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지휘자의 긍정적인 에너지 ‘2024 교향악축제_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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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시작부터 유난히 박수가 우렁찼다. ‘덴마크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지휘자 이승원을 환영하는 의미인 듯했다. 그리고 그의 지휘를 향한 기대도 담긴 것으로 보였다.

2024 교향악축제 스물두 번째 참가 악단인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젊은 지휘자 이승원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리고 지난 21일(현지시각) 그의 우승 소식이 전해지며 며칠 사이에 가장 핫한 지휘자가 됐다. 관객들의 반응은 시작부터 뜨거웠다. 자칫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무대였지만 이승원은 자신이 장기를 십분 발휘해 기대에 부응했다.

첫 곳은 글린카의 오페라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머뭇거림 없이 질주를 시작하는 현과 탄력 있는 팀파니의 타격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자신감과 활력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음량을 줄인 후 장대한 피날레까지 음량을 키워가는 과정이 매끈하게 이뤄진 모습에서 지휘자의 테크닉과 그에 반응하는 오케스트라의 기민함까지 인상 깊은 연주였다.

무대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의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으로 이어졌다. 초반 네 마디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침울한 전주, 그리고 등장하는 김재원의 바이올린 독주까지 비록 짧은 구간이지만 그 긴장감이 상당했다. 김재원은 이날 무대에서 조처럼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두터운 소리의 장막을 예리한 바늘로 뚫고 나가듯 냉정한 모습이었다. 김재원의 바늘 같은 연주는 악장을 가리지 않았다. 스케르초의 해학에서도, 파사칼리아에서도, 부를레스카에서도 일관성 있는 해석과 연주를 취했으며 오케스트라도 그에 발맞춰 통일감이 느껴졌다. 다만 4악장 부를레스카의 경우 조금 더 몰아치며 광란적 연주를 들려줬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앙코르는 이날 무대의 백미였다. 김재원과 함께 이승원이 지휘봉 대신 비올라를 들고 무대에 등장한 것. 두 음악가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2중주 2번>을 연주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과 마주한 이승원은 시작부터 무직한 울림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글리카의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작 부분에 관해 깊게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초반에 확실하게 눈길을 사로잡고, 기선을 제압해야하는 콩쿠르에서의 준비가 이번 연주에도 녹안 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해석은 전체적으로 템포를 조금 빠르게 가져간 까닭에 지루한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보에가 슬픈 선율을 연주하는 2악장도 같은 해석의 기조 안에 있었다. 그래서 우울함은 조금 희석되고 대신 젊은 지휘자의 밀도 있는 사운드를 자리를 채웠다. 즉, 차이콥스키의 우울은 조금 옅어진 대신, 젊은 지휘자의 건강한 에너지가 가득한 연주였다.

이승원의 연주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부분은 다이내믹에서 콘트라스트를 짙게 사용한 점이다. 피아니시모(pp, 아주 여리게)에서 포르티시모(ff, 아주 세게)까지 다이내믹의 낙차를 다양하게 설정하고 뚜렷하게 변화를 주며 연주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앙코르로 선택한 차이콥스키 <호두까지 인형> 중 2막의 ‘파드되’는 <교향곡 4번> 연주에서 아쉬웠던 서정성을 채워주는 연주였다. 젊은 지휘자이기에 깊이 있는 음악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다양한 장기를 지니고 있었다. 이번 연주와 같은 모습이라면 MZ세대 지휘자 이승원의 다음 무대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2024 교향악축제_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일시·장소: 4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
지휘: 이승원
협연: 바이올린 김재원
연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프로그램

글린카: 오페라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A단조 op. 77
모차르트: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2중주 2번 B flat장조 KV 424 (바이올린 앙코르)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F단조 op. 36
차이콥스키: 파드되 – 호두까기 인형 op.71 중에서 (오케스트라 앙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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