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마크를 향한 마라토너들의 여정과 도전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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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에 관한 역사적 사건을 담은 이야기
기획에서 개봉까지 5년이 걸린 영화 「1947 보스톤」은 마라톤에 관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이며 사실을 왜곡한 일종의 신파나 국뽕은 아니며 그 부분을 최소화한 역사적 드라마이다. 음악감독 이동준은 20곡의 사운드트랙을 통해 영상의 사실 묘사와 각 장면의 심리적 지속성을 유지하는데 주력했다. 영화 시작 부분을 휘감는 <1947 Road to Boston prologue>는 음악의 흐름 속에 고전적 의미의 악기는 이미 희석되고 음악과 효과음의 경계가 명확지 않은 소리들이 한데 어우러져 기능한다.
손기정(하정우)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베를린 올림픽 1등 단상에서 비통한 표정을 가 대변하고 명상적이며 점차 몽상적 기분을 끌어낸다. 일정한 리듬으로 단조로움을 잊고 후반부로 갈수록 더 큰 절정으로 치닫는다.
손기정이 서윤복(임시완)을 제치고 운동장 100바퀴를 완주할 때 흐르는 는 시간이 갈수록 박진감있고 중간 성부에 관심이 집중되며 영상에 절묘하게 꽂혀 선율의 흐름은 거칠어진다. 서윤복이 어머니의 죽음 앞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을 때 은 피아노에 신디를 덮은 애잔한 사운드로 유도되며 비트를 타고 흐른 비정한 테마 선율은 장면 전환에 관객을 휘어잡을 무기로 작용한다.
보스톤행에서 현지 도착할 때 영상에 꽂힌 은 힘차게 몰고 간 비트의 반복으로 화성적 뼈대를 둘러싼 선율들을 응집력있게 풀어가고 스토리의 소재를 적절히 안고 있다. 서윤복이 비장한 각오로 태극기를 바라보며 배경이 된 는 짧고 간결한 구성이지만 중요한 의미를 준다. 컴퓨터음악 속의 피아노가 어우러져 주제적 연관성을 시도하고 서윤복이 보스톤 마라톤대회 결승선에 1등으로 골인할 때 는 순차적인 조성진행에서 중간점에 이르러 음악감독 이동준 특유의 톤이 색채를 드러내며 파스피에 리듬의 푸가형이 고조되어 감정의 긴장감을 더해준다.

내적인 축축함이 넘친 사운드트랙
는 마라토너 서윤복의 벅찬 감정을 토해내듯 협화음의 조화와 선율의 순환적 느낌이 조각조각 떨어지지 않고 미묘한 병렬관계를 형성한다.
특히 서윤복이 본 경기를 앞두고 배경음악이 된 은 엄숙한 분위기나 동력적이고 비트 강한 추진력을 준다. 조성적 응답으로 주제는 화성적 중요성이 강조되며 서로 맞물린다. 보스톤 마라톤대회의 영광을 걸머진 후 음악 는 이동준의 음악적 배치와 효과음향들이 클래시컬하게 집약돼있다. 냉담하고 연약한 인상을 주며 장식적 구도를 형성한다. 는 사운드에 심현정의 허밍이 녹아 신성한 미를 표출하고 속도의 느낌과 빠름의 교차에서 새로운 신호탄이 된다. 영화는 <1947 Road to Boston>이 교향악과 피아노가 결합된 음악의 전개과정은 사운드트랙 악상의 잠재력이 단계적으로 발전되어 영상의 변화와 극적 수단을 만든 그만의 열정으로 보인다. 이번 <1947 보스톤>의 음악은 실화에 의존한 각 영상에 감정선을 입혀 예리한 아티큘레이션을 적용했고 사운드트랙의 머리에 실은 디렉팅도 효과적이며 승화된 분위기와 내적인 축축함이 넘친 사운드트랙으로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다양한 범주의 테크노음악이다. 고동치는 심장의 요동같은 신시사이저는 불투명한 미래 사회의 단편을 조명하는 신호탄이다. 메인 주제곡 <1947 Road to Boston>은 여러 버전이 주요 장면에 꽂혀 영화 속 마라토너의 열정과 도전을 상징하고 리얼리티에 충실한 트랙으로 남는다. 서윤복의 독창적 영향력이 암묵적으로 반복될 때 빠른 템포로 연주되는 악기들의 빼곡한 배합은 극적 효과를 준다. 이번 영화에서 20곡의 사운드트랙은 웅장하고 기교적 스타일이 전후 영상에 꽉찬 인상이며 당당하고 자신감에 넘친 코드가 축을 이룬다. 한바탕의 도전적 울림처럼 자유로운 음형과 불협화음이 한데 어우러져 힘찬 에너지를 주며 주제 음악의 순수성을 유지한다.

글 정순영 (작곡가,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