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사랑’을 담은 ‘목(木)소리’, 첼리스트 박유신의 ‘Dichterlie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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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첼리스트로서 독보적인 연주활동 뿐만 아니라 <어텀실내악페스티벌>과 <포항음악제>의 예술감독으로 활약하며 진취적인 음악인의 행보를 보여온 첼리스트 박유신의 첫 솔로 음반 가 지난 3월 11일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로 전격 발매되었다.
박유신의 첫 번째 음반 는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첼로와 피아노의 연주로 전하며 가곡의 가사가 된 하이네의 시를 음악으로 풀어내어 슈만의 내면세계를 면밀한 분석과 해석으로 담아냈다. 이 외에도 독일 민요풍의 소박하며 유쾌하고 따뜻한 선율이 돋보이는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다섯개의 민요풍 소품’과 첼로를 좋아했던 30대 초반 청년 브람스가 작곡해 오늘날 낭만주의시대 대표적인 첼로 소나타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인 첼로 소나타 제1번도 함께 실었다.
시인의 사랑에 담긴 ‘목소리’를 나무(木)로 된 악기의 ‘목(木)소리’로 옮겨낸 박유신의 이번 음반.
첼리스트 박유신과 함께 이번 음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YOOSIN PARK,

DICHTERLIEBE

첫 번째 음반 ‘Dichterliebe’ 발매를 축하드립니다. 월간 리뷰 독자들에게 인터뷰로는 처음 인사드리게 되었어요. 간단한 안부 먼저 여쭤보고 싶네요.
코로나로 인해 준비하던 공연들이 취소되고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또 이런 시간을 잘 보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곡들도 읽어보고 여유 있게 연습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감사하게도 연주 기회가 계속 생겨서 지금도 바쁘게 준비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포항음악제>에서 음악감독과 연주자의 역할 모두를 훌륭히 소화하신 것 같아요.
작년 포항음악제는 저에게 있어서는 너무 큰 감동의 순간들이었어요. 포항에서 처음 소개되는 클래식 음악 축제이기도 했고,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거라고 아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너무 많은 분들께서 함께 즐겨 주신 음악제로 첫 회를 보내서 너무 감사해요. 또 포항에 와주신 연주자분들께서도 포항과 음악제에 너무 큰 기쁨을 얻고 가셨다고 많이들 이야기해 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첫 음반에 슈만과 브람스의 작품을 담았는데요.
첫 음반이라 제가 공부한 독일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를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었습니다. 그중 브람스 소나타 1번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요. 첫 음반이다 보니 뭔가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평소에도 가곡을 좋아했기에 슈만 ‘시인의 사랑’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슈만과 브람스의 음악들을 하나의 음원으로 선보였을 때 너무나 조화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요. 아무래도 슈만과 브람스의 음악들이기에 좀 더 섬세한 소리와 정적인 표현을 많이 신경 쓴 것 같아요.

수록된 작품의 간략한 음반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슈만이 작곡한 시인의 사랑 연가곡 16곡이 담겨 있습니다. 하이네의 시와 슈만의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저도 마치 텍스트가 있는 것처럼 첼로로 노래하려고 굉장히 노력했습니다. 슈만 5개의 민요풍의 소품곡은 슈만이 유일하게 첼로를 위해 작곡한 소품곡입니다. 브람스 첼로 소나타 1번은 이번 프로그램 중 가장 오랫동안 공부하고 연주한 곡인데 젊은 30대의 브람스가 쓴 첼로 작품입니다. 그리고 선물과도 같은 앵콜에 슈만 헌정을 담았습니다. 가장 대중적이고 사랑받는 가곡이기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첫 번째 앨범에 ‘슈만’이라는 작곡가의 작품에 초점을 둔 이유와 첼리스트 박유신이 생각하는 슈만 음악의 매력도 이야기해주세요.
슈만의 음악을 공부하면 할수록 굉장히 순수한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슈만의 음악은 어떤 경우에는 굉장히 순수함이 느껴지고,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로맨틱함과 섬세함이 느껴져요. ‘시인의 사랑’ 음악이 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수함과 아름다움이 바로 제가 이 곡을 첼로로 풀어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시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는 첼로를 통해 우리가 섬세히 듣지 못했던
사랑의 선율을 도드라지게 하고,
가사에 구애받지 않으며 첼로 선율을 따라
‘슈만적 선’을 따라 걷게 한다.
이 체험이 참으로 놀랍게 다가온다.
이 음반이 우리에게 마법을 거는 순간이다.”
– 송현민 음악평론가 –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울리히와 함께한 이번 앨범은 지난해 9월 중순, 독일 하노버의 콘그레스 센터에서 녹음 작업을 마쳤는데요. 두 분의 호흡은 어땠나요?
플로리안과는 실내악만 같이 해봤고 듀오는 처음이었어요. 어떨지 너무 궁금하기도 했고 또 플로리안이 슈만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는 피아니스트이기에 기대도 많이 컸습니다. 독일에서 만나 리허설을 했는데 짧은 리허설 시간에도 따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아도 될 만큼 합이 잘 맞았어요. 플로리안이 생각하는 슈만의 음악이 확실했고 저도 제 나름 많은 연구를 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모든 것이 다 잘 맞아서 신기하면서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디어와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보통은 일상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편입니다. 특별하게 노력하는 점은 연주하려는 작품들을 공부하기 위해 작곡가가 살던 당시 시대적 배경과, 같은 시기에 작곡한 다른 악기들의 작품들도 많이 들어보는 편인데, 이런 것들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첼리스트 박유신의 음반을 기대하고 있는 청중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요즘처럼 모두가 어려운 시기가 있었을까 싶지만 이럴 때일수록 음악이 주는 힘이 매우 큰 요즘인 것 같아요. 제 음반을 들으시며 슈만과 브람스의 세상에 잠시 들어가 잠시나마 마음 따뜻해지는 순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김희영
사진 및 자료제공 소니뮤직


첼리스트 박유신

2018년 야나체크 국제 콩쿠르에서 2위를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 첼리스트 박유신은 2018년 안톤 루빈슈타인 국제 콩쿠르에서 2위를 수상하며 유럽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7년 드레스덴 국립음대 실내악 콩쿠르에서 1위, 2015년 브람스 국제 콩쿠르에서 2위와 특별상 수상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박유신은 2018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아카데미에서 활동하였으며, 남서독 필하모니, 에어츠게비어기셰 필하모니아우에, 러시아 국립발레단 오케스트라 그리고 명 지휘자 쿠르트 잔달링의 지휘로 드레스덴 국립음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고 크레모나에서 스승 에밀 로브너와 비발디 더블 콘체르토를,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KBS교향악단과 베토벤 삼중협주곡을 협연하였다. 이외에도 이탈리아 카잘마찌오레 페스티벌, 부헨나우 페스티벌 등 세계 저명 음악제와 베를린필하모니 챔버홀을 포함해 라메나우 바로크홀 등 유럽 저명 홀에서 연주하였으며 국내에서는 포항시립교향악단, 전주시립교향악단, 울산시립교향악단, 경북도립교향악단과 협연무대를 가지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있다. 2019년 2월 피아니스트 김현정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 <러시안 첼로>에 이어 2021년 2월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두 번째 시리즈로 올려진 <러시안 첼로II>의 전국투어를 마쳤으며 2019년 10월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으로서 첼리스트 노버트 앙어,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울리히, 비올리스트 디양 메이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동료 음악가들과 함께 가을 실내악 음악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이후 박유신은 2020년 제2회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과 2021년 제3회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을 성료하여 페스티벌의 지속가능성을 인정받았으며 특별히 2021년부터는 <포항음악제>의 예술감독직을 겸하며 한국 실내악의 지평을 넓히는 첼리스트이자 예술감독으로서의 역량을 견고히 다지고 있다.

박유신 인스타그램 @yoosi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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