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빅토르 위고 희곡 <파도바의 폭군 안젤로>, 폰키엘리 오페라 <라 조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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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위고 사진

대표적인 뮤지컬 작품으로 잘 알려진 ‘레미제라블’과 ‘노틀담의 꼽추’는 뮤지컬 외에도 영화, 애니메이션화에도 큰 성공을 이룬 작품들입니다. 이 작품들의 원작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1802-1885)의 소설입니다.
나폴레옹 군대 소속이었던 고급 장교인 아버지를 두었던 빅토르 위고는 10대의 나이에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작가였던 ‘샤토브리앙’(Francois-Rene, Vincomte de Chateaubriand, 1768-1848)과 같은 길을 걷고자 맹세하였습니다. 그런 그는 1822년, 20세의 나이에 첫 시집 ‘송가와 잡영집’(Does et Poesies Diverses)를 출간하고, 소설 ‘아이슬랜드의 한’(Han d’Islande), 희곡 ‘크롬웰’(Cromwell) 등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1831년 자신의 대표 소설인 ‘노틀담의 꼽추’(Notre-Dame de Paris)를 발표하였습니다. 1843년부터 10여 년간 작품 활동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이어 나갔고, 그런 이유로 나폴레옹 3세에 의하여 프랑스에서 추방당하고, 20년 가까이 망명 생활을 하였음에도 1853년 시집 ‘징벌’(Les Chatiments, 1853), 1862년 장발장으로 잘 알려진 소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 등을 통하여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문호로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7월 혁명이 일어난 해인 1830년은 프랑스의 예술사에도 큰 사건이 일어난 해이기도 합니다. 기득권 작가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emie Francaise)를 주축으로 한 고전파와 낭만주의 작가들의 대립이 극에 달한 시기가 바로 이 시기였으며, 낭만주의 작가들의 선봉장이었던 빅토르 위고의 희곡 ‘에르나니’(Hernani)의 초연 공연은 그들의 대립의 절정을 보여주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이들이 극장에서 맞부딪히며 ‘에르나니 논쟁’(La Bataille d’Hernani)가 일어났으며, 무탈하게 공연이 끝나며 낭만주의가 승리하는 형세로 흘러가 빅토르 위고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에르나니는 후에 베르디가 오페라로 작곡하며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빅토르 위고 자신 또한 1841년,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일원이 되긴 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나긴 하였으나, 그는 이 에르나니 논쟁 이후 프랑스 문단을 평정하게 되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파도바의 폭군, 안젤로 초연 포스터

빅토르 위고가 입지가 높아진 시기였던 1835년 쓴 희곡이 바로 ‘파도바의 폭군 안젤로’(Angelo, tyran de Padoue)입니다. 이탈리아의 교육도시로 유명한 파도바를 배경으로 한 이 희곡은 ‘노틀담의 꼽추’처럼 보통 남자가 여자를 위하여 희생하던 위고의 작품들과 달리 여자 주인공인 ‘티스브’(Tisbe)의 희생으로 이뤄진 작품으로, 이 작품에 매료된 많은 작곡가들이 이 희곡을 오페라로 각색하였습니다. 이탈리아 작곡가 ‘메르카단테’(Giuseppe Saverio Raffaele Mercadante, 1795-1870)가 1837년 위고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 ‘선서’(Il Giuramento)를 작곡하였으며, 1876년엔 러시아의 작곡가 ‘세자르 쿠이’(Cesar Cui, 1835-1918)가 오페라 ‘안젤로’(Angelo)를, 1928년에는 프랑스의 작곡가 ‘알프레드 브뤼노’ (Louis Charles Bonaventure Alfred Bruneau, 1857-1934)가 위고의 희곡과 동일한 제목의 오페라 ‘안젤로, 파도바의 폭군’(Angelo, tyran de padoue)를 발표하였습니다. 그중 가장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연주되는 오페라가 바로 이탈리아 작곡가인 폰키엘리의 오페라 ‘라 조콘다’입니다.

폰키엘리

이탈리아의 오르간 연주자이자 작곡가였던 ‘아밀카레 폰키엘리’(Amilcare Ponchielli, 1834-1886)는 소설 ‘약혼자들’(I promessi sposi)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의 작가 ‘알레산드로 만초니’(Alessandro Francesco Tommaso Antonio Manzoni, 1785-1873)의 장례식을 위한 장송행진곡 ‘5월 29일’을 비롯하여 만초니의 소설을 토대로 한 오페라 ‘약혼자들’(I Promessi Sposi) 등을 작곡한 작곡가입니다. 그의 대표작은 ‘약혼자들’이 아닌 1876년 완성하여 초연을 올린 4막의 오페라 ‘라 조콘다’(La Gioconda)인데, 그 이유는 3막에 등장하는 관현악곡 ‘시간의 춤’(Dance of the hours)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판타지아’를 비롯하여 다양한 대중매체의 배경음악으로 쓰이고, 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 단독으로 즐겨 연주되며 사람들의 귀에 매우 친숙해졌기 때문입니다. 또 ‘세기의 디바’라 칭송받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1977)가 무명이었던 24세의 나이에 이탈리아로 건너가 오디션에 합격하여 주역을 맡은 작품이 바로 폰키엘리의 오페라 ‘라 조콘다’였고, 그 작품으로 인하여 그녀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발판을 딛게 되었습니다.

오페라 라 조콘다

폰키엘리의 오페라 ‘라 조콘다’는 빅토르 위고의 희곡과 주인공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내용은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희곡의 주인공인 폭군 안젤로는 오페라 속에서 종교재판관인 ‘알비세 공작’이 되었고, 오페라에서 ‘라우라’ 역인 ‘카타리나’와 ‘엔초’ 역인 ‘로돌포’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빅토르 위고의 희곡과 달리 폰키엘리의 오페라에서는 희곡 속에서 로돌포를 짝사랑한 ‘티스베’ 역의 ‘조콘다’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페라의 제목 역시 조콘다의 이름을 따고 있습니다.
눈 먼 어머니 ‘치에카’(Cieca)와 함께 거리의 가수로 살아가는 조콘다는 스파이인 바르나바의 사랑을 받고 있으나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제노바의 공작이자 뱃사공인 엔초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엔초는 옛 연인이었으나 지금은 알비세 공작의 부인이 된 라우라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섯 명이 엇갈린 사랑과 질투, 욕망에 사로잡혀 이야기가 전개가 되고 결국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엔초와 라우라만이 사랑의 도피에 성공하고 모두가 불행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 시간의 춤 다음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아리아가 있으니, 바로 4막의 마지막에 사랑하는 엔초의 도피를 돕긴 하였으나 절망에 빠진 조콘다가 자신의 목숨을 내려놓기 직전 부르는 노래인 ‘자살, 이렇게 절망적인 순간에’(Suicidio! In questi fieri momenti)입니다. 도니체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속 ‘광란의 아리아’와 함께 마리아 칼라스의 위대함이 두드러지는 아리아로 손꼽히는 이 곡은 빅토르 위고 원작의 탄탄한 클라이맥스와 폰키엘리의 치밀함의 완벽한 결합을 보여주는 처절한 아리아입니다.

글 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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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라 조콘다’ 중 4막 조콘다의 아리아 ‘자살’(Suicido)

오페라 ‘라 조콘다’ 중 ‘시간의 춤’(Danza Dell’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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