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뮤지토리 콘서트 ‘양파의 매직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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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겸 연출 피아니스트 우영은

피아니스트 우영은이 연출을 맡은 뮤지토리 콘서트 ‘양파의 매직코트’가 어린이날인 오는 5월 5일(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프로그램을 보자마자 눈에 띈 것은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의 레파토리라고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현대음악이었다. 아이들이 이 음악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인터뷰 시작 전 먼저 우영은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답변은 이러했다. “기자님, 아이들은 지금 듣고있는 음악이 현대음악인지 아닌지 잘 몰라요. 스펀지처럼 쭉쭉 흡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전통적인 음악보다 더 재밌어한답니다.” 통화를 나눈 뒤 필자는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너무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걸까. 그렇다. 아이들은 새하얀 도화지처럼 모든 음악을 흡수한다.
제목부터 어린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번 무대는 재미있는 동화와 일러스트와 함께 목관 5중주와 피아노, 그리고 소프라노의 음악을 들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패밀리 콘서트다. 작가 겸 연출을 맡은 우영은 교수를 필두로 코리안 모던 앙상블(김현준, 김형일, 오병철, 김주현, 이현옥)과 피아니스트 박상희, 소프라노 노선우, 스토리셀러 이지윤, 작곡가 최재혁(작품)이 함께 참여한다.
지난 2019년 11월 세종시 뮤지토리키즈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후 만 4년 만에 우영은 교수를 다시 만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순수함을 가득 품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아이들을 위한 동심의 무대를 꾸준히 기획한 우영은. 오는 5월에 공개될 채소나라의 선율은 아이들에게 과연 어떠한 상상력을 선물해‘줄까? 그녀의 나눈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확인해 보자.

책 출간 이후 오랜만에 만나 뵙습니다. 이번에 진행될 양파의 매직코트 공연이 무척 신선하네요. 어떤 작품인가요?

양파의 매직코트는 채소들이 주인공인 동화입니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의 매직코트로 어려움에 처한 채소 친구들을 구해주는 내용이죠. 스토리 곳곳에 목관5중주와 피아노 음악, 그리고 소프라노의 노래로 이야기에 몰입하게 합니다. 연극이나 뮤지컬이라면 무대 위를 스토리 전달을 위한 세팅으로 채워야 하겠지만 저는 클래식 음악이 이야기와 잘 만나면 그 어떤 세팅보다 멋있는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은 우리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상상하게 하거든요. 그래서 남녀노소 누가 들어도 자기 스타일대로 상상하며 감상할 수 있죠. 스토리텔러의 진행과 함께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이 음악으로 상상하는 관객 주도적 콘서트라고 할까요?

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다양한 클래식 음악극을 진행하셨는데요. 전반적인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말씀해 주세요.

10년도 더 전에 음악극 대본 작업을 제안받아 만들게 된 이야기입니다. 채소를 주제로 한 콘서트 기획이었는데 당시에 제가 <이야기가 있는 클래식>으로 동화 바탕의 클래식 콘서트를 만들고 있었기에 음악회를 위해 여러 채소가 주인공인 채소 동화 시리즈를 쓰게 되었어요. 이야기를 쓸 당시, 머릿속에서 채소들이 걸어 다니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는 아이들이 무조건 좋아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양파, 감자, 당근처럼 냉장고에서 늘 볼 수 있는 식재료들을 상상하다가 목관악기가 떠올랐어요. 목관 악기들은 악기마다 소리가 다 다르고 음역의 폭도 커요. 채소도 저마다 크기도, 생김새도 정말 다르죠. 서로 다른 목관악기 선율이 불러올 효과도 기대돼요. 이 콘서트를 접한 분들이 우선은 클래식 음악을 ‘진짜 재밌다!’라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어린이 관객이라면 채소와 친해져서 골고루 편식하지 않는 어린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아이들은 현대음악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이야기해 주신 부분이 계속 생각나네요. 리게티, 뿔랑, 투일레 등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는 현대음악이나 클래식(고전)음악이나 똑같은 음악일 거예요. 그동안 다양한 뮤지토리 콘서트를 만들면서 20C 음악에 재미를 느끼는 아이들을 봤어요. 클래식 음악은 언제나 새로운 시도와 발상의 전환을 추구해 온 것 같아요. 모차르트의 오페라, 베토벤의 교향곡, 사티의 가구음악, 드뷔시의 인상주의… 지금 들으면 모두 똑같은 클래식 음악이지만 당시에는 모두 파격적인 현대음악이었을 거예요. 현대음악의 본성이 아이들과 닮은 것 같아요. 관습보단 본질을 추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움과 재미를 추구하니까요. 뮤지토리 콘텐츠 창작자로서 이야기와 음악의 핏을 맞추기 위해 수많은 음악을 듣고 연구해요. ‘양파의 매직코트’의 캐릭터와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찾다 보니 뿔랑의 작품을 메인 선곡으로 고르게 되었고 리게티와 투일레 작품, 그리고 몇몇 장면에서 꼭 필요한 음악을 최재혁 작곡가님께 부탁하게 되었어요.

워낙 작·편곡에 유능하시지만, 이번 작품을 특별히 최재혁 작곡가에게 부탁한 이유가 있다면요?

2020년 대전국제음악제에서 앙상블 블랭크의 연주를 통해 최재혁 작곡가의 음악을 처음 들었어요. 당시 프로그램은 최재혁 작곡가 작품을 포함하여 바흐, 쇤베르크 등 바로크부터 현대까지 다양했는데 단원들과 함께 색채감 있게 그려가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2년 뒤에 대전시향의 ‘베토벤과 해리포터의 마법’이라는 콘서트를 보게 되었는데 처음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오케스트라와 함께 음악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표현하려는 지휘자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어요. 모든 파트의 악기를 섬세하게 들으며 지휘봉과 손끝을 붓처럼 사용하는 것 같았어요. 작곡가이면서 지휘자인 점이 특별함의 이유일까? 생각해 보았던 것 같아요. 사실 음악가 최재혁과 작품을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2020년 앙상블 블랭크의 연주를 들었던 때부터 했었던 것 같아요. 동화를 품은 작곡이라는 게 생소한 작업일 수도 있지만 최재혁 작곡가만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주실 것 같아 기대가 커요.

‘뮤지토리’가 추구하고 싶은 본질적인 가치를 이야기해주세요.

뮤지토리의 콘서트에는 이야기를 담은 음악과 동화가 서로 온전히 섞여 있어요. ‘MUSI+TORY’ 반반씩 섞인 이름처럼 말이죠. 그래서 어린이는 동화를 통해 상상하는 게 자유롭고요. 어른들은 어린이보다 상상력이나 감수성은 다소 부족하지만, 뮤지토리 콘서트를 통해 마치 ‘향수’처럼 ‘동심’을 떠올려요. 뮤지토리 콘서트를 보시고 종종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계신데 아마.. 사느라 바빠 잊고 있던 ‘동심세포’가 살아나서 그런 건 아닐까 싶어요.

어린이의 상상을 자극하는 무한한 아이디어로 한결같이 작업을 지속하고 계신 열정이 너무 멋지십니다. 최근에는 교육까지 영역을 넓혀 음악강사들을 대상으로 음악교육콘텐츠 사업도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예술가’는 ‘장인’과 달라요. 표현에 있어서는 ‘장인’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나만의 고유한 것을 찾고 표현하려는 강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우리나라 어린이 예술 교육을 바라보면 답답한 구석이 많아요. 영유아기에 잘 심어진 예술씨앗이 피기도 전에 말라버리는 느낌이 들어요. 단편적인 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될 때까지 유지되는, 보다 장기적인 커리큘럼이 필요한 것 같아요. 모두가 예술가의 직업을 갖고 살진 않겠지만 예술은 삶을 윤택하고 건강하게 해주는 필수 요소라고 생각하거든요.

귀국 후 ‘나비요정’ 출판을 시작으로 ‘엘리제의 뮤직박스’, ‘호두까기 인형’ ‘양파의 매직코트’ 등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스토리텔링 교재를 출간하셨습니다. 이러한 콘텐츠의 힘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스토리는 우리를 이해시키지만, 음악은 우리를 감동하게 해요. 스토리와 음악을 함께 사용하는 것은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작용하게 하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기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토리텔링 악보집을 통해 음악과 이야기 사이를 연결 짓는 감각을 기를 수 있습니다. 똑같은 말을 해도 음악적인 흐름을 고려해서 말하면 전달력이 더 좋아질 수 있어요. 더욱 감동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는 거죠. 많은 아이들이 음악적 즐거움을 보다 깊게, 오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음악을 통해 보다 감동적으로 말하고, 음악을 통해 나만의 생각을 표현하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이 무대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이야기와 음악이 서로 핏이 맞을 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엄청난 힘이 생겨요. 뻔한 대답일 수 있겠지만 이번 공연에서 어린이들을 사로잡을 만한 부분은 음악과 이야기입니다.
예술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어떤 예술이든 그 근본에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고, 전하고 싶은 내적 동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남기고 또 전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라고 말했던 것 같아요. 똑같은 것을 봐도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상상을 할 수 있어요. 음악은 이야기 속에서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을 도와줄 거예요. 어린이, 어른을 나누기 전에 모두가 작은 예술가로서 고유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뮤지토리 콘서트 ‘양파의 매직코트’는 모든 관객이 예술적으로 마음껏 상상하고 노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끝으로 공연을 기다리고 있을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클래식 음악은 어렸을 때 듣기 시작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듣는 음악, 한평생 듣게 되는 편안한 음악인 것 같아요. 오랜 역사 안에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만큼 다양한 내용과 스타일의 음악이 있죠. 이토록 다양한 클래식 음악이 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세상에서 제일 흥미로운 장난감이자 친구인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분들께 클래식 음악의 다양성과 더불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뮤지토리 콘서트를 통해 클래식 음악이 동화와 딱 맞게 만나면 그 어떤 장르의 음악보다 재밌고 풍성한 음악적 판타지를 열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요. 5월 5일 어린이날에 즐거운 마음으로 뮤지토리 콘서트에 오셔서 어린이도 어른도 똑같이 뮤지토리로 느낄 수 있는 놀라운 판타지를 경험하시길 바라요.

우영은 교수는 4년 전 인터뷰에서도 이렇게 이야기했다.

“음악과 이야기가 만나면 더 큰 시너지가 생겨요. 이야기는 음악에 상상을 더하고, 음악은 이야기에 공감을 부릅니다. 아이들은 도화지 같고 또 스펀지 같아요. 이 시기에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들로 가득 채워주고 싶어요.”
이번 콘서트는 아이들의 동심과 상상력을 위한 변함없는 열정으로 한층 더 풍성해진 우영은 교수의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는 무대이다.
“동화와 음악이 만나면 공간 가득 판타지가 피어나고, 상상의 문이 열립니다. 상상의 문을 열면 이야기 너머에 있는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뮤지토리는 음악과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이 보다 자유로운 상상을 펼치고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냉장고 속 야채와 클래식이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발휘될지 쉽게 상상하기 어렵지만, 또 그렇기에 흥미로운 채소 나라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보고 들으며 완성해 보는 건 어떨까? 일 년에 단 한 번뿐인 특별한 어린이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클래식 콘서트를 통해 꿈과 희망이 가득한 동심의 세계를 직접 확인해 보자.

글 김희영

일시: 5월 5일(일) 오후 5시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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