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에튀드 Op.10 No.1과 No.12, 조성진과 임윤찬은 이렇게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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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과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비교

에튀드(Etude)는 연주 기교의 습득을 목적으로 하나의 곡에서 하나의 기교를 다룬다. 피아노의 발전 및 보급, 악보 인쇄술이 발달하게 되면서 작곡가들은 저마다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테크닉을 추구하였다. 손가락 연습을 위한 교재에서 벗어나 독립된 장르로서 에튀드는 1830년 이후 유행되었다. F.Chopin Etude Op. 10은 처음 시작한 음형이 쉬지 않고 계속 반복되는 1, 2, 5, 7, 10, 11번, 낭만주의 시대의 특징인 소품 위주의 가요적 구성에 의한 부드러운 성악곡과 같은 선율의 반주형 리듬이 지속되는 3, 6, 9번, 비화성음의 활용에 의한 선율로 화려하게 만들어진 8, 12번, 이렇게 총 12개로 구성되는데 이 중 쇼팽이 제목을 붙인 건 12번 <혁명>이 유일하다.

1번 설명: 전주곡(Prelude)적 성격을 지닌 1번은 각 손가락 사이의 확장과 수축을 위해 저음에서 고음까지 건반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로운 팔 운동이 필요하며 오른손이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는 동안 왼손의 옥타브를 쌓아 올려 가며 풍부한 울림, 선명한 색조의 전개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손가락의 확장과 손가락 끝에 힘의 견고성을 유지하기 위한 바른 손모양이 필수이다.

조성진: 2015년 쇼팽 콩쿠르 출전 당시 first stage에서 연주했던 영상(https://youtu.be/9E82wwNc7r8)

29에서 32마디까지의 각 마디마다 C7-eb-F7-ab로 화음진행하는데 이때 베이스의 C-Gb-F-Cb음으로 증4도 진행이 묵직하다. 오른손의 아르페지오에서 선율을 만들어가다가 41-43마디의 2분음표 4도 음정의 V-I의 반복을 통해 처음으로 복귀 하는 시동을 걸더니 46마디 네 번째 박의 B음에서의 4도 도약으로 47마디 E음에 안착 하기 전 살짝 밟은 브레이크가 멈추지 않는 질주의 잠깐 숨 고르기다. 67마디에서 다시 시작하는 프레이즈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긴장과 이완, 들숨과 날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악보1)

<악보1> 쇼팽 에튀드 Op.10-1 27-32마디

임윤찬: 반짝이는 오프닝으로 생기 넘치는 빛이 난다. 야심에 찬 도입부에 중간 부분의 감성과 루바토, 그리고 섬세하게 제어되지만 냉혹한 크레센도로 결론을 장식하고 있다. 때때로 주 이디엄인 아르페지오를 배경으로 밀어내기도 하며 빠른 템포로 베이스 라인을 더욱 고정시킨다.

12번 설명: “혁명”은 에튀드 중에 가장 먼저 작곡되었지만 성격상 제일 마지막에 배치되어있다. 쇼팽이 1831년 고국 폴란드를 떠나 파리로 가는 도중 슈투트가르트에서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가 러시아군에 의해 점령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비분을 참을 수 없어 작곡한 곡으로 쇼팽의 내면에 숨겨진 격정이 강하게 표현되어 있다 할 수 있다. 이러한 격렬함을 강타의 연속이나 난타가 아니라 격동적인 왼손의 흐름이 왼손의 독립성을 길러주고 강약과 더불어 길게 지탱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힘의 안배와 완급조절을 배울 수 있는 왼손을 위한 연습곡이라 할 수 있다. 왼손은 레가토로 길게 연결되어 있어 개별적인 16분음표가 뭉개질 수 있다. 공포와 놀람과 분노를 부르짖는 오른손의 선율은 부점으로 리듬을 정확하게 쳐야 한다. 4/4박자 Bpm=160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원전(Urtext)판에는 2/2, Bpm=76이며 포르테(f)대신 fz로 되어 있으며 페달표시가 안 되어 있다. 각자의 페달법을 적용하는데 악곡의 성격상 페달을 너무 많이 쓰는 걸 지양해야 할 것이다.

조성진: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2021년에 내놓은 Chopin Etude Revolutionary 영상 (https://youtu.be/TgBz7LnvUaQ)

1-9마디까지 왼손의 긴 프레이즈를 하나의 호흡과 페달로 연결한다. 7마디부터의 2박의 프레이즈 대신 9번째 마디까지 하나로 몰아간다. 오른손의 주제 부점 리듬이 넓다. 그러면서 주제를 질문과 응답(call and response) 방식으로 취급한다. 왼손 반주 페시지(Passage)는 곡의 관통하는 음형인데 파도처럼 유연하게 소리를 연결시킨다. 다만 악보에 기입된 강약 조절을 하지 않고 하나로 이어간다. (악보2)

<악보2> 쇼팽 에튀드 Op.10-12 왼손 반주음형

임윤찬: 무시무시한 템포로 몰아가며 민첩성이 돋보인다. 오른손 멜로디의 처음 두 프레이즈의 포르테와 피아노 사이가 명확하다. 둘째손가락에 과도한 악센트가 들어가 일곱 마디의 폭풍우 같은 몰아침이 느슨해지지 않게 하고 오른손의 리듬을 또렷하게 전달하였다.영웅적인 악상과 윤곽이 부드러운 결말이 의도된 손쉬운 기교로서의 새로운 표준을 책정하고 있다. (악보3)

<악보3> 쇼팽 에튀드 Op.10-12 1-7마디

코다(Coda)에서 조성진이 폭풍 전의 고요를 시전하고 역시나 2마디에 걸친 전주 5-6마디에서 파생된 음형을 한꺼번에 몰아가고 IV-iv-I4-I로 내성을 부각하면서 화음을 균등하게 친 반면, 임윤찬은 날카롭다. 4음이 계류된 마지막 마디의 첫 번째 화음은 종지의 I에 비해 좀 더 짧게 넘기고 마지막 화음인 I를 더 길게 빼면서 확실한 해결을 강조한다.

평 성용원(작곡가, 상임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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