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한여름 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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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2일 (금) 오후 7시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지난 4월 11~14일 오후 7시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벤저민 브리튼의 현대 영어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이 국립오페라단에 의해 국내 초연되었다. 일반적으로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생각나는 것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멘델스존의 ‘결혼 행진곡’ 정도다.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희극인 ‘한여름 밤의 꿈’을 바탕으로 1960년에 알데버러 축제에서 초연된 영어 오페라로, 베르디와 푸치니 등의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를 주로 소비하는 국내에서 브리튼이라는 작곡가뿐만 아니라 영국 오페라 자체가 생소하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은 요정 세계에서의 오베론과 티타니아의 이야기, 인간 세계 속 라이샌더, 헤르미아, 디미트리어스, 헬레나의 사각 관계 이야기, 그리고 극중극인 피라무스와 티스비 이야기로 세 개의 이야기가 중첩되며 진행되는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무대와 조명이었다. 기존 무대들과는 달리 회전형 무대를 사용하고 출연자가 직접 컨테이너 장치를 옮기며 명확한 공간감을 만들어내었다. 그 안에서 생기는 그림자도 무대장치의 일부로 보여 무대와 조명이 모던함과 환상적인 느낌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3막 테세우스, 히폴리타의 결혼식 연회에는 은빛 커튼이 무대 전체를 감싸며 인간들의 극중극이 펼쳐지는데 마지막에 커튼이 떨어지며 요정들이 등장한다. 인간세계와 요정세계의 경계가 사라지는 이 장면은 화려한 무대 장치와 효과 없이도 극적인 효과를 냈다. 의상은 고심한 흔적이 많아 보였다. 영국의 고전 의상을 입은 요정들과 등산복을 입은 인간들로 요정과 인간의 구분이 쉬웠고, 고전과 현대를 이어주는 느낌이었다.

브리튼의 음악은 마치 바그너의 악극 속 유도동기 같은 선율이 극 전체를 가득 채웠다. 신비로운 요정 세계는 소년소녀합창단의 맑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표현했고, 요정 퍽은 포르타멘토로 연주되는 현악기와 트럼펫과 스내어 드럼 소리, 사랑하는 연인들의 음악으로는 관현악의 로맨틱한 사운드, 초자연적 존재인 요정들에게는 높은 음역대의 목소리와 하프와 첼레스타, 글로켄슈필 등의 금속 타악기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배역을 표현했다. 또한, 오베론은 ‘카운터테너’가 노래했는데, 이는 브리튼에 의해 탄생한 오페라 역사상 가장 독특한 캐릭터 중 하나일 것이다. 카운터테너는 18세기 바로크 오페라의 카스트라토의 존재를 떠올리는 역할을 하는데, 카운터테너가 노래하는 오베론을 통해 셰익스피어 시대의 환상을 불러일으키며, 요정의 왕 오베론의 ‘기이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브리튼의 전략이 숨어있는 캐릭터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음악은 살짝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브리튼은 20세기 당시 유행했던 불협화음과 무조성, 12음기법과 같은 현대적인 작곡 기법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보수적인 작곡가이지만, 베르디와 푸치니 오페라 같은 아름다운 아리아가 없고, 귀에 걸리는 것이 없는 멜로디의 흐름, 레치타티보로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충실한 음악극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이번 ‘한여름 밤의 꿈’에서 가장 화제가 된 부분 중 하나는 아무래도 가수 신화 출신 김동완의 출연이었는데, 국립오페라단이 새로운 젊은 관객들을 유입하려는 과감한 시도라고 생각을 하면서 노래에 대해 걱정했었는데, 성악이 요구되지 않는 레치타티보 위주여서 크게 겉돌지 않고 무난히 공연에 섞였다. 하지만 저런 역할이었다면 차라리 조금 더 어린 아이돌이 맡았다면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요정의 발랄함이 더 힘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요정 퍽의 마지막 대사인 ‘여러분은 여기서 주무신 것이고, 환상 같은 꿈을 꿨다고 말이죠’ 처럼 거의 3시간에 달하는 공연을 보고 몽환적인 선율과 분위기에 빠져 마치 동화책 속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 들었다.

글 신은지(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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