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기움 보칼레 서울 창단 15주년 기념 정기연주회 프란즈 요셉 하이든 천지창조 (Die Schöpf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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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4월25일(월) 저녁8시 롯데콘서트홀

매우 수준높고 완성도 높은 하이든 천지창조

음악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체험하는 것이다.
특히 교향악 연주처럼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많은 연주단체들에 의해 무대에 올려지는 교향곡들과 달리 종교음악은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일반인들이 항상 쉽게 접할 수 있는 무대는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4월25일(월) 2022 교향악축제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정통 합창음악의 명가(名家)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이 자신들의 창단 15주년 기념 정기연주회로 무대에 올린 하이든의 천지창조(Die Schöpfung)는 로열석과 합창석, 1,2층 객석 및 양측 사이드의 객석들이 대부분 차는 합창음악 정기연주회로는 이례적인 열기를 보여 이 작품에 대한 관심과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에 대한 일반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동시에 보여줬다.

종교음악의 매력 한껏 전해주는 귀중한 시간

‘천지창조’는 요제프 하이든이 작곡한 오라토리오이다. (Hob. 21/2) 만년의 하이든은 오라토리오를 3년 걸려서 완성하였다. 전 연주에 1시간 50분을 요하는 대작으로 영국의 시인 리들레이가 ‘구약성서’의 창세기와 존 밀턴의 ‘실낙원’을 바탕으로 쓴 대본에 의한다. 전곡은 3부로 나뉘어, 제1부에서는 천지창조의 제1일부터 제4일까지, 즉 창궁(蒼穹)과 물, 산과 강, 해와 달과 별이 될 때까지, 제2부는 제5일과 제6일, 물고기와 새, 곤충과 짐승, 그리고 인간의 탄생까지, 제3부는 낙원에서 노는 아담과 이브의 즐거운 모양을 그렸다.

하이든은 자신의 최고 걸작인 천지창조를 작곡할 때 런던에서 들었던 헨델의 오라토리오의 대규모 연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곡에는 그만의 개성이 잘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창세기가 전하는 7일간의 천지창조라는 강렬한 서사에 하이든은 거장의 솜씨로 곡을 붙였다. 그 결과 60대 중반의 하이든이 만든 곡은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넘친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천지창조의 첫 날부터 여섯째 날까지이며 세 번째 부분은 에덴동산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부분에서 주요 등장인물이 세 대천사에서 아담과 이브로 바뀌고 합창은 찬양과 경이를 표현한다.

국내 합창음악단 치고는 매우 수준높고 완성도 높은 하이든 천지창조를 들려준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이번 공연을 듣고서 4월 한달동안 예술의 전당 교향악축제 2022를 통해 교향곡 연주에만 귀에 익숙해있던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종교음악의 매력을 한껏 전해주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던 점을 다시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장엄한 창조의 세계와 찬란한 감사의 송가로서 음악에 담긴 의미도 훌륭했지만 솔리스트들이 만들어내는 그 아름다운 멜로디 선율 자체에 경건하게 빠져들었던 시간이었고 특히나 콘서트홀 구조에 최적화되어 울려 퍼지던 오라토리오 합창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는 블로거들의 평들이 많았다.

내게는 지난해 2021년 5월10일 저녁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이 종교음악 명 합창지휘의 일가견으로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는 지휘자 김선아의 지휘로 같은 롯데콘서트홀에서 고전시대 교회음악의 향연을 들려주었던 모차르트 대미사 c단조의 감동을 되새겨주는 시간들이 되어주었다.

지난해 5월10일 저녁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은 정기연주회를 마무리하며 독일어 성가 ‘주이 어린 양(O Gottes Lamb!)’ 앙코르곡에 앞서 지휘자 김선아는 “모차르트의 미사곡은 기쁨과 소망을 주는 곡이기 때문에 펜데믹과 같은 이런 시국에 새삼 들어야 한다”라고 강력 주문했었다.

‘혼돈의 묘사’부터 첫 일출과 에덴의 목가적인 전원에 이르기까지 하이든의 디테일한 묘사를 생생하게 잘 표현한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경쾌한 속도, 뛰어난 레치타티보, 영감에 찬 코러스는 해외 유명합창단의 앙상블과 합창단등의 공연에 못지 않은 긴장과 감동을 이날 하이든의 천지창조 공연을 찾은 관객들에게 들려주었다고 본다. 공연 내내 내게는 테너 김세일과 베이스 우경식의 음색의 대조, 안정감있는 지휘자 김선아의 지휘포즈가 특히 이목을 끌었는데 생기 넘치고 명민한 합창단과 훌륭한 젊은 독창자들이 어우러진 연주는 하이든의 낙관주의와 세월이 흘러도 간직했던 젊음의 활력을 잘 보여줬다는 평을 받을 만 하다.

지난해 모차르트 ‘대미사 c단조’ 연주의 감동을 뛰어넘는 감동 선사

베토벤의 ‘C장조 미사’, 모차르트의 ‘대미사 c단조’등의 연주를 통해 바로크를 넘어 고전 이후 시대의 대규모 합창음악에서도 깊이있는 해석과 정교한 연주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아온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연주가 하이든 천지창조의 무대로 다시 한번 빛을 발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론 지난해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모차르트 ‘대미사 c단조’ 연주의 감동을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했다고 보며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이 진일보한 합창 연주실력을 보여줬다고 평가를 내리고 싶다.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은 바로크 시대(1600-1750)의 합창음악을 중심으로 그 당대의 양식과 스타일을 연구하여 연주하는 새로운 합창음악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2007년 창단된 국내/외에서 성악이나 합창지휘를 전공하고 솔리스트, 시립합창단원, 합창지휘자로 활동중인 전문 음악가들이 모인 합창단이다.

정기연주회를 통해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은 로마악파와 베네치아학파, 17세기 북독일악파, 멘델스존의 합창음악, 19세기 독일 합창음악, 뒤 뤼플레의 레퀴엠, 브람스의 세속 합창음악등 전시대에 걸쳐 음악사적 의미를 지닌 정통 합창음악을 합창애호가들에게 소개하고 있는 합창음악의 명가로 거듭나고 있다.

협연을 맡은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 역시 바로크 시대의 기악곡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시대악기 연주단체다. 사무국 관계자는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은 단순히 바로크 음악을 시대악기로 연주하는 것뿐 아니고 작품이 쓰인 당대의 시대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되 오늘날의 관점으로 재구성하는 역사주의 연주(Historically Informed Performance)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것을 지향해 바로크음악을 넘어 고전, 낭만음악까지 시대악기 연주를 확장하여 국내 음악계에 ‘역사주의 연주’라는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고 전했다.

評 여홍일(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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