이 두려워하는 성도의 모습이, 2악장은 이러한 죄인을 씻기시는 그리스도의 보혈의 위대함을 나타냅니다. 3악장은 그리스도께서 성도의 마음을 씻기시며 평안하게 하시는 것을 비올라와 독창 아리아로 나타내었으며, 4악장은 죄 씻음을 받은 성도가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는지를 노래합니다. 5악장과 6악장은 지금까지 본인을 괴롭혔던 죄악들이 그리스도를 의지할 때 얼마나 무력하게 물러가는지, 마지막 7악장 코랄에서는 그리스도와 함께하기 원하는 성도의 간절한 소망을 노래합니다. 그럼 가사와 함께 칸타타 각 악장을 감상하겠습니다.

칸타타 5번의 바흐 자필 악보

1. 합창
오프닝 악장은 소프라노 파트에 정선율이 있는 코랄 판타지입니다. 정선율은 마지막 7악장 코랄의 선율이며, 바흐는 칸타타의 구조적 통일성을 완성하기 위해 첫 번째 합창의 정선율로 마지막 코랄의 멜로디를 사용했습니다. 오보에와 현악기 파트는 비장한 분위기의 멜로디를 연주하는데, 이 멜로디 역시 코랄 멜로디의 요소를 변형시켜 만들어졌습니다. 칸타타의 가사는 무거운 죄악의 짐을 짊어진 성도의 고뇌를 표현합니다. 특히 마지막 파트인 ‘온 세상이 자신을 밝히 들어내도, 제 두려움을 없앨 수가 없네요’ 에서 성도는 절망에 가까운 탄식을 노래합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어디로 피할 수 있을까요? 너무나 무거운 짐과 고통스러운 죄악을 짊어졌네요. 어디서 제가 구원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온 세상이 자신을 밝히 들어낸다고 해도, 제 두려움은 없앨 수가 없네요’

마지막 악장 코랄의 멜로디. 이는 첫번째 합창 소프라노에 정선율로 제시된다.
칸타타 5번의 1악장 합창. 코랄의 멜로디를 변형시켜 기악파트에서 사용한다.

2. 레치타티보
2악장 레치타티보는 죄악 때문에 고민하던 성도가 그리스도의 보혈의 능력을 경험하기 시작하면서 죄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내용입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죄는 저를 단순히 더럽혔을 뿐 아니라, 제 모든 마음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주께서 ‘정결치 못한 널 받아줄 수 없어’ 하셔도 할 말이 없죠. 하지만 성스러운 한 방울의 피는 놀라운 기적을 행사했습니다. 전 더 이상 하나님께 거절당하지 않습니다. 그 옆구리의 상처는 넓은 바다와 같아서 저의 죄를 충분히 씻기고도 남습니다. 그 피 앞에 제 자신을 맡겨드릴 때 그는 저의 모든 더러움을 씻기시죠.’

3. 아리아
3악장은 비올라가 오블리가토 반주악기로 사용되는 아름다운 아리아입니다. 가사는 그리스도의 보혈의 마음의 죄를 씻어준다는 내용이며, 비올라의 흘러 넘치는 시원한 멜로디를 들으면 정말 마음이 씻겨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영국의 음악 평론가 Alect roberston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습니다. “이 곡은 유일하게 바흐가 비올라를 오블리가토 악기로 사용한 곡입니다. 바흐는 따뜻하고 영광스러운 마음의 멜로디를 사용해 신성한 샘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정한 웰니스(Wellness)를 제공합니다. 선율의 주요 모티브만 들어도 깊은 감사와 발견한 새로움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생명의 근원이신 주님, 풍성히 흐르소서. 그 귀한 피가 제 안에 흘러 넘치게 하소서. 제 마음은 위로를 받으며 절 억압하던 무거운 짐은 벗겨지며 죄의 흔적들은 모두 씻겨 없어지네요.’

3악장의 16분음표로 물이 흘러가듯 진행되는 비올라의 반주는 마음을 씻겨내는 것 같다.

4. 레치타티보
4악장은 그리스도의 위로와 능력을 경험한 성도가 용기를 얻고 이를 찬양하는 내용의 레치타티보입니다. 오보에가 코랄의 멜로디를 대위선율로 함께 연주하는 독특한 레치타티보입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내 사랑하는 구주께서 날 위로하시네요. 그분은 나의 모든 것을 대신하셔서 죽으시고 무덤에 묻히셨습니다. 아무리 내 죄가 크더라도 그분은 저를 진정으로 자유하게 하십니다. (중략)’

4악장 레치타티보는 오보에가 코랄의 멜로디를 대위선율로 함께 연주한다.

5. 아리아
5악장의 베이스 아리아는 열정적이며 강약이 구별되는 신나는 리듬이 특징입니다. 이제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성도는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힌 죄악 앞에 ‘조용히 하라!’(Verstumme)를 외치며 그리스도 보혈의 능력을 찬양합니다. 첫 악장에서 죄악 때문에 고뇌하던 성도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죄악의 무리들아, 잠잠할 지어다. 너희들은 나를 놀라게 하지 못한다. 내가 이 보혈을 너에게 보여주기만 해도 넌 즉시 무력해지고 떠나갈 수밖에 없단다. 하나님이 내게 용기를 주신단다.’

신나는 리듬의 5악장 아리아에서 베이스는 죄악의 무리 앞에 Verstumme! (조용히 하라)를 자신있게 외치며 칸타타 전반부의 무거운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6. 레치타티보
그리스도의 보혈이 마음에 진실로 적용되어 하늘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성도의 고백을 나타내는 레치타티보입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 이 세상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 귀한 피로 인해 저는 무한한 능력을 공급받습니다. 이 귀한 한 방울의 피는 모든 세상을 죄로부터 자유롭게 합니다. 그 귀한 피가 단순히 저를 스쳐 지나가게 하지 마시고, 제 안에 진실로 적용되게 하소서 그러면 전 하늘나라를 상속받을 것입니다.’

7. Choral
그리스도와 성도 사이를 방해하는 죄악을 분별하고 헤쳐나갈 수 있는 도움을 구하며, 그분과 함께 하기를 원하는 내용의 마지막 코랄입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 마음과 영을 인도해 주세요, 당신의 성령으로요. 그러면 저와 당신 사이를 방해하는 모든 것들 것 분별하고 헤쳐나갈 수 있게 되죠. 이제 당신의 가지가 되어 영원토록 함께 하기 원합니다.’

글 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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