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탕자, 최고솔 어린이오페라 ‘소리마녀의 비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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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하모니가 중요
오는 2월 26일 용인여성회관 큰어울마당에서 어린이 오페라 소리마녀의 비밀상자(작곡 오이돈, 작가 박나경, 지휘 김택희)가 펼쳐진다. 남들보다 자신이 뛰어난데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생각하고 나디바의 음계에서 뛰쳐나온 소리솔은 과연 어떻게 될까? 소리마녀에 잡혀서 영원한 소리노예가 될까? 아니면 구출대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음계로 귀환할까? 얼마나 궁금한지 모른다.
“그래서 다시 귀환을 하나요?”
모든 출연진들이 상견례하는 날, 느닷없이 뛰어들어 닥치는 대로 물었다. ‘어떻게 되느냐’ 말이다.
“보시면 알 거예요. 스포 뿌리면 재미없잖아요.”
그래도 연출 정찬수, 작가 박나연, 음악감독 김미영, 소리마녀와 최고솔을 맡은 성악가들에게 두루 물었다. 역시 여러 사람에게 물으니 ‘엣다, 모르겠다’ 토설하는 출연진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김미영 음악감독이다.
“다시 돌아와야죠. 그래야 어린이들이 좋아합니다.”
“다행이군요. 그러면 소리마녀의 비밀상자가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음계에서 최고솔처럼 한 음만 뛰쳐나가도 공동체가 망가진다는 의미입니다. 무엇이든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모니죠. 그 대상이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사회, 친구가 될 수도 있고요. 그러기에 서로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박나연 작가도 설명에 덧댄다.
“최고솔은 이미 노래를 잘하는데, 본인이 더 돋보이고 싶은 욕심이 강한 것이랍니다. 화가 나서 나가잖아요. 결국 음계를 이끄는 프리마돈나 소프라노 ‘나디바’가 노래를 부르면서 이빨 빠진 것처럼 최고솔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죠.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으며 모두가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어요. 그게 작가 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이루어가는 세상 만들어야
이 작품은 어린이오페라로 연출된다. 그런데 기존 정통오페라를 작업한 연출이라면 아무래도 무거울 수 있지 않을까?
김미영 음악감독은 이런 점을 고려해 뮤지컬 연출가를 섭외했다. 정찬수는 우선 젊다. 그래서 혹시나 경험이 짧지 않을까 걱정해서 물었다.
“아무래도 경험이 많아야 연출도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젊으면 더 좋죠. 어린이 세대와 더 가깝잖아요.”
“뮤지컬 작업을 많이 한 반면, 오페라는 처음일 텐데, 그 점도 더 유리할까요?”
그러자 그는 유려하게 답한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각자의 매력이 다를 뿐이죠. 뮤지컬은 오페라에서 파생했기 때문에 연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연출에게 중요한 것은 오페라냐 뮤지컬이냐가 아니라 어린이 오페라의 핵심 주제를 잘 파악하는 능력인지 모른다. 사실 정찬수 연출은 대학로의 떠오르는 연출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작품의 사회적인 메시지는 하모니입니다. 요즘은 친구들이 메타버스 놀이터로 갈 정도로 오프라인 놀이터가 사라졌습니다. 실제 일정한 공간에서 서로 만날 일이 없는 외동딸 외아들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교육상 무대라는 공간에서 여러 명의 친구들이 함께 이루어나가는 세상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 무대에서 여러 문제에 부딪히면서 최고솔이 성장해나가는 일종의 성장 스토리죠. 최고솔의 마음이 처음과 끝이 변하면서 모두가 같이 만들어나가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돋보이는 지름길이라는 뜻입니다.”

음계 속에도 사람의 마음 담겨
작품의 모티브가 참 독특하다. 박나경 작가에게 극의 소재와 구성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처음 의뢰받았을 때 어린이 대상 오페라를 하자는 정도만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페라는 결국 노래인데 노래의 음계가 모든 사람의 마음에도 내재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어요. 공동체 사회란 그 음계가 튀어나와 서로 다른 성격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조합이라고 생각했죠. 그것을 풀이하는 과정에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떠올랐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거든요.”
박 작가의 설명이 언뜻 앙드레 지드의 ‘탕자 이야기’가 떠올랐다.
“틀에 박힌 위치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면 자신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모를 때가 있죠. 익숙해지니까요. 그러나 최고솔처럼 세상 밖으로 튀어 나가면 그때야 비로소 자신의 위치를 깨닫게 됩니다. 남아있는 친구들의 화음은 엉망이 되고 최고솔은 솔대로 소리마녀와 같은 어깃장 나는 존재를 만나 잘못된 길에 들어설 수도 있잖아요. ‘탕자 이야기’가 그런 이야기입니다. 집에서 따뜻한 밥만 먹던 귀한 둘째 아들이 집안의 지겨움을 느끼고 바깥세상이 궁금해 뛰쳐나가잖아요. 그러나 거지가 되어 돌아와서야 비로소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알게 되죠.”
“오~ 딱 맞는 이야기네요.”
나디바 정시영의 음계로 등장하는 음계합창단을 지휘할 권성연 합창지휘자는 탕자이야기가 소리마녀 오페라와 일면 비슷한 데가 있다고 인정한다.

소리마녀, 최고솔 노래만큼 연기도 중요
이번 무대에서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소리를 채집하고 자기 소유물로 만들려는 ‘소리마녀’ 박은정은 이 오페라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지난해 꿈의 숲 아트센터에서 공연했을 때의 그 독특한 웃음이 기억납니다.”
“소리마녀는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방황하는 음계 친구들을 유혹해 노예로 만들잖아요?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대에서 한 걸음만으로도 하나의 이야기로 표현할 수 있잖아요. 그런 역을 멋지게 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노래도 중요하지만, 연기도 중요하니까요.”
소리마녀 못지않게 중요한 캐릭터는 최고솔 송난영이다.
“어린이 역할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제가 작년에 봤을 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다 큰 아가씨가 어린이로 분장해 앙탈을 부리는 장면입니다.”
“맞아요.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어린이 역할이 쉽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실제 7살 어린이 같은 마음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평소 안 하던 앙탈을 부리니까 오히려 스트레스도 팍 풀리는 느낌? 그런 게 있었어요.”
이 오페라의 감초는 오비서인 바리톤 최정훈이다. 바보스러울 만큼 프리마돈나 나디바에게 충성하는 그의 모습은 흡사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 ‘나는 이 거리의 만물박사’가 떠오른다.
“맞습니다. 감초 역할이자 이번 출연진의 유일한 남자죠. 비록 나디바는 수발하지만, 아이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십 역할까지 하는 점에서 연기가 쉽지 않습니다.”

착하게 살자 메시지 남겨
이번 오페라는 지난해 열린 공연과는 다른 점들이 있다. 피아노 겸 음악코치 정영하, 그리고 타악기로 연주해줄 피아니스트 서화영(토이피아노 겸 타악기)이 함께하여 풍부한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를 맛드러지게 소화하는 프리마돈나의 노래는 일품이다. 마치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서 흘러나오는 ‘죽음 같은 사랑’(Oh my love)을 연상케 하는 오페라 아리아 ‘언제나 자유롭게’(Sempre libera) 등을 불러 귀를 즐겁게 한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 같기도 해서 많이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소리마녀와 아리아로 대결할 때는 어쩌면 가장 극적인 부분인데 그분도 즐겁게 노래할 것 같아요.”
이번 오페라는 지난해 열린 공연과는 다른 점들이 있다. 이번에는 직접 지휘자 김택희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때문에 소리의 통일성과 화음이 예년에 비해 탁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준비과정은 쉽지 않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코로나 때문에 음계단에 출연하는 어린이 합창단들을 오프에서 연습하지 못하고 줌으로 한 사람씩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소리마녀 박은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출연진이 ‘착하게 살자’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만큼 관객이 문 앞에 줄을 서기를 바라고 있다.

시놉시스
소프라노 가수 나디바는 뛰어난 실력과 아름다운 외모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단점이라면 지나치게 도도하고 까칠한 성격. 하지만 그 곁에서 그림자처럼 따르며 귀찮은 일을 도맡아 하는 오비서 덕분에 별 탈 없이 화려한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나디바와 함께 살아가는 노래의 주역들인 도, 레, 미, 파, 솔, 라, 시 일곱 음계 가운데 솔(최고솔)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다른 음계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에 불만을 느낀다. 어느 날 밤 최고솔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기 혼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꿈꾸며 집을 나간다.
일곱 음계 가운데 하나인 최고솔이 사라지자 나디바는 더 이상 노래를 할 수 없게 되고, 독창회를 앞두고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 때에 벌어진 이 실종사건으로 나디바 집에선 대소동이 벌어진다.
이어 나디바와 오비서, 남은 음계들 모두는 다 같이 최고솔을 찾아 나선다. 한편 나디바의 집을 나온 최고솔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소리에 끌려 소리마녀의 성에 다다른다.
소리마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차지해 가장 강한 마녀가 되려는 야심을 갖고 세상의 아름다운 소리들을 훔쳐와 자기 성안의 상자들에 가둬두는 인물. 그때 제 발로 찾아온 최고솔을 발견, 자기 일을 돕게 만든다.
방방곡곡 최고솔을 찾아다니던 나디바 일행은 여행 끝에 소리마녀의 성에 도착하고 그 안에서 최고솔을 맞닥뜨린다. 소리마녀의 속임수로 음계 친구들을 원망하며 지내던 최고솔은 음계들을 만나자 달려들어 싸움을 걸지만, 모두가 소리마녀의 계략임이 드러나면서 오해가 풀린다.
나디바 일행이 어렵게 찾아낸 최고솔을 데려가려 할 때 소리마녀가 나타나고 나디바와 소리마녀, 둘이 서로 최고솔을 차지하기 위해 노래 대결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나디바와 소리마녀, 둘의 과거 인연이 드러나고 몰랐던 지난 사정을 알게 된 나디바는 소리마녀에게 사과하며 순순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기 목소리를 소리마녀에게 내놓는데….

글 김종섭

일시: 2월 26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장소: 용인여성회관 큰어울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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