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터치하는 성악가, 소프라노 서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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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이 한창 절정에 이를 즈음이 될 것 같다. 오는 5월 6일(금)~8일(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경상오페라단이 제13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오페레타 ‘메리 위도우’로 청중들 곁으로 다가온다. 신진 성악가부터 중견 성악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오페라 가수들과 스텝들의 협업으로 오페라 페스티벌을 이어온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은 명실공이 국내 최고의 오페라 축제이다. 무명의 음악인이 유명 음악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꿈의 무대이기도 한 이번 제13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새로운 오페라 스타로 탄생하게 될 신진 성악가들에 대한 국내 음악계의 기대감이 큰 것은 기정사실이다.

소프라노 서주희

제13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오페레타 ‘메리 위도우’ 발렌시엔 캐스팅
특별히 제13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오페레타 ‘메리 위도우’에서 순수하고 명징한 딕션, 크리스탈처럼 반짝이는 빛깔의 리리꼬 레지에로 소프라노의 전형을 소유한 소프라노 서주희가 이번 경상오페라단의 ‘메리 위도우’의 숨은 보석이요 통통 튀는 캐릭터인 ‘발렌시엔’역을 맡게 됐다는 소식이다. 귀국한 지 2년 차가 된 소프라노 서주희는 지난 해 8월 귀국독창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그녀는 독창회 전후부터 지금까지 ‘사랑의 묘약’ 오페라 주역부터 영미가곡연구회, 현대음악과 바로크 연구회 등의 활동으로 본격적인 성악가로서의 기반을 탄탄히 다져오며 기량을 펼치고 있어 주목되고 있는 재원이다.

“이번에 경상오페라단과 함께 이렇게 좋은 오페라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경상오페라단 최강지 단장님께서 저의 귀국 후 첫 오페라 기회도 주셨기 때문에 저에게는 귀한 인연이고요, 또한 귀국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이렇게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서게 되어 감회가 남달라요. 무엇보다 현재 함께 오페라를 준비하고 있는 모든 교수님들과 선생님들과의 좋은 인연을 이번 오페라를 통해 맺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모든 출연진들과 스태프들이 정말 최선을 다해 이번 오페라를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기대를 부탁드립니다.”

소프라노 서주희는 서울예술고등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한 후 도미하여 뉴욕 맨하탄 음대 성악과 석사 졸업, 애리조나 주립대학 음대 성악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2020년 8월에 귀국하였다. 일찍이 국내에서 한국 성악 콩쿠르 2위, 경원대 음악 콩쿠르 1위 외 다수 콩쿠르에서 입상하였으며 미국 NWV Competition, National Voice Competition 2위 입상 등 국제 콩쿠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서울, 미국 뉴욕 및 애리조나 등에서 수차례의 리사이틀을 가진 그녀는 오페라 L’incoronazione di Poppea, The Beggar’s Opera, Gianni Schicchi, Serse 등 미국에서 다수의 오페라에 출연하였다. 2020년 8월 귀국 후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주역 아디나 역으로 한국 무대에 데뷔하여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 선화예술고등학교, 계원예중.고등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캐릭터 ‘발렌시엔’
이번 오페레타 ‘메리 위도우’에서는 성악가뿐만 아니라 여러 연극배우들과도 협업을 한다. 노래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는 것 못지않게 음정이 들어가지 않는 실질적인 대사까지도 관객들에게 노래와 함께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배우기에 그녀에게는 신선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무대를 준비하면서 이루고 싶은 바람이나 감회가 있냐는 질의에 무엇보다 귀국한지 오래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극장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의미라고 밝힌 서주희. 그녀는 일찍 기회를 얻었으니 기대에 맞게 잘 소화해야겠단 생각이라며 오페레타 ‘메리 위도우’의 발랄한 캐릭터 발렌시엔에 대한 소개를 전한다.

“프란츠 레하르의 3막 오페레타 ‘메리 위도우’는 원작은 독일어이지만 영어로 번역되어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독일어 원제 ‘디 루스티게 비트베’ 보다는 ‘메리 위도우’라는 영어 제목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극은 가상의 국가 폰테베드로를 배경으로 하는데요, 엄청난 부를 상속받은 미망인 한나를 차지하려는 남자들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 입니다.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 발렌시엔은 나이는 스물 한 두 살 이고, 나이 차이가 아주 많이 나는 늙은 제타 대사의 어린 부인인데요, 파리 사교계의 유명한 한량인 까뮈의 적극적인 구애에 마음이 흔들려 사랑에 빠졌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다시 남편인 제타 대사에게 돌아오는 캐릭터입니다. 남편인 제타 대사와의 큰 나이 차이와, 까뮈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철없는 어린 부인의 모습으로만 비치지 않고, 비록 마음은 흔들리지만 본인의 가정을 결국 지켜내는 성숙한 모습도 함께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 상반된 마음의 밸런스를 맞추어 표현하는 것이 발렌시엔 이라는 인물이 가진 특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페라 가수는 오페라 배우와 동격이기도 하다. 하나의 인격과 자기만의 고유한 캐릭터의 소리를 가진 성악가이지만 오페라 무대에서 요구하는 캐릭터는 다채롭기에 매번 역할을 맡고 무대 위에서 그 역할에 대한 해석과 연기를 팔색조처럼 펼쳐내야 하는 오페라 가수들의 생태계란 어쩌면 오르기 힘든 나무를 올라야만 하는, 극한 경험치를 체득해내야 하는 저들만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을 성장하게 만드는 일이란 언제나 본인이 가진 능력보다 조금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시도하기 전에는 어렵고 힘들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시도하면, 결과와 상관없이 그 사람은 한 뼘 성장해 있을 것이다. 이 새로운 경험과 도전 앞에서 자신이 얼마다 대단한 인물인지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성실로 쌓은 프로필은 그녀의 장기
차근차근 한 스텝씩 올라간 케이스라서 특별한 장기가 없다며 겸손을 보이는 서주희는 서울예고, 이화여대 졸업 후 미국 유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 취득까지 비교적 순서대로 흘러간 케이스에 속하다 보니 특이한 행보가 있지는 않다. 그러나 무언가 배우고 공부할 때마다 성실해서 큰 어려움 없이 차근차근 다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중요한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한 단계 한 단계씩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항상 성실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성악가로써 성실함이라는 것이 소위 말하는 예술가스러운 특징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성실함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학업도 노래도 소홀히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저는 아주 뛰어나진 못해도 성실하게 차근차근 노력하고 이루어가는 성악가로 살고 싶어요.”

조언
최근 유튜브와 각종 인터넷상에 쏟아지는 자료들로 인해 흉내 내는 노래가 많고 오히려 학생들을 그르치게 하는 부작용의 사례가 많다. 후배들과 제자들을 향한 성악 선배와 스승으로서의 소프라노 서주희는 인위적으로 소리를 만드는 것보다 가사, 언어의 이해를 하고 난 후 노랠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어떤 언어를 가진 곡과 마주하든 간에 그 곡의 가사를 충분히 이해한 후에 노래를 부르게 되면, 억지로 소리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저절로 감정 속에서 표현되어 나오는 더 좋은 소리들이 있기 마련인 것 같아요. 물론 성악가에게 좋은 소리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은 평생 가져가야 하는 과제이지만, 그것 못지않게 음악에 묻어나는 감정을 풍성하게 표현해 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아직까지는 곡에 대한 이해로부터 나오는 감정 표현보다는 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한 테크닉에만 중점을 두는 학생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저에게도 여전히 어떤 곡이든 온전히 이해해서 충분하게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관객들과 소통하는 직업을 가진 저희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하고 싶은 연주
소프라노 서주희에게 있어 오페라나 연주는 그 어떤 기회라도 모두 감사한 일이지만, 귀국 하였으니 더 한국적인 요소들이 묻어나는 무대의 경험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한다. 또한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많은 노력들이 있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우리 가곡과 한국 창작 오페라가 많이 등장하고 있기에 우리의 언어와 감각을 알릴 수 있는 무대에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거듭 언급했다.

이제 뭇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고,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게 하는 연주자가 되기 위해 성실과 노력을 끊임없이 실행하고 있는 서주희를 우리 음악계는 주목할 것이다. 점점 더 나은 성과를 안게 될 그녀를 기억하기 위함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멋진 결과를 거두려면 사소한 노력을 지루할 정도로 반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위대한 일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누군가의 노래를 들을 때 나도 모르게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요.
동경하는 소리를 가진
성악가의 노래를 들었을 때도,
혹은 완벽한 곡 해석을 보여주는
연주자의 음악을 들을 때도
그런 감정을 느끼게 돼요.
저 또한 사람들의 잔잔한 마음에
좋은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성악가가 되고 싶어요.
언제 어디서 어떤 노래를 부르는 기회를
가질지 모르지만, 어느 위치에서든
제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터치할 수 있는
성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글 김순화 사진 조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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