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같은 팬데믹 어둠의 끝에… 작곡가 이신우 앨범 ‘죽음과 헌정’ ‘새벽까지’ 동시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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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같은 팬데믹 어둠의 끝에…
작곡가 이신우 – 앨범 ‘죽음과 헌정’ ‘새벽까지’ 동시 발매

상실감의 저류에 먹물을 찍어 그린 악보
지난 2021년 8월 제목이 생소한 연주회가 눈에 띄었다. 세종솔로이스츠의 ‘힉엣눙크’(HIC ET NUNC, 여기 그리고 지금) 연주회였다. 이는 바이올리니스트 스티븐 김이 작곡가 이신우의 Till Dawn(틸 던)을 세계 초연하는 의미 있는 연주회였다. ‘틸 던’은 ‘새벽이 올 때까지’라는 뜻으로 어둠을 감내하며 끝내 빛을 기다리는 비극을 뛰어넘는 희망의 음악이다.
한창 코로나가 창궐할 때 작곡가는 왜 이 곡을 썼을까? 이 곡을 듣고 가슴은 서늘하지만, 암흑 포장지는 기어이 빛이 뜯어내리라는 희망이 오가는 양가감정이 신비롭기만 하다. 이신우는 2020년 연구년을 맞아 영국에서 보내던 중 코로나19의 대확산을 맞닥뜨린다. 코로나 위기에 더해 북유럽의 긴 밤은 그에게 거대한 상실감을 넘어 하나의 고통으로 와닿았다. 그는 그 상실감을 저류에 먹물을 찍어 악보를 써내려갔다. 새벽을 기다리면서 새벽까지… ‘틸 던’은 그렇게 탄생했다.
작곡가는 인터스텔라의 랑데부처럼 자신의 마음과 합하는 연주자를 발견했다. 바로 힉앤눙크에서 호흡을 맞췄던 바이올리니스트 스티븐 김과 피아니스트 박영성, 그리고 첼리스트 제임스 김이다.
이제 시대의 어둠을 점자책에 악보를 쓰듯 돋을새김한 그의 음악을, 음악회 현장이 아닌 음반으로도 얼마든지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인간의 고통과 상실감, 고독에 천착한 창작곡
인간 본성의 문제를 특유의 음악 세계로 풀어나가는 한국의 대표 작곡가 이신우(서울대 음대 작곡과 교수)가 최근 새 앨범 Death and Offering(죽음과 헌정), Till Dawn(틸 던)을 발매했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비극 속에서 인간의 고통과 상실감, 고독을 천착해 탄생시킨 작품들을 모은 앨범이다.
Death and Offering(죽음과 헌정), Till Dawn(틸 던), Caprice No. 1 꽃 등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유현아, 미셸 레티엑 등 세계적인 거장들과 다양한 작품을 창작해온 이신우는 이번 앨범에서 생각의 전극이 같은 동료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2019년 퀸엘리자베스콩쿠르 3위의 바이올리니스트 스티븐 김과 헝가리 다비드 포퍼 국제첼로콩쿠르 1위를 차지한 첼리스트 제임스 김이 그들. 이 두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신선한 감각과 접근 방법을 작품에 녹여냈다.
2019년 세종솔로이스츠의 단원과 작곡기로 만난 이들은 이후 다양한 음악적 대화를 통해 세대를 뛰어넘는 음악적 세계에 깊이 공감했다. 특이한 것은 작곡가가 이미 완성된 작품을 연주자가 악보대로 연주하는 기존의 형태에서 탈피해, 작곡가와 연주자가 함께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진짜 협업으로 작품을 완성해낸 것.


한편 첼리스트 제임스 김과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Ilya Rashkovskiy)가 함께 참여한 앨범 Death and Offering(죽음과 헌정)에서는 시편 23편을 주제로 작곡된 독주 첼로를 위한 Psalmody(시편창)을 시작으로,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1866년 대동강가에서 생을 마감한 웨일즈 선교사 로버트 저메인 토마스(Robert Jerrmain Thomas, 1840~1866)의 생애 마지막 순간을 다룬 Death and Offering(죽음과 헌정), 광범위하게 확장된 첼로의 테크닉이 첼리스트의 탁월한 감각으로 구현된 Expression(표현), 제임스 김의 요청으로 힙합적 요소와 스타일이 가미된 실험적 협업 작품 tangy(짜릿하게)가 수록되었다.
스티븐 김과 피아니스트 박영성이 함께한 앨범 Till Dawn(틸 던)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Psalm Sonata(시편 소나타)와 2020년 3월, 영국의 팬데믹 속 락다운(전면봉쇄)의 절망적인 순간에 작곡한 ‘꽃’, 앨범의 타이틀 곡이자 인간의 상실감과 고독, 삶의 그늘진 측면에 집중한 Till Dawn(틸 던), 이미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그녀의 대표작 Laudate Dominum(라우다테 도미눔) 등을 담았다.
작곡가 이신우“이번 앨범은 인간 본연의 고통과 비탄으로부터 치유와 회복을 그리고 싶었다. 팬데믹으로 더욱 심해진 사회의 단절과 고립, 무력감과 외로움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클래식 애호가들의 앨범 사랑을 당부했다.


글 김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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