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의 깊이와 익사이팅(Exciting)_월드유니온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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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이팅을 선사한 월드유니온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의 영화음악!”

영화음악 연주가 이렇게 익사이팅(exciting) 할 줄 미처 몰랐다.

지난 5월 18일과 19일 양일간에 걸쳐 예술의 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존 윌리엄스 Star Wars 영화음악 연주를 펼친 빈 베를린 뉴욕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맴버 연합 월드유니온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World Union Orchestra Super Classic) 얘기다.

사실 일반 관객들이 영화음악을 접하게 되는 계기는 명화 시그널 음악으로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1960년 제작되어 66년 개봉된 폴 뉴면 주연의 영화 ‘영광의 탈출’ ost에 수록된 테마곡 exodus는 MBC 주말의 명화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며 인지도를 높였고 현재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대표적 멜로디로 꼽힌다.

영화음악 연주는 정통 클래식에서 비껴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월드유니온오케스트라의 월드 클래스급 수준 높은 사운드와 최고의 연주력에 의한 영화음악의 감동과 아름다움을 관객들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음악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도 충분히 쓰였다고 본다.

필자는 18일과 19일 저녁 이틀간 예술의 전당과 롯데콘서트를 오가며 두 곳의 공연장에서 펼쳐진 월드유니온오케스트라의 슈퍼클래식을 이틀 연속 현장에서 함께 했는데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연주가 훨씬 익사이팅하고 완성도가 높아 영화음악 연주도 충분히 심취(心醉)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5월 23, 24일과 5월 25일 올림픽 체조경기장과 경기아트센터에서의 월드유니온오케스트라의 슈퍼클래식은 어떻게 전개되었을지도 자못 궁금해진다.

특히 지휘를 맡은 로렌츠 아이히너의 롯데콘서트홀 연주는 마치 춤추는 듯했고 영화음악의 세계적인 거장, 존 윌리엄스의 주옥같은 16곡의 오리지널 오케스트라 스코어로 접할 수 있었던 것은 클래식 교향악 연주 등에서 맛보던 클래식 음악과는 다른 연주체험이어서 색다른 영화음악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시간들이 됐다.

클래식 선율을 들려주듯 영화음악의 깊이 전해준 마법의 매력!”

첫날 공연에서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멤버 연합 슈퍼콘서트는 단일 앙상블로서 오랜 손발을 맞춰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련된 앙상블을 들려주지는 못했다. 이것이 이튿날 공연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치 클래식 선율을 들려주듯 영화음악의 깊이를 들려주는 마법 같은 연주를 존 윌리엄스 스타워즈 테마로 월드유니온오케스트라는 구사했다.

여기에는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오페라 전문지휘자 로렌츠 아이히너(Lorenz C. Aichner)의 지휘봉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마술피리, 라보엠, 라 왈리, 일 트로바토레, 웨스트사이드스토리등 수많은 오페라 공연을 이끌어온 오스트리아 잘추부르크 태생의 로렌츠 아이히너는 폭스오퍼 빈, 빈 콘퀸스틀러 오케스트라, ORF오케스트라, 가르트너플라츠 국립극장에서 오랫동안 지휘했을 뿐만 아니라 2023년 대구 오페라하우스 ‘살로메’와 2019년 한-오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으며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1부의 테마음악 연주와 2부의 시그너처 뮤직들로 구성된 연주의 조합은 영화음악 연주를 처음 본격적으로 접하는 관객에게도 ‘영화음악 연주가 이렇게 익사이팅하고 깊이가 있을 수 있구나’ 하는 감을 갖게 했다. 실제로 1부 ‘해리포터’. ‘E.T’, ‘슈퍼맨’, ‘쥬라기 공원’, ‘죠스’, ‘인디아나 존스’, ‘쉰들러리스트’ 등의 테마음악 연주는 영화음악적 요소를 풍부히 선명하게 보여줄 만한 영화음악 연주였고 2부 1977년 작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부터 총 9편의 존 윌리엄스 스타워즈 시리즈(1977-2019)를 대표하는 시그너처 뮤직들로 구성한 것은 국내 오케스트라들이 전개해온 영화음악의 밤과 궤를 달리하는 영화음악 연주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해야겠다.

필자에게 인상적인 연주곡들 중심으로 살펴보자면 첫 연주곡 ‘올림픽 팡파레와 테마’ 연주는 올림픽을 위한 일종의 전주곡으로서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많은 올림픽 팡파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초반부터 인상 깊은 선율을 선사한 시발점이었다.

Hedwig’s Theme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는 마법을 일으키는 듯한 현악군의 현란한 멜로디, 다양한 캐릭터와 상황을 상징하는 듯한 여러 주제선율들이 모여져 뇌리에 박히는 선율들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Superman Match는 초인으로서의 영웅적인 힘과 주인공으로서의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었고 Raiders March ‘Indiana Jones & the Raiders of the Lost Ark’는 힘찬 팡파르가 울려 퍼지며 존스의 당당한 발걸음을 제시하고 이후 고난을 이겨내고 승리를 차지한다는 해피엔딩적인 밝은 기운이 행진곡 리듬 위에 자유롭게 발산했다.

국내서도 다양한 오케스트라 구성의 영화음악들 제작, 상영되어야 할 당위와 필요!”

연주 내내 관객의 눈에는 악장 미쉘 김의 리드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한국 출생의 뉴욕 필하모닉 부악장 미쉘 김은 2001년 뉴욕 필하모닉 입단 이후 뉴욕 필하모닉,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뉴저지 심포니, 퍼시픽 심포니를 비롯해 여러 정상급 오케스트라에서 솔리스트로 활발히 활동했고 Santa Fe Chamber Music Festival, La Jolla Chamber Music Festival, Strings in the Mountain, Bravo 등 다양한 페스티벌에서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미쉘 김 ConcertMaster를 포함하여 세계 속에 K-클래식을 이끌어온 4명의 한국인 아티스트가 본 공연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는데 비올리스트 박경민은 13살 때 오스트리아에 유학하여 국내외 다수 콩쿠르에 입상,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2018년부터 베를린 필하모닉의 비올라 정식단원으로 활약 중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최한나는 2014년부터 뉴욕 필하모닉에 입단, 10년 동안 현역단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고 첼리스트 패트릭 지(Patrick Jee) 역시 많은 국제콩쿠르에서 대상과 최고상을 수상하며 열정적인 첼리스트로서 2013년부터 뉴욕 필하모닉 단원활동과 뉴욕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후반부 연주곡들 중에서 Main Title ‘Star Wars 4: A New Hope’는 우주를 향한 힘찬 도약과 승리를 향한 확고한 신념을 약속하는 듯한 행진곡 멜로디가 주는 매력을 한껏 느껴볼 수 있었고 Duel of the fates ‘Star Wars I: The Phantom Menace’는 원시적인 힘과 강력한 리듬을 수반한 오케스트라 사운드 위에 악마적인 듯 위협적인 전주시립합창단의 합창이 강력한 포스를 자아내는 음악이었다.

이번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멤버연합 슈퍼콘서트를 접하면서 느끼는 것은 국내에서도 다양한 오케스트라 구성의 영화음악들이 제작, 상영되어야 하겠다는 시급한 당위성과 필요성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는 영화음악이 새로운 레퍼토리와 대중성의 확장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21세기 문화산업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뷰는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영화산업이 발전했던 미국에서는 영화음악의 가장 중요한 구성이 오케스트라였으며 이러한 문화토양을 바탕으로 미국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창작 영화음악에서 오케스트라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한 만큼 그 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적 특징과 예술적 완성도가 영화음악에 담기는 것은 경제적 수준과 음악적 수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드유니온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공연에 앞서 월드유니온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에서 연주하기도 한 ‘필하모닉 스트링 콰르텟 베를린’이 5월 17일 금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IBK챔버홀에서 들려준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와 멘델스존 현악 4중주 6번 등의 연주도 슈퍼클래식의 예열을 올리는 연주회로써 관심을 모았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일시 : 5월18일(토) 오후 5시
장소 :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