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장의 음반: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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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4일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68년 연주 인생 처음으로 모차르트 작품 앨범을 발매하였다. 모차르트 3부작의 포문을 여는 ‘모차르트 : 피아노 작품1’은 앨범 수록에 대한 감상평을 남긴다.<편집자주>

① Fantasia in D Minor, K. 397

첫 D음을 듣자마자 터져 나온 한마디! ‘올드 스쿨의 귀환’이다.
담백하면서도 묵직한 거장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연륜이 묻어난 인생의 풍파를 헤치고 건너온 노장의 요즘 젊은 애들(!!!)에게 피아니즘에 대해 한 수 가르치는 스승의 풍모였다. 어디에서 어떻게 완결에 이르는 힘을 얻게 되는지 증명한 내외, 외적인 삶에서 싹터 발전한 정신적, 예술적 힘의 완성이었다.

② Rondo in D Major, K. 485

변화무쌍한 가운데 살아 숨 쉬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정결과 청아, 숭고했던 천상의 음악 모차르트와 그 음악의 충실한 종인 백건우. 티끌만큼의 과도함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단순함’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준 정석! 특히나 살짝 디미누엔도 되었다가 수줍게 모습을 비춘 Bb장화음 위종지의 5분 48초는 고전음악의 정형미와 함께 단락의 새로운 전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다시 시작하리.
모차르트도 백건우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연결되고 우러나온 자연스러움이 인생의 영겁에서 해방해준다.

③ 12번과 16번, 두 곡의 소나타

우아하고 품위 있는 자태, 레가토와 스타카토의 확실한 구분에서 느껴지는 절제된 아티큘레이션, 백건우의 이번 모차르트 음반 터치의 무거움이 유난히 반갑고 와닿은 건 Back to Basic에 입각하기 때문이다. 달콤하지도 않고 기교적이지도 않으면서 마치 불문율처럼 존재하는 법칙의 테두리 안에서의 모든 음들을 “또랑또랑” 정확히 연주하는 그러면서 기초를 익히고 기본에 충실한게 피아노를 배우면서 접한 모차르트였다. 개인의 취향과 정신, 감정이라는 모든 잡동사니에서 벗어나 고귀하고 건강하고 무한히 정화된 신성한 음악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어 속세의 관심에서 벗어나 대가의 연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드스쿨의 귀환이 반갑기만하다.

④ Adagio in B minor, K. 540

백건우는 이 곡에서 살짝 톤칼라를 바꾸었다. 소나타에서의 구도는 여기서 낭만주의의 애통함으로 바뀌어 애조가 절절히 흐른다. 백건우의 왼손과 오른손의 중량감이 다르다. 특히 저음 베이스는 돌직구 같다. 나단조 주제 음형이 변주되면서 나올 때는 슬픔이 중첩된다. 해탈한 백건우는 조용히 존재의 가장 깊숙하고 어두운 곳까지 홀로 쓸쓸하게 내려가며 영생의 길을 걷고 있다.

⑤ Gigue in G Major, K. 574

딸림음의 못갖춘마디로 시작하는 모티브는 2개의 스타카토에 이은 단2도 슬러의 교환, 하나의 성부 내에서 위와 아래의 전환이 서로 맞물려 입체적이다. 싱커페이션이 대주제 선율에서 사용하는데 밀고 당기는 것 같은 표현을 강조하며 빠른 부분에서는 곡을 리듬감 있고 경쾌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⑤ Prelude & Fugue in C Major, K. 394

소나타와 환상곡 그리고 론도에서 보였던 엄격함이 작품의 성격에 맞게 다소 희석됐고 자유분방해졌다. 푸가에서는 정확하다. 올라프손이나 최희연이 작년에 보였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의 푸가와는 다른 원적과 정격에 근접하였다.

총평: 작년에 출시되고 올해 2월에 한국에 와서 연주한 바이올린의 르네 카퓌송과 킷 암스트롱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와 비슷한 맥락에서 훌륭하고 건강하며 여운이 오래 남는다. 감동, 쾌활함, 경건함, 신성함에 휩싸인 체험이었고 생의 감정과 정신적 추진력이 강하게 이루어진 집합체였다. 백건우를 통해 모차르트 역시 영원한 젊음을 얻은 불멸의 존재가 되어 또다시 오늘 기적이 일어났도다!

평: 성용원 (작곡가, 월간 리뷰 상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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