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소멸돠어왔기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농촌과 소도시는 점점 비어가고,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들썩였던 골목은 이제 노인들의 발걸음 소리조차 드물다. 평생을 그 땅에서 살아온 정주민들이 떠나지 못한 채 노년을 버티고 있고, 다음 세대를 이어갈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으며, 무엇보다 아이들을 낳고 기를 만한 청년들조차 자취를 감췄다. 일자리는 없고, 문화는 고사했으며, 삶의 활력은 점점 더 메말라 간다.
이 위기는 단지 농업이나 산업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청년 문화예술인들의 절대 다수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은 공연도, 전시도, 창작도, 교육도 멈춘 ‘무덤과 같은’ 땅으로 되어간다. 노인들을 위한 문화 향유도 사실상 단절 상태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실질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새정부가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오차피 사라질 땅 그냥 그렇게 살면 되지 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서울과 수도권만의 나라가 아니다. 모든 지역이 제각기 살아 숨 쉬며, 고르게 피를 돌려야 나라 전체가 건강해진다. 지방이 무너지면 국가의 균형발전도, 문화적 자존감도, 인구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지방 정착형 청년예술인 양성'이라는 전략적 해법이 있어야 한다.
지역 오케스트라와 문화예술단체의 설립, 정착형 일자리 필요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이 제안했던 것과 같이 소규모 지방도시 몇 곳이 연합해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해당 지역에서 순회공연을 하도록 하면 문화 향유의 질을 높이고 동시에 청년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전국을 기준으로 하면 최소 50개의 지역 오케스트라와 수십 개의 앙상블, 예술단체를 조직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이런 조직은 공연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지역축제 참여, 시니어 대상 교육프로그램, 어린이 대상 문화체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예술인들이 '직접 창작하고 공연하며 교육하는' 순환구조를 만들면 예술도 지역 안에서 자생력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충남 서천의 ‘혼 예술단’은 지방에서 문화예술단체가 어떻게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사례다. 서울이나 전주, 익산, 군산 등지에서 음악을 전공한 청년예술인들이 서천군의 지원을 받아 마을 곳곳에서 공연하고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작은 군 단위에서도 충분히 실행 가능한 시스템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모델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력 모델, 실질적 제도 마련이 시급
그렇다면 왜 이런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할까? 핵심은 ‘지자체의 재정 한계’에 있다. 문화기획이나 공연단 운영을 하고 싶어도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지방이 많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 ‘지방 청년예술인 정착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정책이 검토될 수 있다:
정기 공연단체 운영 지원
인구 3만 명 이상인 기초지방자치단체에는 최소 1개의 지역 전문예술단체(오케스트라, 실내악단, 합창단, 전통예술단 등)를 설립, 운영하도록 하고, 해당 단체의 인건비 및 운영비의 50~70% 이상을 중앙 정부가 보조하는 방식이다. 공연단은 지역 주민을 위한 정기 공연 외에도 학교 음악회, 마을 순회공연, 복지시설 방문 연주 등 공공기여 활동을 수행하며, 이러한 활동 실적에 따라 다음 연도 국비지원 비율을 조정하는 성과 연동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지자체 채용 예술인 가산 혜택
문화예술인을 직접 채용하거나, 지역 예술단체의 지속 운영에 필요한 예술인 인력을 장기 고용하는 지자체 혹은 지역문화재단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각종 공모사업 선정 시 가산점을 부여하고, 별도의 문화도시 육성 인센티브도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청년 예술인을 5인 이상 채용한 지자체는 지역문화기반시설(공연장, 연습실, 레지던시 공간 등) 확충을 위한 특별예산 우선 배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정착형 청년예술인 인센티브 제도
청년예술인이 일정 기간 이상 지방에 거주하며 활동할 경우(예: 3년 이상),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게는 월세 보조금, 창작활동비, 건강보험료 및 국민연금 일부 지원, 지방 이주 초기 정착비 등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예술활동 지원을 넘어 삶의 기반을 제공하는 정책으로서 의미가 크다. 또한 이러한 청년예술인이 지역 아동, 노인,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을 일정 횟수 이상 진행할 경우 ‘공공예술기여 점수’를 부여하고, 국공립 단체나 해외 교류 사업에서 우선 선발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지역 순회문화교육 프로그램 운영
각 지역 교육청 및 초·중·고등학교와 연계하여, 청년예술인이 주 1회 이상 예술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법제화해야 한다. 이는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제도화하는 것으로, 지역 청년예술인이 음악, 미술, 무용, 연극, 국악 등 분야에서 교육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특히 지역 출신 청년예술인에게 우선권을 주어, 지역 정체성과 교육 효과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지자체 간 협력 연합제 운영
인접한 2~4개 기초지자체가 연합해 공동 운영본부나 재단을 설립하고, 문화예술인력과 예산을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는 단독으로 공연장, 단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여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연합 지자체 간 공동 재단을 운영하면 중복을 줄이고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동권 문화연합재단', '남부 내륙예술공동체'처럼 권역별 조직을 만들어 예술인 채용, 프로그램 개발, 공동 공연 기획 등을 맡기면 예산 대비 문화파급효과가 훨씬 커질 수 있다.
지방은 무대가 아니라 삶의 터전이 되어야
우리는 흔히 청년예술인들에게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지방에 공연 한 번 와줘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방은 그저 ‘공연무대’로 소비되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술가의 삶의 터전이 지방에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하며, 거기서 아이를 낳고 기르며,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단기 지원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구조 마련이 핵심이다.
예술은 도시를 살리고, 사람을 모이게 하며, 공동체를 되살리는 힘이 있다. 오페라와 발레가 매일 열리는 유럽의 작은 도시들을 보라. 예술이 일상이 된 그들은 도시의 품격을 스스로 지켜내며, 지역 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방은 더 이상 소외된 뒷마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울만이 아니라, 서천과 홍성, 해남과 곡성, 문경과 삼척에도 예술이 자라야 한다. 젊은 예술가들이 터를 잡고 살아갈 수 있다면, 지방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정부가 지금 결단해야 한다. 청년예술가들이 ‘지방 소멸’이 아닌 ‘지방 부활’의 주역이 되도록 말이다. 그들이 있는 곳에 음악이 울리고, 삶이 돌아오고, 공동체가 살아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시작이다.
글 김종섭
지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소멸돠어왔기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농촌과 소도시는 점점 비어가고,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들썩였던 골목은 이제 노인들의 발걸음 소리조차 드물다. 평생을 그 땅에서 살아온 정주민들이 떠나지 못한 채 노년을 버티고 있고, 다음 세대를 이어갈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으며, 무엇보다 아이들을 낳고 기를 만한 청년들조차 자취를 감췄다. 일자리는 없고, 문화는 고사했으며, 삶의 활력은 점점 더 메말라 간다.
이 위기는 단지 농업이나 산업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청년 문화예술인들의 절대 다수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은 공연도, 전시도, 창작도, 교육도 멈춘 ‘무덤과 같은’ 땅으로 되어간다. 노인들을 위한 문화 향유도 사실상 단절 상태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실질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새정부가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오차피 사라질 땅 그냥 그렇게 살면 되지 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서울과 수도권만의 나라가 아니다. 모든 지역이 제각기 살아 숨 쉬며, 고르게 피를 돌려야 나라 전체가 건강해진다. 지방이 무너지면 국가의 균형발전도, 문화적 자존감도, 인구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지방 정착형 청년예술인 양성'이라는 전략적 해법이 있어야 한다.
지역 오케스트라와 문화예술단체의 설립, 정착형 일자리 필요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이 제안했던 것과 같이 소규모 지방도시 몇 곳이 연합해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해당 지역에서 순회공연을 하도록 하면 문화 향유의 질을 높이고 동시에 청년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전국을 기준으로 하면 최소 50개의 지역 오케스트라와 수십 개의 앙상블, 예술단체를 조직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이런 조직은 공연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지역축제 참여, 시니어 대상 교육프로그램, 어린이 대상 문화체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예술인들이 '직접 창작하고 공연하며 교육하는' 순환구조를 만들면 예술도 지역 안에서 자생력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충남 서천의 ‘혼 예술단’은 지방에서 문화예술단체가 어떻게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사례다. 서울이나 전주, 익산, 군산 등지에서 음악을 전공한 청년예술인들이 서천군의 지원을 받아 마을 곳곳에서 공연하고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작은 군 단위에서도 충분히 실행 가능한 시스템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모델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력 모델, 실질적 제도 마련이 시급
그렇다면 왜 이런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할까? 핵심은 ‘지자체의 재정 한계’에 있다. 문화기획이나 공연단 운영을 하고 싶어도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지방이 많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 ‘지방 청년예술인 정착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정책이 검토될 수 있다:
정기 공연단체 운영 지원
인구 3만 명 이상인 기초지방자치단체에는 최소 1개의 지역 전문예술단체(오케스트라, 실내악단, 합창단, 전통예술단 등)를 설립, 운영하도록 하고, 해당 단체의 인건비 및 운영비의 50~70% 이상을 중앙 정부가 보조하는 방식이다. 공연단은 지역 주민을 위한 정기 공연 외에도 학교 음악회, 마을 순회공연, 복지시설 방문 연주 등 공공기여 활동을 수행하며, 이러한 활동 실적에 따라 다음 연도 국비지원 비율을 조정하는 성과 연동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지자체 채용 예술인 가산 혜택
문화예술인을 직접 채용하거나, 지역 예술단체의 지속 운영에 필요한 예술인 인력을 장기 고용하는 지자체 혹은 지역문화재단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각종 공모사업 선정 시 가산점을 부여하고, 별도의 문화도시 육성 인센티브도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청년 예술인을 5인 이상 채용한 지자체는 지역문화기반시설(공연장, 연습실, 레지던시 공간 등) 확충을 위한 특별예산 우선 배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정착형 청년예술인 인센티브 제도
청년예술인이 일정 기간 이상 지방에 거주하며 활동할 경우(예: 3년 이상),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게는 월세 보조금, 창작활동비, 건강보험료 및 국민연금 일부 지원, 지방 이주 초기 정착비 등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예술활동 지원을 넘어 삶의 기반을 제공하는 정책으로서 의미가 크다. 또한 이러한 청년예술인이 지역 아동, 노인,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을 일정 횟수 이상 진행할 경우 ‘공공예술기여 점수’를 부여하고, 국공립 단체나 해외 교류 사업에서 우선 선발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지역 순회문화교육 프로그램 운영
각 지역 교육청 및 초·중·고등학교와 연계하여, 청년예술인이 주 1회 이상 예술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법제화해야 한다. 이는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제도화하는 것으로, 지역 청년예술인이 음악, 미술, 무용, 연극, 국악 등 분야에서 교육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특히 지역 출신 청년예술인에게 우선권을 주어, 지역 정체성과 교육 효과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지자체 간 협력 연합제 운영
인접한 2~4개 기초지자체가 연합해 공동 운영본부나 재단을 설립하고, 문화예술인력과 예산을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는 단독으로 공연장, 단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여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연합 지자체 간 공동 재단을 운영하면 중복을 줄이고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동권 문화연합재단', '남부 내륙예술공동체'처럼 권역별 조직을 만들어 예술인 채용, 프로그램 개발, 공동 공연 기획 등을 맡기면 예산 대비 문화파급효과가 훨씬 커질 수 있다.
지방은 무대가 아니라 삶의 터전이 되어야
우리는 흔히 청년예술인들에게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지방에 공연 한 번 와줘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방은 그저 ‘공연무대’로 소비되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술가의 삶의 터전이 지방에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하며, 거기서 아이를 낳고 기르며,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단기 지원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구조 마련이 핵심이다.
예술은 도시를 살리고, 사람을 모이게 하며, 공동체를 되살리는 힘이 있다. 오페라와 발레가 매일 열리는 유럽의 작은 도시들을 보라. 예술이 일상이 된 그들은 도시의 품격을 스스로 지켜내며, 지역 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방은 더 이상 소외된 뒷마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울만이 아니라, 서천과 홍성, 해남과 곡성, 문경과 삼척에도 예술이 자라야 한다. 젊은 예술가들이 터를 잡고 살아갈 수 있다면, 지방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정부가 지금 결단해야 한다. 청년예술가들이 ‘지방 소멸’이 아닌 ‘지방 부활’의 주역이 되도록 말이다. 그들이 있는 곳에 음악이 울리고, 삶이 돌아오고, 공동체가 살아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시작이다.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