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민준의 작곡가 탐구시리즈, 그 두 번째 ‘Pour le Piano 피아노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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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김민준의 작곡가 탐구시리즈, 그 두 번째 시리즈가 오는 3월 14일(목)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펼쳐진다. 가을의 정취를 만끽했던 브람스에 이어 이번에는 봄처럼 색채감이 가득 담긴 드뷔시의 ‘Pour le Piano(피아노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돌아왔다.

김민준의 작곡가 탐구시리즈,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귀국독주회 이후로 작곡가를 한 명씩 선정해 그 작곡가를 집중 탐구하는 프로젝트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한 무대 내에서 다양한 작곡가들의 곡을 유기적으로 연주하는 것도 좋지만, 작곡가마다 초기부터 중기, 후기까지의 시대 흐름에 따른 관점의 변화, 음악적 스타일과 테크닉의 변화에 조명해 그들의 음악 여정을 무대로 보여드리고자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브람스 시리즈에 이어 이번에는 드뷔시 시리즈로, 그리고 계속해서 보여드리고 싶은 작곡가들이 많이 있는데요, 제가 사랑하는 슈만과 슈베르트, 그리고 리스트 연습곡 전곡 시리즈 등 다양하게 기획하고 있습니다. 제 연주를 오실 때 막연히 왔다가 그냥 가시는 것이 아닌, 마음 한 켠에 어떠한 감정이라도 남겨드리고 싶어서 늘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주를 준비하면서 옆에서 같이 고생해주시고, 기대해주시는 관객들과 앞으로도 꾸준히 소통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로 드뷔시를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브람스, 슈만 작품을 무대에서 많이 보여드려서 독일 스페셜리스트로 보여질 수 있는데, 얼마 전 월간리뷰 초청으로 연주했던 무대에서 인상주의 작곡가도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드뷔시로 선정했어요. 다가오는 봄처럼 화성감과 색채감이 가득 담긴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고, 요즘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연습곡 전곡 열풍에 이어 저는 드뷔시 연습곡 전곡으로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연주에서는 ‘Pour le Piano(피아노를 위하여)’라는 부제처럼 피아노만이 표현할 수 있는 드뷔시의 질감과 색채감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드뷔시 시리즈에서는 어떤 음악을 들려줄 예정인가요?
모든 피아노 작품이 테크닉, 프레이징의 이해는 물론이고, 민첩한 페달사용이 중요하죠. 특히 드뷔시 곡들은 인상주의의 요소들을 잘 표현해야 하기에 건반 터치나, 페달사용에 있어서 더 디테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번에 연주하는 드뷔시의 12개 연습곡 전곡 중 제1권은 좀 더 테크닉에 집중되어있고, 제2권은 음악적인 표현에 더 집중되어 있어요. 사실 음악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선에 가까운 형상으로 연주하려고 노력해요. 드뷔시의 12개 연습곡 같은 경우 열두 곡 모두 각각 가진 부제가 있는데요. 그 부제를 통해 무엇을 연습하고자 함인지에 집중했고,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드뷔시가 표현하고자 했던 그 리듬감을 들려드리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피아노를 위하여는 드뷔시가 이 작품을 통해서 피아노가 가진 요소들을 집합하여 어떤 효과를 내고자 했는지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매번 다른 프로그램으로, 또 수준 높은 작품들을 꾸준히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귀국 후 최소 10년 동안은 매번 다른 프로그램으로 올리자고 저 스스로와 약속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매 연주가 도전이에요. 분명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저 스스로 시험대에 오르는 거죠. 하지만 제 연주를 감상하시고 좋은 연주였다, 잘 들었다고 말씀해주시면 그 힘든 과정을 잊어버리게 돼요. 그렇게 도전을 반복하면서 저 스스로도 성장하고, 연주를 잘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시는 주위의 응원들이 있어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레슨과 개인적인 일들로 시간이 많이 없을 때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주어진 시간에서 최대한 이뤄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해오다 보니 올해에도 좋은 소식이 몇 가지 있네요. 연세대학교에서 입학성적우수장학금(YGF)을 수여받고 Vincent de Vries(빈센트 드 브리스)교수님과 음악학박사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피아노는 레퍼토리가 무궁무진한 악기에요. 이 매력 있는 악기로 더 다양한 레퍼토리를 접하고, 공부와 겸해서 연주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독주 외에도 실내악 연주를 많이 하는데, 결국 저의 목표인 올라운더 피아니스트에 더 다가가고자 결정했습니다. 또 이화여대 대학원, 세종대에서 임용을 받아 출강도 하면서 레슨과 공부를 병행하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바쁜날들이 계속 이어지겠지만 시간과 컨디션을 잘 조절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습니다.

올해부터는 출강으로 많이 바쁘실 것 같은데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기존에 출강했던 조선대, 계원예중·고, 광주예고 외에 올해부터 이화여대 대학원, 세종대에서 강사로 임용되어 앞으로 만날 학생들이 더 많아졌어요. 특히 조선대는 저의 첫 임용이기도 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음악교육과이다 보니, 실기 수업 시간이 30분 정도로 한정적이에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도 수준 높은 곡들을 해내고, 또 저에게 배워서 많이 늘었다고 얘기해주는 학생들이 있어서 힘이 납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좋은 음악가로 성장하는데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제자들이 수상하거나, 실기성적이 오르면 제가 더 기쁘기도 하고요. 그래서 올해는 틴에이저 지도자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떤 선생님이든 제자가 발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원동력으로 더 열심히 가르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때로는 악역을 할 때도 있지만, 그게 제 역할이니 제자들도 제 마음을 알아줄거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올해 준비되어있는 연주를 소개해주세요.
올해는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8월 12일(월)에는 아베크트리오 리사이틀이 있고, 11월 17일(일)에는 저의 또 다른 프로젝트 ‘판타지 시리즈 2’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저의 소중한 동료 플루티스트 양미현, 첼리스트 강지영이 함께하는 아베크트리오는 작년 창단연주회에 이어 올해에는 C. 체르니 Op. 256, L. 파렝 Op. 45, J. H. 훔멜 Op. 78, F. 쿨라우 Op. 119 등 기존의 피아노 트리오 구성에서 바이올린을 플루트로 바꿔 저희만의 독특한 음색을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판타지 시리즈 2’에서는 제가 가장 애정하는 판타지 작품들로 선정했어요. F. 멘델스존 판타지 Op. 28, F. 쇼팽 판타지 Op. 29, W.A.모차르트 판타지 K. 397, 그리고 피날레에서는 판타지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J. 브람스의 7개 판타지 Op. 116을 준비해 판타지의 매력을 가득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 이은혜

PROFILE

피아니스트 김민준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전학년 실기우수상 및 공로상)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수시입학 및 실기우수장학금 수여)
오스트리아 빈국립음악대학 석사과정 및 최고연주자과정 졸업
연세대학교 음악학 박사과정 입학성적우수장학생(YGF)
프랑스 리옹국제피아노콩쿠르 2위 및 청중상
루마니아 모차르트 국제콩쿠르 1위
KBS 한전음악콩쿠르, 음악춘추콩쿠르 등 다수 입상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 서울대학교 국제피아노아카데미 콘서트, 광주시향,
제주도향 협연 등
현) 이화여대 대학원, 세종대, 조선대, 계원예중·고, 광주예고, 출강, Avec Trio, Atem Trio 단원

PROGRAM

C. Debussy ‘Suite Bergamasque, L. 75’
I. Prelude 전주곡
II. Menuet 미뉴에트
III. Clair de Lune 달빛
IV. Passepied 파스피에

C. Debussy ‘Pour le Piano, L. 95’
I. Prelude 전주곡
II. Sarabande 사라방드
III. Toccata 토카타

C. Debussy ‘Douze Etudes, L. 136’
Premier Livre 제1권
I. Pour les “cinq doigts” d’apres Monsieur Czerny
5개의 손가락을 위하여, 체르니에 의거하여
II. Pour les tierces 3도를 위하여
III. Pour les quartes 4도를 위하여
IV. Pour les sixtes 6도를 위하여
V. Pour les octaves 8도를 위하여
VI. Pour les huit doigts 8개의 손가락을 위하여
Deuxieme Livre 제2권
VII. Pour les degres chromatiques 반음계를 위하여
VIII. Pour les agrements 꾸밈음을 위하여
IX. Pour les notes repetees 반복음을 위하여
X. Pour les sonorites opposees 대비적인 음향을 위하여
XI. Pour les arpeges composes 조립된 아르페지오를 위하여
XII. Pour les accords 화음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