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 도전에한계란 없다_피아니스트에서 성악가로 변신한 소프라노 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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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성대에 문제 발생해 성악 중도 포기
소프라노 첸위는 제16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수상자 음악회에서 베르디의 일토르바토레 중 ‘고요한 밤은 평온하고’(Tacea la notte placida)를 노래했다. 첸위의 음색과 소리의 질로 볼 때 이 곡이야말로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성악을 공부한 지 6년째를 맞이하는 첸위. 상명대 일반대학원에서 김지현 교수를 사사한 것은 그동안 중국에서 배웠던 성악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첸위는 성악을 전공했지만, 목이 크게 상하면서 성악의 길을 접고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개척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꾸준히 연주해 왔기 때문에, 성대에 문제가 발생하자 ‘별수 없이’ 피아니스트로 전향했다.
“성악에 대한 욕심이 과했던 것 같아요. 18년 전 잘못된 발성으로 성악을 포기해야만 했거든요. 그런데 다행히 김지현 교수님을 만나 기사회생을 한 것이지요. 영원히 달성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처음 오디션을 볼 때 교수님은 제대로 배우면 다시 성악가로 활동할 수 있다는 말에 크게 자신감을 얻고 도전했는데 이렇게 수상까지 하게 된 거예요. 교수님을 만나면서 예술가로서 두 번의 삶을 살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첸위에게는 인간 승리나 다름없었다. 중국에서는 이미 피아니스트로 널리 알려진 데다 반주자로 입지를 다졌기 때문에 기악 연주자로서 꾸준히 활동해도 되는데 왜 굳이 성악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키워왔을까?
“목이 다쳐서 포기했었죠. 그런데 우리가 노래할 수 있는 삶이 60세까지라면 그때까지 노래 한번 못한다면 이번 생은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무모하지만 도전하기로 했는데 정말 김지현 교수님께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성악가로서의 도전을 받아주지 않았다면 다시 중국에 돌아가 하던 대로 살면 그만이지만 그것은 분명 실패한 삶일 것이라는 말이다. 올해 나이 40인데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이쯤 되면 성악가를 포기하기 마련이다.

좋은 스승과 좋은 음악성, 깊은 생각이 중요
첸위는 발성 문제가 해결된 이상 내친김에 본격 성악무대를 자주 펼치고 싶다. 첸위는 성악에 도전했으나 실패했고 다시 일어난 경험이 있기에 누구보다 성악에 필요한 요소를 잘 알 것이다.
“첫째는 정말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음악성이 곁들어 있다면 금상첨화. 그러나 그것만으로 좋은 성악가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생각하는 성악가가 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곡을 충분히 공부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충분히 숙고하고 사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첸위는 성악을 다시 공부하기 위해 그동안 세계적인 성악가들을 두루 찾아 개별적 레슨은 물론 각종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공부했지만, 그 어떤 대가도 상명대 김지현 교수를 따를 수 없었다고 단언한다.
“앞으로도 제가 성악의 길을 가는 동안 김지현 교수님의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한국 무대에서도 지속적인 공연을 통해 인사드릴 생각이고요. 중국과 한국의 문화가 세세토록 교류하는데 저 역시 일익을 담당할 생각입니다.”
소프라노 첸위(陈钰)는 중국 북경음악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중국 동북사범대 음대 피아노과 석사를 졸업하는 특이한 과정을 거쳤다. 이어 상명대 일반대학원 성악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성악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미 중국에서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페라하우스 청년예술가 양성 프로그램(중국) 예술감독,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페라하우스 초빙 수석 예술지도, 미국 할리우드 영화대학교 음악대학교 초빙교수, 뉴욕오페라학회 국제음악교육위원회(중국) 부주석, 한중 국제 음악가 협회 부회장, 아시아 국제 음악 문화 진흥회 부회장, 싱가포르 동예문화센터 초빙 예술지도자 등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커다란 족적을 남겨왔다.
이외에도 수상경력 또한 화려한데 이탈리아 제17회 롤란도 니콜로시 성악 및 피아노 반주 콩쿠르 피아노 반주부 금상 수상(2011), 이탈리아 카스타 디바 성악콩쿠르 ‘피아노 반주자’ 특별상 수상(2016), 미국 ‘글로벌 걸출한 음악가’(2018)로 선정되기도 했다.
2022년 중국 쑤저우 보리대극원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비올레타(Violetta)로 출연하는가 하면 한국 예술의 전당, 마포아트센터, 중국 인민대회당, 상하이 동방아트센터, 톈진 빈하이신구 문화센터, 쑤저우 바오리대극장, 청두 고신중연대극장, 하얼빈 대극장 콘서트홀, 푸저우 대극장 등에서 초청 무대에 선 바 있다.

한편 피아니스트로서의 활약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미국 카네기홀, 로스앤젤레스 공연센터, 도쿄 산토리홀, 중국 국가대극원 등 국내외 수많은 극장과 콘서트홀 등에서 피아니스트로서 초청 공연을 펼쳤으며 김봉미, Michael Helmrath, 츄쥔창(邱君强), 위롱(余隆), 이심초(李心草), 뤼자(吕嘉), 펑자펑(彭家鹏), 장궈용(张国勇), 명자기(明子琪), 고위춘(高伟春), 장쟁(张峥), 강금일(姜金一)등 국내외 지휘자와 무대를 장식했다.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투란도트, 가면무도회, 일트로바토레, 라보엠, 강 언니, 당의 딸 등 40여 편의 오페라 제작에 참여했다. 현재는 중국오페라단 오페라 음악감독, 중국 3대 테너 상임 협연 피아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