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순수를 발견하다,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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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잃어버린 순수를 발견하다

베이스바리톤 길병민

행운은 타이밍이 중요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까? 록펠러는 ‘거대한 부는 문이 우연히 열리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 문은 한순간 열렸다가 닫힌다. 록펠러는 그 문 앞을 지나가다가 문이 닫히려는 순간, 비집고 들어갔을 뿐이다.

1925년 6월 2일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아 메이저리그로 갓 스카웃된 타자 ‘루 게릭’은 그러나 고참들 사이에서는 애송이에 불과해 벤치에서 한숨만 토해내고 있었다. 그러던 차 당시 최고 인기 타자로 유명한 ‘윌리 팝’이 갑작스러운 두통 때문에 출전을 포기하자 감독은 대타를 찾았다. 감독은 벤치의 애숭이 ‘루 게릭’을 불러 방망이의 전쟁터에 내보냈다. 어땠을까?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친 후 그해 스무 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2년 후에는 2할9푼5리의 기록으로 MVP를 거머쥐었다. 두통이 안겨준 행운이었다.

아무리 실력이 출중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일찍이 ‘경영의 신’ 마쓰시다 고노스케도 평생 강조했던 철학이다. 록펠러가 자신의 성공은 첫째도 행운이요, 둘째도 행운, 셋째도 행운이라고 강조했던 말과 상통한다.

이런 현상을 간단히 정의한 사자성어도 있다. 운칠기삼(運七氣三)이다. 청나라 포송령(蒲松齡)이라는 작가가 요재지이(僥齋志異)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실었다. 과거에 수십 번 낙방한 선비가 어느 날, 옥황상제를 찾아 ‘세상은 불합리하다’고 따졌다. 옥황상제는 ‘정의의 신’과 ‘행운의 신’ 등 두 신을 불러 술 시합을 벌이게 했다. ‘행운의 신’은 7잔을 마실 때까지 취하지 않았지만, ‘정의의 신’은 단 3잔에 취해 버렸다. 인생이란 불합리한 것처럼 보이는 ‘행운’이 7푼을 차지하고, 열심히 노력해야 목적을 달성하는 ‘정의’가 3푼을 차지한다는 뜻으로 포송령은 이를 ‘운칠기삼’이라 불렀다.

만약 베이스바리톤 길병민이 그 출중한 실력으로 런던 로열오페라단 소속가수로만 남아 있었다면, 또는 ‘팬텀싱어’라는 팝페라 프로그램은 나와는 무관한 별개의 세상이라며 그냥 지나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사실 2년 전, 정애련 작곡가로부터 대단히 전도유망한 베이스바리톤 가수가 있다며 길병민을 본지에 소개할 것을 종용한 적이 있다. 국제아트홀 독창회를 막 끝냈을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쨌든 길병민이 팬텀싱어3에 출연한 것은 행운이요, 2년 전 인터뷰 기회를 그냥 지나쳤던 본지는 ‘불행’의 매체다. 행운을 거머쥐는 최고의 요건은 역시 ‘타이밍’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리뷰 3월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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