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한국국민악회 작곡 발표회

30

한국민요에 의한 성악곡 및 피아노곡

일시 : 8월 27일(토) 오후 7시 30분
장소 : 모차르트홀

경탄할 생명력을 분출하는 우리 음악의 체험과 표현의 무한성이란 급물살을 타고 지난 8월 27일 모차르트홀에서는 제38회 한국국민악회 작곡 발표회가 있었다. 어느새 42년의 맥락을 이어온 음악 단체로서 한국 음악의 생성 발달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

현대인의 모습이 그렇듯이 작곡 발표회의 전환도 발 빠르다. 문성모 회장의 해설로 이번 연주회에 참여할 11명의 작곡가는 그들의 창작곡이 연주되기 전 소개가 있어서 예년과 다르게 청중과의 친밀감을 주었다. 특히 각 무대마다 연주자의 연출력이 유연하고 음악을 통한 감정의 변화는 청중간의 화합을 이끌어냈다. 더욱 공간을 적절히 활용하려는 연주자의 노력이 어느 한 장면도 놓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게 보였다.

정유식 ‘밀양아리랑을 주제로 한 광시곡’은 밀양아리랑의 전통적 선율을 단계적으로 변형했고 피아노 강지혜는 음색의 대담성이 강조된 악절과의 대조로 급진적 변화를 주었다.

전인평 ‘어머니 아리랑- 정선아리랑 주제’은 어머니를 동경하는 애틋한 감정이 솟구치는 민요다. 정선아리랑을 주제로 한 우리민요를 바리톤 전기홍의 연주로 청이 높고 군데 군데 자주 떨어 구슬프기 그지없지만 힘차게 가사를 주체성 있게 잘 표현했고 더욱 피아노 유지혜와 리듬 진행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자연스러운 호흡의 일치를 보였다.

김미옥 ‘아리랑 소울’은 바이올린 장태준과 피아노 조혜연의 이중주곡이다. 바이올린의 글리산도 기법에 집중한 작곡가의 의도가 잘 드러났고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호흡이 탄력적이며 변화무쌍한 템포로 아리랑 선율의 감성적인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주성희 ‘정선아리랑 선율에 의한 어머니 사랑’은 고인이 되신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심경을 국립국악원이 제공한 정선아리랑의 조성과 선율로 발전시킨 곡이다. 피아노 하순원은 각 악절에 부가된 특성을 안정감 있게 표현했고 정선아리랑 문화재단의 긴 아리랑의 구조를 변화한 골격 있는 불협화음의 진행으로 내적 평온함을 유도했고, 주제의 유기적 연관성이 두드러져 건반악기의 정교함이 비중 있게 다루어졌다.

장양순 ‘논개’는 임진왜란때 적장을 죽인 논개를 추모한 곡인데, 한국의 정취가 느껴지는 노래를 바리톤 전기홍이 탄식하는 느낌을 주며 피아노 유지혜와 밀도 있는 긴장감을 조성한다.

엄대호 ‘정선아리랑 주제에 의한 판타가(FANTAGA)’는 정선아리랑을 소재로 다루며 푸가와 판타지를 합한 판타가 양식(엄대호창시)으로 풀어간 곡인데 바리톤 전기홍과 피아노 유지혜는 빠르지 않고 사려 깊은 유연성으로 피상적인 강조보다 내적인 강렬함에 치중하여 판타가의 특유성이 잘 드러난 연주였다.

홍권옥 ‘찬양과 감사드리세’는 독립적으로 착상된 악절의 연결마다 테너 이동현의 노래는 점차 폭넓은 지평선이 전개되는 느낌으로 성서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피아노 유지혜는 점차적인 감정의 고조로 노래의 맥을 유지했고, 감사의 열기가 힘을 모아 돌진하는 효과를 주며 간결한 구성이면서 에너지를 준 음악이었다.

심진섭 ‘함경도 농부가’는 원 민요 선율의 5음계에 바탕을 둔 곡으로 바리톤 황규태와 피아노 김윤경이 연주했다. 곡의 전개가 자신감 있고 피상적인 노래의 강도보다 내적인 감정이 잘 표현되었다. 부분적 긴박감을 주면서 대조적으로 힘찬 활력을 준 이 곡은, 농부가의 기본적 정취를 멋스럽게 전달한 연주였다.

이재신 ‘북한 민요에 의한 세 개의 노래’에서 특히 소프라노 신승아는 오페라를 보는 듯한 무대 연기가 시선을 끌었다. 더욱 ‘2. 며느리의 말대답’은 가사의 속내를 끌어내는 감정표현과 가창력이 뛰어났다. ‘3.연정의 아리랑’은 민요의 색다른 동향에 접근했고 곡의 감정적 속성을 구체화시켰다고 본다.

정순영 민속음계에 조명된 피아노와 무용을 위한 카프리치오 ‘파스카의 신비’는 이번 음악회의 이색적 무대로서 무용과 피아노의 조합이 어우러진다. 우리 믿음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죽음-부활을 기리는‘파스카의 신비’를 포인트로 놓고, 피아노 강지혜와 노혜솜의 무용이 열연했다. 진도아리랑의 주제가 변형되면서 피아노에 초점을 두고 댄스 음악 스타일이 강조된 연주였다. 특히 무용수는 곡 중간에 객석까지 한 바퀴 도는 대담성을 보이며 피아노와 탄력 있는 결속력을 보여주었다

피날레곡, 문성모 ‘한반도 아리랑’은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곡이며 멜로디 전반에 정선아리랑, 한오백년, 진도아리랑 등 여러 민요가 융합되어 테너 이동현의 노래가 곡의 구성을 살려 변화무쌍하고 자신감 넘치며 당당하면서 급진전 있게 곡을 몰아간다. 피아노 김윤경은 일치된 호흡으로 노래를 잘 받쳐주며 고조된 병렬관계를 형성하여 주제의 흐름을 견고하게 다져나가는 연주였다.

스트렝웨이스가 연속상의 일탈을 정서적 미적 유희로 탈바꿈했듯이, 한국국민악에도 급진전된 창작의 일탈로 신선한 탈바꿈이 이루어지길 거듭 기대한다.

·정순영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