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다시 행복하게 만나게 하리라 ‘2024 교향악축제 인천시립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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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마지막을 장식하고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는 장대한 울림이었다.
2024 교향악축제의 막이 내렸다. 그 끝을 장식한 주인공은 인천시립교향악단(지휘 이병욱)이었다. 프로그램도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는 듯 의욕적이었다.

소프라노 황수미가 무대에 등장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정교한 관현악이 미묘한 화음으로 펼쳐졌다. ‘봄의 교향악’을 표방하며 4월을 장식하는 교향악축제를 상징이라도 하듯, 첫 곡의 표제는 ‘봄’(Frühling)이었다. 하지만 지휘자 이병욱과 인천시향의 지원을 받은 황수미의 노래는 이내 열기를 머금었다. 호흡은 충분히 깊었고, 그로인해 프레이즈는 충분히 이어졌다.

제3곡 ‘잠자러 가며’(Beim Schlafengehen)와 제4곡 ‘저녁놀 속에서’(Im Abendrot)에선 황수미의 노래에 감상 포인트가 하나 더 추가됐다. 악장 정하나의 바이올린 독주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제4곡의 56마디부터 피아니스모(pp, 아주 여리게)로 펼쳐지는 호른의 울림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바이올린 독주는 항상 무대를 가득 채우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관현악 속에서 잠시 등장하는 여백과 같았다. 황수미 역시 자신의 목소리를 뽐내기보단 어우러지기를 택했기에 더욱 아름다운 연주였다.

황수미는 앙코르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4개의 노래 op. 27> 중 네 번째 곡인 ‘내일’(Morgen)을 선택했다. 직전에 노래한 ‘저녁놀 속에서’가 쉼을 상징한다면, ‘내일’은 미래에 대한 약속을 의미하기에 더욱 뜻깊었다. 특히 “우리를 다시 행복하게 만나게 하리라”(Wird uns, die Glücklichen, sie wieder einen)는 가사는 마치 다음 교향악축제를 약속하는 듯 느껴졌다.

교향악축제의 마지막 작품은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이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들 중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곡일 것이다. 이병욱은 이번 연주를 위해 ‘노바크 에디션’을 선택했다. ‘하스 에디션’과 함께 일반적으로 선택되는 에디션 중 하나로 가장 큰 차이점은 2악장 클라이맥스의 타악기 유우에 있다. 이변욱이 선택한 노바크 에디션은 2악장에서 팀파니를 비롯해 심벌즈와 트라이앵글이 가세한다. 이를 통해 이병욱은 이 곡을 흔히 알려진 대로 바그너의 죽음을 예견한 장송곡으로서가 아니라 순음악적으로 접근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교향곡 7번>은 이른바 브루크너의 개시로 시작하지만 3마디에서 바로 첼로가 주제를 제시하기 때문에 다소 밝은 인상을 준다. 이날 이병욱과 인천시향도 이러한 점을 인식한 까닭인지 밝은 음색을 선보였다. 하지만 브루크너가 요구했던 이른바 오르간 사운드는 충실히 구현된 편이었다. 오르간 사운드라고 해서 반드시 어둡고 육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1악장 119마디부터 등장하는 금관의 부점(附點)은 다소 뭉툭했다. 그래서 123마디부터 등장하는 현의 리듬과의 연결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3악장에 접어들며 음색에 한층 무게가 실렸다. 금관 특히 트럼펫의 독주는 물론 트럼본의 활약이 전면에 드러나며 웅장함을 더해간 것. 이러한 양상은 4악장에서도 이어졌다. 피날레선 프레이즈 사이에 충분히 여유를 주면서 긴장을 더해갔다. 어느 때보다 장대하게 연출된 금관의 팡파르는 말 그대로 코다의 짜릿함을 선사했다. 그렇게 교향악축제의 마지막 울림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앙코르는 없었다. 대신 브루크너의 여운을 음미했다. 폐막에 어울리는 장대한 연주였다고 관객들은 기억할 것이다.

2024 교향악축제_인천시립교향악단

일시·장소: 4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이병욱
협연: 소프라노 황수미
연주: 인천시립교향악단

프로그램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4개의 마지막 노래
슈트라우스: 내일 op. 27-4 (소프라노 앙코르)
브루크너: 교향곡 7번 E장조 (Ed. L. 노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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