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장의 음반: 르노 카퓌송과 킷 암스트롱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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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음색과 화려한 기교로 정평이 난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이 오는 2월 22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대만계 미국인 피아니스트 킷 암스트롱과 함께 한국을 찾아 두 사람이 함께 2023년 한 해 동안 세 개의 앨범과 두 번의 무대를 통해 모차르트 소나타 프로젝트를 완수하며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녹음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중 21, 22, 28, 33, 35번을 들려줄 예정이라 그들의 모차르트 음반에서 위 소나타만 발췌하여 음반평을 남긴다.

① Sonata for Piano and Violin No. 21 in E minor K.304

1778년 파리에서 모차르트 어머니인 안나 마리아의 사망 경에 작곡된 곡으로 그런 분위기가 반영되어 애수 있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유니즌에 이은 부드럽지만 날렵함이 조화를 이룬다. 2악장은 바로크풍의 우아함에 애조 섞인 음색과 반음계의 조화가 대위법적으로 살아 있는 2성부로 절절하게 흐른다. 피아노로 먼저 제시된 주제가 바이올린으로 받아서 대화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주제 출현마다 바뀌는 왼손의 반주형과 마지막의 결말을 짓는 삼연음부 유니즌까지 탄탄하다.

② Sonata for Piano and Violin No. 22 in A Major K.305

21번과 같은 해, 만하임에서 작곡한 곡으로 21번과 마찬가지로 단 2개의 악장이지만 2악장은 미뉴에트 대신 테마와 여섯 개의 변주곡으로 되어 있다. 활기 넘치고 행복에 충만한 선율이 21번과 강한 대조가 된다. 1악장은 3도 음정 결합이 어울린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주고받음이 생기발랄하기만 하다. 2악장은 시종일관 수수하고 은은한 기품이 흐른다. 1번 변주곡을 듣고 보아라! 바이올린이 아예 빠져있다. 피아노 소나타에 바이올린이 얹혀있는 게 모차르트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3번에서의 서로 주고받음은 10대의 풋풋한 첫사랑 같다.

③ Sonata for Piano and Violin No. 28 in Eb Major, K.380

앞의 두 곡의 소나타와는 다르게 갈랑트 양식에서 벗어나 3악장으로 되어 있고 1777년 이후 작곡한 19곡 중 유일하게 단조의 2악장이 조금 빠른 템포로 어두운 빛이 감돈다. 1악장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총주가 화려하며 매끄러웠고 경쾌하며 3악장에서의 어느 한쪽에도 기울지 않는 6/8박자 균형감은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④ Sonata for Piano and Violin Sonata No. 33 in Eb Major, K.481

6마디로 된 악구 2개로 이루어진 악절은 피아노에 이어 바이올린이 반복하면서 제시부에서 경과구- Bb의 2주제-코데타라는 그리고 발전부에서는 코데타와 경과구의 소재를 가지고 전개해 나가는 소나타의 전형을 만들어가는 밸런스가 일품이다. 2박의 못갖춘마디로 살짝 올라갔다 내려오는 우아한 선율과 Ab과 A라는 반음계에서 왔다 갔다 하는 조성미까지 더한 2악장 그리고 3악장의 1과 2번 변주곡에서 두 악기가 번갈아가면서 맡은 선율과 16분음표 스케일 음형은 3번에서 무르익어 4번의 3도 유니슨으로 연결되는데 음정이 정확하고 깔끔하다. 5번에서의 킷 암스트롱의 맑고 청아한 음색에 빠져보라. 6번의 발랄함까지…

⑤ Sonata in For Piano and Violin No. 35 in A Major, K> 526

한층 정교하고 이채로운 스타일이 맘껏 만개하면서 앞으로의 베토벤과 미래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예상케 하는 구조이다. 1악장은 활발한 기상에 명쾌함이, 고상한 정취가 흐르는 2악장은 왼손과 바이올린의 겹침에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모티브들을 잘 따라가면서 시시각각 오묘하게 변화고 섞여 있는 장단조의 변화가 차분하게 그려지고 있다. 킷 암스트롱의 피아노가 무궁동처럼 펼치지는 3악장은 기뻐서 뛰노는 듯한 악상이다.

⑥ 총평: ‘새로운 모차르트’라고 홍보되는 이번 앨범이지만 새롭다기보단 전형적인 모차르트의 이상적인 모습 같아 대체로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을 언제 어디서 틀어놔도 대다수 사람이 만족할 만한 연주이자 음반으로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의 입문용으로 제격 같다. 특히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물리학, 화학을 전공하고 파리 제6대학에서 순수 수학으로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킷 암스트롱의 천재성과 신선함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또한 스튜디오 레코딩으로 완벽함을 희생하더라도 즉흥성을 얻기 위해 곡마다 2번으로 한정해서 그 안에서 편집해 생동감이 넘친다.

평: 성용원(작곡가, 월간리뷰 상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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