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낭만을 경계하며 넓게 펼친 사운드 ‘2024 교향악축제 과천시립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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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24 교향악축제의 일정이 막바지를 향하는 가운데 과천시립교향악단(지휘 안두현)이 열아홉 번째 악단으로서 무대에 섰다. 바그너를 필두로 의욕적인 프로그램으로 연주회를 구성한 과천시향의 무대를 살펴보자.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는 바그너가 반지 시리즈에 착수하기 전 작곡한 작품으로 바그너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화려한 음색이 특징이다. 이날 과천시향이 연주한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전주곡’ 역시 마찬가지. 지휘자 안두현은 이를 염두에 둔 듯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화려하게 펼치려 했지만 초반의 음색은 다소 메마른 인상이었다. 연주가 어느 정도 진행되며 음색은 서서히 윤기를 되찾아갔다. 특히 후반부에서 첫 주제가 다시 등장할 즈음엔 충부난 열기를 머금은 사운드가 웅장하게 홀을 채웠다.

베버의 ‘바순 협주곡’을 위해 무대에 오른 바수니스트 유성권은 밝고 부드러운 음색의 소유자였다. 그렇기에 베버의 작품에 담긴 감미롭고 아름다운 선율과 잘 어울렸다. 1락장의 도입부는 상당히 박력 있게 등장하지만 안두현의 지휘봉 아래에서 과천시향은 바그너를 연주할 때와 전혀 다른 접근을 선보였다. 한층 부드럽고 화사한 음색을 들려준 것. 과천시향의 반주를 타고 유성권의 연주는 부드럽게 도약했다. 첫 패시지부터 등장하는 꾸밈음과 부점, 스타카토를 가렵게 처리하며 상쾌한 연주를 들려줬다.

오페라로 우리에게 친숙한 베버답게 유려한 느린 2악장의 유려한 선율은 이 작품의 백비 중 하나다. 유성권은 베버의 선율을 아리아를 처리하듯 수려하게 이어갔으며, 오케스트라는 독주 바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보탰다. 3악장 피날레에 이르러선 함게 화려한 마무리를 선보였다. 이어진 앙코르 무대에서 유성권은 브람스의 ‘5개의 가곡’ 중 ‘자장가’를 연주했는데, 베버의 작품을 연주할 때보다 조금 더 두텁고 짙은 음색을 들려줬으며 표현의 폭이 넓은 연주자임을 확인시켰다.

안두현이 메인 프로그램으로 낙점한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7번은 종종 ‘어린이 교향곡’으로 불리곤 한다. 소련의 어린이 라디오 방송을 위해 작곡된 까닭이다. 그래서 1, 4악장엔 행진곡이 등장하며, 새소리를 음악화한 듯한 부분도 엿보인다. 이는 전작인 교향곡 6번이 당국에 의해 비판을 받았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향곡 7번에서 프로코피예프의 특유의 신랄한 풍자와 냉소적인 미소가 옅어지긴 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작품 곳곳에서 그의 따끔한 시선이 발견된다. 1악장 시작부터 쓸쓴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쓸쓸한 바이올린의 주제, 3마디부터 등장하는 비올라와 첼로, 콘트라베이스는 쓸쓸한 분위기를 가중시킨다. 하지만 이날 안두현은 이러한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단 밸런스에 무게를 두고 뉘앙스만을 풍기는 쪽으로 해석의 가닥을 잡은 듯했다. 그렇기에 바이올린이제시하는 주제는 쓸쓸하기보단 감미로운 쪽에 가까웠다.

2악장 역시 냉소적이기보단 동화적이며 우아한 분위기가 먼저 감지되며, 유쾌하기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는 느린 악장인 3악장에서도 이어졌는데, 전체적으로 중도적으로 템포를 설정했기에 특별히 느린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러한 템포 설정으로 인해 연주가 과도하게 낭만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한 것을 통해 안두현이 이 연주에서 밸런스에 무게를 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4악장의 질주 또한 안두현은 가벼운 표정을 유지하며 경쾌한 연주를 선보였다. 조금 더 과감하게 질주했어도 좋았을법했지만 안두현은 해석의 콘셉트를 끝까지 지켰다.

오히려 안두현과 과천시향에게서 놀라웠던 부분은 앙코르에서 증장했다.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님로드’를 연주했는데, 비교적 느린 템포를 취하는 가운데서도 추진력을 잃지 않았고, 넓고 풍부하게 펼쳐지는 사운드가 홀을 가득 채우는 모습에서 과천시향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2024 교향악축제_과천시립교향악단
일시·장소: 4월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안두현
협연: 바순 유성권
연주: 과천시립교향악단

프로그램
바그너: 전주곡 –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중에서
베버: 바순 협주곡 F장조 op. 75
브람스: 자장가 – 5개의 가곡 op. 49 중에서 (바순 앙코르)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7번 C sharp단조 op. 131
엘가: 님로드 – 수수께끼 변주곡 op. 36 중에서 (오케스트라 앙코르)

평 권고든(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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