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곡을 만난다는 설렘과 아쉬움 사이 ‘2024 교향악축제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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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새롭지 않은 것은 부도덕한 소설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소설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말이다. 예술에 있어 새로움은 일종의 미덕이다. 미술사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곰브리치(Ernst Gombrich)의 ‘서양미술사’엔 선험적 직관과 영감으로 알을 깨고 나아간 예술가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새로움이 반드시 아름다움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2024 교향악축제 열여덟 번째 무대에서 지휘자 장윤성과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한국 초연을 두 곡이나 준비했다. 장윤성이 이전부터 비춰온 새로운 곡에 대한 열망이 어떻게 발현됐을지 시선을 옮겨보자.

첫 곡은 푸치니의 ‘카프리치오 신포니코’다. 오페라 작곡가로 친숙한 그이지만, 1883년 밀라노음악원 졸업 작품으론 관현악을 남겼다. 다소 음울한 인상의 음향과 우수에 찬 선율에서 우리는 젊은 푸치니의 재능을 엿볼 수 있었다. 장윤성의 지휘는 그가 다수의 오페라 작품에서 보여준 것처럼 자잘한 실수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드라마를 확실히 챙겨가는 모습이었다.

이날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 피아니스트 김다솔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5번’을 꺼내들었다. 모차르트의 작품치곤 선율이 뚜렷하지 않으며 오케스트라의 역할이 큰 편이다. 그래서일까. 김다솔은 피아노의 선율적인 면을 드러내려 다양한 시도를 했으며, 음색과 화성의 표현에 신경을 쏟는 모습이었다. 결과적으로 상당이 예쁘고 여린 음색의 연주가 됐다. 예컨대 3악장 도입부의 맑은 느껴지는 선율, 그리고 제2바이올린의 경쾌한 8분음표처리와 궤를 함께하는 패시지 등에서 모차르트의 순수성이 잘 드러났다. 하지만 한편으로 여린 면이 강조돼 오케스트라의 교향악적 풍모에 다소 묻히는 경향도 있었다.

또한 김다솔은 앙코르로 슈만의 <사육제> 중 제5곡 ‘오이제우스’를 들려줬는데, 협연에서 선보인 맑고 부드러운 터치가 잘 어울리는 연주였다.

카셀라 ‘교향곡 1번’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선택한 것이 흥미로웠다. 장윤성은 2017 교향악축제에서 프라임필하모닉과 카셀라 ‘교향곡 2번’을 연주한 바 있으며,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취임연주회에서도 같은 곡을 무대에 올렸다. 그래서 기억력이 좋은 관객이라면 장윤성이 연주하는 카셀라 ‘교향곡 1번’을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교향곡 1번’의 2악장이 ‘교향곡 2번’의 2악장으로 그대로 사용된 까닭이다. 작곡가 본인 역시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기에 2악장을 그래도 가져온 것으로 보이지만 장윤성의 시각은 조금 다른 듯했다.

장윤성의 장점은 음악적 내러티브를 확실하게 표현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카셀라 ‘교향곡 1번’의 내러티브가 다소 헐겁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3악장 중반쯤 트럼본–트럼펫–호른이 마치 성경 요한계시록에서 신의 진노를 알리는 일곱 천사의 나팔처럼 불길한 음형을 연주한다. 그런데 곧이어 분위기는 승리의 개가처럼 바뀌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지만 드라마를 확실하게 마무리 짓지 못하고 승리의 정서가 다소 장황하게 이어진다. 순간적인 표현은 매우 극적이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드라마를 확실히 이끌어가는 장윤성의 장점이 다소 희석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날 연주회의 시작을 장식하고, 메인 프로그램에 연주한 음악 모두 한국초연이었다. 새로운 작품을 듣는다는 설렘과 즐거움이 큰 만큼 함께 아쉬움도 짙게 남는 연주였다.

2024 교향악축제_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
일시·장소: 4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장윤성
협연: 피아노 김다솔
연주: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프로그램
푸치니: 카프리치오 신포니코 SC 55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5번 C장조 KV 503
슈만: 오이제비우스 – 사육제 op. 9 중에서 (피아노 앙코르)
카셀라: 교향곡 1번 B단조 op. 5
푸치니: 라 트레젠다 – 오페라 “요정 빌리” 중에서 (오케스트라 앙코르)

평 권고든(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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