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희의 콩쿠르 사고뭉치 (2) : 학원이 콩쿠르 전 준비할 것들

33

그러면 콩쿠르의 준비단계에서 생각해야하는 요소들을 살펴보자.

사전에 답사하는 것이 효과

콩쿠르의 준비단계는 보통 3개월 전쯤이면 적당하다고 생각이 든다. 대학 입시곡을 준비하는 학생의 경우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라고 보지만, 보통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볼 때는 적당한 기간이라고 본다.

콩쿠르 3~4개월 전 많은 콩쿠르 관계자들이 학원을 방문하기나 인터넷, 음악잡지에 콩크르 광고를 게재한다. 먼저 어떤 콩쿠르가 우리 학원, 우리 학생에게 맞는지를 파악하자. 사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미리 전 시즌의 콩쿠르를 한번 탐방해보는 것이 아주 도움이 된다. 내가 나가지 않더라도 후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여러 콩쿠르를 탐방해서 어떤 학생들이 어떤 곡으로 좋은 성적을 받았는지, 그 콩쿠르에서 교수님들이 중요시 여기는 적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파악하고 콩쿠르의 분위기가 나하고 맞는 지도 생각해보는 것이 다음 콩쿠르에 참가할 때 아주 도움이 된다.

여러 여건을 분석하여 참가할 콩쿠르가 확정되면 콩쿠르에 나갈 학생들의 접수를 받아야 한다. 물론 한두 명의 학생을 데리고 콩쿠르에 나가는 것도 좋겠지만, 여러 명을 같이 준비시켜 나가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된다. 콩쿠르에 처음 도전해보는 원장님의 경우는 1~2명이 적당하리라고 본다.

스타가 될 만한 제자 참여시켜야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야 될 점은 콩쿠르에 나가는 학생들 중에는 반드시 그 학원의 스타가 될 만한 학생을 데리고 콩쿠르에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경쟁의 밭에 뛰어들게 되는데 분명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 정상급의 학생을 데리고 나가는 것이 준비기간과 콩쿠르의 결과에도 도움이 된다.

콩쿠르의 인원 점수에서는 반드시 미리 공문을 보내는 것이 바람직히다. 구두로만 학생들에게 콩쿠르 신청을 받는 것은 나중에 학부모들의 원성을 들을 소지도 있고, 학부모들도 건성으로 생각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문 작성시 필요한 항목들은 콩쿠르의 장점들과 콩쿠르의 일시, 콩쿠르의 참가비 등이다.

이 부분에서 본인이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다. 점점 경제상황이 어려워져 콩쿠르비도 아까워하는 학부모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찌 학부모 탓이겠는가. 그래도 콩쿠르를 많이 나가는 학원들을 보면 더블 레슨비 또는 콩쿠르 특별 레슨비라 해서 참가비 이외의 추가 레슨비를 받는 학원이 있다. 본인은 개인적으로 찬성하는 편이다. 분명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학생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학생 만큼, 아니 학생보다 더많은 신경과 노고는 선생님의 몫이다.

언제 한 세미나 장소에서 이런 특별레슨비를 ‘작품비’ 라고 명칭해서 받는다고 했더니 원장님들이 좋은 생각이라고 동감하셨던 기억이 있다. 본인이 소속된 학원 연합회는 작품비라는 명칭으로 추가 레슨비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참가비와 작품비는 미리 받는 것이 좋다. 요즈음 학부모들은 콩쿠르를 연습시키는 것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용하는 학부모도 있을 수 있다. 콩쿠르 연습을 땀흘려 시킨 후에 학부모가 콩쿠르를 며칠 앞두고 평계를 대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제일 싫어하는 곡은 비창 소나타 1악장과 쇼팽 발라드 1번

어느 정도 학생이 접수되면 학생에게 맞는 곡을 정해주어야 할 것이다. 분명 콩쿠르에 맞는 곡들이 학년별로 있기 나름이다. 몇 년 동안 고정된 학년별 소나티네곡과 모차르트의 곡 정도는 사실 지정곡이 아닌 경우의 콩쿠르에서는 좀 약한 듯하다.

분명 난이도가 있는 곡을 가지고 나오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난이도가 높지 않아도 깔끔하게 치는 연주도 물론 좋지만, 비슷하게 잘 치는 학생들의 경우는 분명 난이도를 생각하지 않는 심사위원은 없을 것이다. 학생들의 곡을 정해줄 때 생각해볼 요소들은 곡의 빠르기, 학생의 음량, 학생의 손놀림, 학생의 진도과정, 학생의 평소연습량 등을 잘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너무 느린 곡을 준다고 생각해보자, 하루 종일 심사를 해야 하는 교수님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분명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을 것이고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도 힘들 것이다. 콩쿠르 심사를 많이 하는 동료 교수가 제일 싫어하는 콩쿠르 곡 중 비창 소나타 1악장과 쇼팽 발라드 1번이라고 하니 좀 안타까운 콩쿠르 현실이다.

손가락 잘 돌아가는 학생 레퍼토리 선정 승패 좌우

학생들 중에는 손가락이 잘 돌아가지만 충분한 음량을 못 내서 빈약한 연주를 하는 경우가 빈번히 있다. 이런 경우는 사실 연주 과정에서 여러 마르카토 연습과 리듬변형 연습으로 극복하는 것이 좋은 길이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소리가 작으나 손가락이 잘 돌아가는 학생들이 대체적으로 많은 편이다. 그럴땐 선생님들의 레퍼토리 선정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조건 소리에 대한 질책만 하지 말고 학생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곡들로 콩쿠르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곡 선정에서 또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뛰어난 학생들은 분명 어떤 곡을 시켜도 잘한다. 그러나 보통 이하의 학생의 경우 콩쿠르를 나갈 때 너무 무리한 곡을 가지고 오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무조건 어려운 곡이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아니다. 학생의 스타일에 맞는 곡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제일 우선이리라 본다.

안타깝게 여기지는 학생들 중에 바이엘 과정이 조금 지났는데 소나티네 7번 3악장을 가지고 연주하는 유치부나 초등 1학년들과 소나티네를 칠 만한 학생이 모차르트 소나타를 어렵게 연주하는 학생들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이든과 스카를랏티가 자주 등장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는 사실상 곡 전쟁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상위권 학생들이 자유곡의 경우에 일반적인 학년별 지정곡을 가지고 나오지는 않는다. 콩쿠르의 상위권 학생들의 곡들도 어느 정도 트렌드가 있는 것 같다. 저학년/고학년별로 아니면 학년별로 유행이 되는 곡이 분명 있다. 이 점은 많은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다득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콩쿠르는 짧은 시간에 무언가를 확실하게 보여 줘야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효과있는 곡을 연주해야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가능한 한 손가락의 움직임이 많은 곡, 여러 음악적 요소가 잘 융합되어 있는 곡이 좋다고 본다. 몇 년 전부터 모차르트보다는 하이든과 스카를랏터를 많이 가지고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소팽의 경우 왈츠나 즉흥곡 이외에도 변주곡이나 마주르카, 발라도 초등학교 고학년의 레퍼토리로 많이 보이고 있다.

연주에 대한 논쟁이 많은 바로크 곡이나 현대 곡의 경우는 초등학생의 콩쿠르 곡으로는 잘 맞지가 않다고 본다. 간혹 잘다루지 않았던 곡을 콩쿠르곡으로 지도할 경우가 있다. 이럴때는 곡에 대한 분석이 잘 나와 있는 해설집이나 지상 강좌를 잘 이용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기 자신이 물론 잘 아는 곡을 지도함이 제일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지만, 레퍼토리를 점점 늘려보는 것도 좋은 현상일 것이다.

이럴 경우 레코드를 이용해서 음악을 들어보고 반드시 직접 연주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연주는 아니더라도 직접 곡을 접해봐야 어디가 어떻게 어려운지 학생의 입장에서 파악이 되고 학생이 진보될 방향을 정해줄 수가 있다.

그리고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여러 콩코르 세미나를 통해서 좋은 레퍼토리를 배우고 최근 동향과 페다고지 법을 습득하는 것도 부지런한 자세라고 본다. 나 자신의 것이 전부라고 생각 하지 말고 여러 사람의 조언과 생각을 공유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된다. 주위에 출판사, 그리고 대화에서 개설된 콩쿠르 세미나가 매우 많다. 조금만 시간을 내어 알아보면 좋은 정보를 많이 알게 될 것이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바로 발로 뛰고 직접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라는 말이다. 물론 여러 여건이 맞아야겠지만 작은 자리라도 참석하고 배우고 혼자라도 연구하고 공부하라는 말이다. 콩쿠르의 준비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가르치는 내 자신이 내실이 꽉 차야 한다는 점이다.

글 박태희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