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을 감싸 안는 현 ‘2024 교향악축제 심포니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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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민간 교향악단인 심포니 송이 2024 교향악축제 열여섯 번째 무대에 섰다. 심포니 송(지휘 함신익)의 교향악축제 첫 무대다. 베토벤의 작품으로만 꾸민 심포니 송의 이번 무대엔 아쉬움과 가능성이 공존했다.

연주회 1부 프로그램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협연자는 피아니스트 김준형. 그의 연주는 베토벤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듯 감미롭게(dolce) 시작했다. 다이내믹이 피아노(p, 여리게)로 설정돼 있지만 유약하기보단 부드러운 인상이 강했다. 심지가 두터운 소리였다. 화음을 이루는 음정들 가운데 중음이 풍부한 까닭이다. 그리고 템포는 상당히 여유로운 편이었다. 이어 함신익과 심포니 송은 피아노가 한 발 앞서 그려놓은 청사진을 따라 주제를 연주했다.

김준형의 첫 터치가 매우 신중했기 때문에 자칫 패시지가 과도하게 경직되지는 않을지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여유를 가지고 유려하게 연주를 풀어냈다. 또한 2악장에서 직설적이고 웅변적인 현악과 명상적인 피아노의 대비가 흥미로웠다. 두텁고 다소 거친 질감의 현과 맑은 울림의 피아노가 각자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 결과다. 다만 이처럼 대비를 이룰 때의 현은 효과적이었으나 3악장에서 피아노가 이끄는 달콤한 주제와 같은 부분에서 다소 소리의 입자가 굵고 거친 인상이었다.

활기차게 피날레를 장식한 김준형은 앙코르 무대에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4개의 노래> 중 제4곡 ‘모르겐’(Morgen)을 레거의 편곡으로 연주해 고요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연주회 2부의 프로그램은 베토벤 <교향곡 7번>. 바그너가 ‘춤의 신성화’라고 표현했을 만큼 리드미컬한 음악으로, 매우 영리한 선곡이었다. 이자가 굵은 현의 질감을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악장 도입부, 함신익은 음을 끌듯이 연주하라(sostenuto)는 베토벤의 지시를 착실히 수행했다. 이어 63마디, 음악의 성격이 활기차게(vivace) 바뀌는 지점에서 가속페달을 밟은 그는 추진력을 잃지 않으려는 듯 감속을 자제하며 경쾌하게 달렸다. 또한 2악장은 느린 템포로 장송행진곡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3악장에선 빠른 초반부와 느린 중간부 사이의 낙차를 크게 가져감으로 다채로운 연주를 들려줬다. 3악장과 거의 이어지듯 시작한 4악장은 피날레까지 단숨에 질주하며 연주를 마무리했다. 또한 앙코르 무대에선 베토벤의 가곡 <그대를 사랑해>를 박희정의 편곡으로 연주해 객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심포니 송의 무대에서 우리는 오케스트라의 배치에 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날 함신익은 제1,2바이올린을 지휘자의 양쪽에 두고 콘트라베이스를 관악기 뒤편에 자리 잡도록 했다. 이렇게 배치하면 현악기가 관악기를 둘러싸는 형태가 된다. 현악의 사운드가 관악의 우림을 감싸 안게끔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호른이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사이에 위치한 탓에 소리가 묻히는 결과를 낳았다. 1악장과 4악장에서 호른이 승리의 개가처럼 울려 퍼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쉬운 선택이었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트럼펫의 경우 콘트라베이스와 팀파니가 위치한 가장 뒷열에서 다소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트럼펫의 소리가 명료하게 분리돼 들렸다. 함신익은 코드 사이에 숨겨져 있던 트럼펫의 어프로치 노트(Approach Note)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곤 했는데, 의외성을 가져다주는 선택이었으며 신선했다.

평 권고든(음악평론가)

2024 교향악축제_심포니 송
일시·장소: 4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함신익
협연: 피아노 김준형
연주: 심포니 송

프로그램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G장조 op. 58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모르겐 – 4개의 노래 op. 27 중에서 (편곡 레거, 피아노 앙코르)
베토벤: 교향곡 7번 A장조 op. 92
베토벤: 그대를 사랑해 WoO 123 (편곡 박희정, 오케스트라 앙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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