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를 상승시킨 연주자들의 열기, 서울시합창단 헨델 ‘메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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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를 상승시킨 연주자들의 열기
서울시합창단 헨델 ‘메시아’

12월 17일(금) 오후 7시 30분 세종체임버홀

매서운 칼날 같은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장사진을 이룬 17일 밤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은 연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홀 안의 열기가 느껴졌다. 해마다 연말에 단골손님처럼 만날 수 있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전율이 느껴지곤 한다. 이번 연주회는 서울시합창단 제161회 정기연주회 [마스터 시리즈]로 그동안 합창음악의 진수로 알려졌고 스케일이 큰 연주를 비롯한 메시아 연주에 정평이 난 안양시립합창단 이충한 상임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았다.
협연엔 바로크 전문 연주단체인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이 맡아 액티브한 사운드를 터트렸다. 총 3부 중 제1부 (예언, 탄생)은 첫 곡 신포니아와 13번 전원교향곡을 제외한 19곡이 솔로곡과 합창이 메들리로 연결되어 1742년 초연 당시 아일랜드 더블린 무대에서 구성된 24명의 전문싱어가 이번 무대에서도 재현된 점이 주목된다. 더욱 서울시합창단 전원이 원어 연주를 하여 보다 헨델의 메시아에 근접한 연주였다.

연주자 전원이 하나로 결집된 열정의 무대

제1부 (예언, 탄생)은 느린 붓점의 프랑스풍의 서곡이 안정감 있게 연주되었고,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합창의 연결점이 한맥을 이루어 무대의 공간적 체제 속에 별개의 감정 표현이 생동감을 준다. ‘내 백성을 위로하여라’, ‘모든 골짜기 높아지리라’의 연속적인 진행에서 반전을 주는 성악적인 변화와 미적 뉘앙스를 준 것은 오페라적 느낌을 시사한다.
합창 ‘깨끗케 하시리’는 각 성부가 대조적이며 힘찬 활력을 주었고 자신감 넘친 당당함과 강도 있는 가사전달을 보여준다. ‘그 밤에 양치는 목자들이’, ‘그때에 한 천사가’는 치타티보의 통일성을 다이나믹하고 즉흥적으로 풀어갔다. 특히 합창 ‘ 주께 영광’은 각 성부가 탄탄하게 조합되어 ‘카메라타안티콰서울’합주단과 절묘한 균형미를 이룬다. 본래 연주자들은 전통에 대한 지식의 의존도가 높지만 이번 연주회는 바로크음악을 현시대에 맞게 조율한 특색을 보였다.
제2부(수난, 속죄)의 문을 연 4곡의 합창곡 중, ‘우리는 모두 양 같아서’는 매우 경쾌하고 튀는 리듬성이 바로크와 현대적 감각을 융합한 점이 그 실례이다. 더욱 이곡은 헨델의 진취성이 강한 곡이며 자유로운 가창법으로 오페라적 특성이 지배적으로 전달되었다. 레치타티보 ‘조롱받아 찢어진 가슴이여’, ‘보라 그분이 겪은 슬픔’은 무게 있는 가창법과 풍부한 화음색이 융합되어 연주자의 내적 열기가 전달된 인상이다. 아리아와 레치타티보의 무대‘어찌하여서 뭇나라들이 왜 분노하며’에서 유연하고 거침없는 가사전달을 하며 바로크양식의 대칭과 우아함이 곡 전체에 안배된 표현이었다. 솔리스트와 카메라타안티콰(협연)가 톱니바퀴처럼 상대적 보완을 하며 다이나믹의 수위를 높이고 객관적 해석에서 주관성이 개입된 해석에서 프로다운 면모를 찾을 수 있었다.
이곡의 백미라고 일컫는 44.‘할렐루야’는 지휘자와 합창단, 합주단이 하나로 결집된 격정적인 감동의 무대였다. 이날 모두가 이 곡을 위해 이 자리에 모였을 것이다. 연주자 전원이 혼연일치로 뿜어내는 열기는 음악회장 전체의 온도를 상승시켰고 액티브/블루투스 스테레오가 아니라도 그 웅대한 사운드와 음향성은 경이적이며 감동의 극치를 발산했다.
트럼펫(홍성민)과 팀파니(정유나)는 연주룰을 회전하며 이번 곡의 마술적 매력을 보완하며 헨델풍의 전진성과 서사성을 안겨 주었다. 이번 연주에서 무대마다 단원들을 꼼꼼히 챙겨주는 지휘자의 배려와 연주자들의 상호보완적 호흡도 빼놓을 수 없는 통찰력이라 하겠다.

제3부 (부활, 영생)은 합창 2곡, 3곡의 솔로곡 중 ‘내구원자는 살아계시니’에서 기본 템포를 유지하며 주제선이 강조된, 알라브레베 해석이며 오라토리오적 표현을 위한 개인적 기량이 두드러졌다. ‘보라 내 너희에게 한 비밀을 말하노니’, ‘나팔이 울리리라’는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차별 있는 해석과 종교적 색채감을 잃지않은 연주의 개연성이 두드러졌다. 피날레로 합창 ‘죽음 당하신 어린양’은 지휘자와 전 단원이 일맥상통된 파워풀한 저력을 보인 무대였고 지칠만한 연주자들이 브레이크 없는 탄탄한 에너지를 분출한 연주였다. 혼신의 노력을 다한 이번 헨델의 ‘메시아’가 매년 다르게 들리는 것은 지휘자와 연주자 전원이 청중의 방향감을 위한 이정표가 해를 거듭할수록 변모하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그들이 ‘메시아’에 실은 열정에 버금가는 청중의 자세도 현시대에 걸맞는 음악적 수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評 정순영(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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