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필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최적의 예술 장르가 될까 (제4회 서울국제댄스페스티벌 인 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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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필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최적의 예술 장르가 될까

제4회 서울 국제 댄스페스티벌 인 탱크 온라인 공연

7월 6일(화)~11일(일) 오후 5시~ 8시 문화비축기지 / SIDFIT  홈페이지, 유튜브 상시관람

팬데믹이 몰고 온 혼돈과 위기 속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예술 장르가 있다. 바로 ‘댄스 필름’이다. 댄스 필름은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본래의 춤과, 공간 이동이 가능한 카메라가 협업해서 만들어낸 새로운 예술 장르이자 영상 콘텐츠다.

춤과 영화의 결합

사실 춤과 영화의 결합은 이미 여러 상업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블랙 스완’(2010), ‘발레 교습소’(2004), ‘댄서의 순정’(2005) 등 춤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극영화도 넓은 범위의 댄스 필름 또는 필름 댄스에 속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댄스 필름은 협의의 댄스 필름으로서 ‘춤, 안무적 움직임’에 중심을 두고 촬영·편집·디지털 기술 요소들이 융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댄스 필름은 안무자와 촬영감독 간의 긴밀한 협업이 중요하다. 무대 공연에서 안무자는 조명과 무대 공간, 배경 등을 고려해야만 했다면 댄스 필름에서는 춤 움직임이 카메라 앵글을 통과해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에 대한 면밀한 계획과 섬세한 의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협업 과정이 곧 안무의 전체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댄스 필름이 지닌 또 다른 강점은 공연자와 감상자가 같은 시공간을 공유해야만 가능했던 전통적인 감상 방식에서 벗어나 감상자에게 시공간의 자유가 허락된다는 점이다. 단순히 무대 위 공연을 영상화해 만든 아카이브 영상물은 여기서 말하는 협의의 댄스 필름에 속하지 않음을 유의하길 바란다.

해외에서 댄스 필름은 마야 데런이 ‘카메라를 위한 안무 연구’(1945)라는 실험적 작품을 발표한 이후 1970년대 여러 댄스필름 페스티벌이 생겨나면서 일찍이 발전했다. 국내에서는 1917년 서울무용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최근 팬데믹 상황으로 무대 공연이 어렵게 되자 영상 콘텐츠에 대한 창작과 소비 욕구가 늘어나고 디지털 기술이 더해지면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서울 국제 댄스페스티벌 인 탱크에서 상영되었던 댄스 필름은 그래서 눈여겨볼 만하다. 안무자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카메라 렌즈를 통과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탐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난 자유는 감상자에게만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시공간 경계를 넘나들거나 시공간을 축소, 확장해 제3의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는 댄스 필름은 안무자의 상상력을 발휘하기에 더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댄스 필름에 관한 두 가지 질문

서울 국제 댄스페스티벌 인 탱크에서 상영되었던 댄스 필름 가운데 정은혜의 안무작 ‘가죽가방의 소녀’는 영화적 미장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여성 독립운동가 조화벽 지사가 3.1운동 독립선언서를 가죽가방 안, 버선목 솜 사이에 숨겨 전달하는 과정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다분히 무거운 역사적 소재를 ‘숨김’과 ‘전달’이라는 명확한 키워드로 풀어내어 일반적으로 무용이 지닌 모호함과 추상성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수작이다. 여기서 오브제로 사용된 가죽가방은 그 시대를 암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방 안에 무언가를 숨기고, 가방을 들고 춤추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어디론가 전달될 것을 은유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댄스 필름에는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보여지게 할 것인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감상자의 다양한 해석 방식을 기대하기보다는 안무자의 의도를 세밀하게 제시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 보인다.

어떻게 보여지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무용수의 움직임에 카메라 앵글이 더해지고, 편집기술이 합쳐져서 그 최후의 산물이 나오기까지,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감상자의 시각까지도 계획해야 좋은 창작물이 나올 수 있음을 두 질문을 통해 알게 해준다.

이 작품이 영화적 요소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영상미와 전달력 측면에서 대중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면 김은정의 안무작 ‘Artificial Twelve’는 안무자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변적인 생각도 댄스 필름에서는 수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안무자는 숫자 ‘12’에 집중한다. 1년은 12달, 하루의 절반은 12시간, 12개의 별자리, 몸 반쪽에 12개의 늑골. 숫자 12가 시간과 신체를 관통하고 있음을 깨닫고 12개 늑골의 움직임을 통해 인간의 실존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 안전성, 디지털화, AI, 첨단기술 등이 화두다. 화두가 되는 이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키며 ‘보고 싶은 것을 보게 하는 것이 아닌 보이는 것을 보게 하는’ 댄스 필름은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최적의 예술이 아닐런지.

때마침 ‘아츠 인 탱크’라고 명명된 온라인 공연&교육 플랫폼이 올 12월 오픈되어 댄스 필름 축제를 연다는 소식이 반갑기만 하다.

評 이소연(음악-춤 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강)
사진제공 SIDFIT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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