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노래라면, 사랑은 음악…찾아가는 학교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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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가을, 경기도에 위치한 한 중학교에 인문학 강의를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 학교의 음악실에서 했었는데요. 거기에 있던 오래된 낡은 피아노를 보며 한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있었던 피아노가 우리 중,고등학교의 음악수업의 현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피아노에는 검정 건반 하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율 상태는 엉망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방치되었기에 먼지는 쌓여 있었고, 피아노 소리는 마치 우주의 신비한 소리처럼 들려왔습니다.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은 요즘 아이들이 동요를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학창 시절에는 가창 시험도 있었는데, 지금은 극히 소수의 학교에서만 이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마저 K-pop이나 가요를 아이들이 부른다고 하네요. 물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어떤 중학교 2학년 음악 교과서에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노래가 담긴 것도 봤습니다. 시대의 흐름이라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동요를 전혀 모른 채 그런다면 문제가 아닐까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가 되면 언제든 그 시간이 영어 수학 자습 시간으로 변해버리는 현실을 보며 음악인으로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학교에 있던 중창단이나 합창단도 점점 사라졌습니다. 대학 입시와 명문대 입학이라는 목표에 예체능 수업은 그저 들러리일 뿐,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학교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음악시간을 알차게 만들어 가고 계신 선생님과 학교들도 많이 있습니다.

“찾아가는 학교 콘서트”란 이름으로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초청하는 모든 학교에 갈 수는 없었습니다. 찾아가는 학교 콘서트가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일단 아주 작은 금액이라도 후원을 받아야 했습니다. 학교 예산은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전교생이 60명 미만인 학교와 피아노가 없는 학교만 찾아다녔습니다. 주로 시골의 작은 학교들이었습니다. 강원도 횡성에도 다녀왔고, 배를 타고 울릉도에도 다녀왔습니다. 이동식 스피커와 건반 악기를 가지고 클래식 음악회를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은 무척 신기해하며 좋아했습니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에 감탄했고, 첼로나 바이올린 그리고 크로매틱 하모니카 소리에 아이들은 매료되었습니다.

코로나가 오기 전까지 열심히 학교에 공연을 선물했습니다. 반응이 좋다 보니 규모가 큰 학교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왜냐하면 서울시 교육청이나 경기도 교육 연수원 그리고, 각 지역별 교육지원청에 인문학 강연을 다녔었는데, 그 강연 내용 중 찾아가는 학교 콘서트를 소개하다 보니 여기저기 초청을 많이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큰 학교들은 음향 렌트비와 음악가들의 개런티등을 예산으로 잡아주셨고, 최선을 다해 콘서트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큰돈은 아니었지만, 함께하는 음악가 동료들도 아이들을 위해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해주었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어느 날 유튜브를 통해 공연 영상을 보신 어떤 지인 분께서 저에게 해주신 말이 가슴에 새겨졌습니다.

그 아이들 중엔 클래식 음악회가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겠네요.”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결심했지요.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어떻게든 초,중,고등학교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음악를 들려주겠다는 결심이요!! 사실 그렇게 다녀보니 클래식은 아이들 입장에서는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평소에 자주 접하지 못하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CF광고나 라디오) 곡이라 쉽게 집중하고, 오히려 희소성이 있어서 그런지 아는 곡이 나오면 환호성으로 반응을 합니다. 무엇이든 현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찾아가는 학교 콘서트>는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음향도 중요하고 선곡도 중요하고, 사회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얼마 전 저는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찾아가는 학교 콘서트’로 다녀왔던 학교들을 적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현장의 기억들이 조금씩 되살아 났습니다. 여러 가지로 쉽진 않지만, 매우 보람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딴청을 피우고 안 듣는 것 같아도, 끝나고 나면 악수를 청하고, 잘 들었다고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같이 찍자고도 합니다. 그 순간 힘들었던 것들이 모두 사라집니다.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페이도 적은데, 늘 최선을 다해준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음향으로 섬겨주신 분들께도 큰 감사를 드립니다.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코로나로 지난 3년간 할 수 없었지만, 이제 다시 열심히 달려볼까 합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기에…

“삶이 노래라면 사랑은 바로 그 음악입니다.”
– 마이크 잡스 –

글 유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