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년여를 앞둔 부산 오페라하우스의 문제점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세계적 오페라하우스로 성장 도약할 준비에 몰입하여야 할 시점에 개관에 따른 불협화음이 불거져 나온 것은 미래 성장의 동력이 될 부산의 상징적 랜드마크로서의 자긍심과 문화적 자존심에 대한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다. 개관 초청작에 대한 예산 논란과 예술감독 연임에 따른 파행적 행보에 대한 불만 등 부산 오페라하우스의 문제점과 거기에 따른 대책 등을 점검해 보기로 한다.
개관 초청작과 막대한 예산 논란
논란의 핵심은 이탈리아의 라스칼라극장(Teatro alla Scala) 프로모션을 통째로 들여오는 개관 초청 공연에 약 105~115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3일 5회 공연(베르디, 오델로)에 말이다. 8월 24일 부산 시청 대강당에서 진행된 부산형 오페라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시민토론회에서 예술계 및 시민단체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30여 개 시민, 문화단체가 라스칼라 초청 공연 추진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였다.
일회성 해외 초청 공연에 부산시 문화예술 지원 예산의 1년 치가 넘는 금액을 쏟아붓는 것은 지역 문화 생태계 고사라는 비판과 함께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스스로 작품을 제작하고 예술인을 육성하는 제작 전용극장으로 출발하여야 하는데 시작부터 해외 수입 전시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문화의 자존심이 되어야 할 공간이 예술적 비전보다 예산과 정치적 갈등으로 번지는 모습은 지역 문화예술계와 시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현재 부산 오페라 하우스를 둘러싼 핵심 문제와 이를 풀어가기 위한 과제를 정리해 본다.
주요 문제점
개관 초청작과 막대한 예산 논란
• 논란의 핵심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오페라 극장 프로덕션을 통째로 들여오는 개관 초청 공연(오페라, 오텔로)에 100~115억의 혈세가 투입되는 것이 도마에 올랐다.
• 일회성 해외 초청 공연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것은 지역 문화 생태계 고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스스로 작품을 만들고 지역 예술인을 육성하는 제작 전용극장(Puroduction House)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시작부터 해외 수입 전시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예술감독 연임과 부산예술계의 반향
• 세계적 지휘자인 정명훈 예술감독의 연임 및 초청작 추진을 둘러싸고 부산시 행정과 지자체장 시민사회 간의 견해차가 상충하면서 갈등이 표출되었다.
정명훈은 클래식 부산 예술감독과 KBS교향악단과 이탈리아 라스칼라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내정되어 있는데 신생 부산 오페라하우스의 예술감독으로서 그 직무를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우선 사실관계부터 보면 정명훈은 2026~2028년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이며 현 클래식 부산 초대 예술감독, 그리고 2027년부터 라스칼라극장의 음악감독을 맡게 된다. 즉 2027년부터는 실제로 세 조직의 예술적 수장을 겸하게 된다. 정명훈 개인에게는 매우 영예로운 일이지만 한국의 음악계 전체를 놓고 보면 상당히 신중하게 봐야 할 현상이다. 특히 KBS교향악단과 클래식 부산을 동시에 정명훈에게 맡긴 구조에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정명훈의 음악적 능력과 국제적 위상은 대단하다. 파리 바스티유오페라,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니, 산타세칠리아, 서울시향 등에서 음악감독을 맡았고 KBS교향악단과도 1998년 상임 지휘자를 맡은 바 있다. 라 스칼라의 경우 2027년부터 아시아인 최초로 음악감독이란 상징성도 크다. 문제는 왜 정명훈인가? 라는 질문이다.
클래식 부산은 부산의 새로운 음악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조직이다. KBS교향악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적 성격의 교향악단이다. 라스칼라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이 세 곳의 가장 중요한 예술적 의사결정권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는 게 과연 맞는 답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것은 정명훈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조직 설계의 문제라 보여진다. 클래식 부산은 더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산콘서트홀이라는 전용 연주홀이 생겼고 내년이면 부산 오페라하우스라는 세계적 공연장이 문을 여는데 클래식 부산이 부산의 클래식 음악 정책과 공연 생태계를 만들어가는데 과연 문제점은 없을까?
현재 정명훈은 클래식 부산 초대 예술감독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하나가 생긴다. 정명훈이 부산에 얼마나 자주 와서 부산의 음악 생태계를 직접 만들어 갈 것인가? 예술감독이라는 직함과 실제 예술적 리더십은 다르다. 세계적인 음악감독은 이름만으로도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예술감독이 해외 일정 때문에 부산에 충분히 상주하지 못한다면 결국 실무진과 프로그래밍 담당자가 상당 부분 그 직무를 수행해야 된다. 그렇다면 예술감독의 자리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번 논란의 시발점이 된 원인은 예술감독의 비전과 지역 예술계의 요구를 중재할 만한 민관 거버넌스가 제 기능을 못해 리더십 리스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사 지연과 정체성의 혼란이 문제인데 파사드 공법 변경 논란 등으로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었다가 재개되어 개관 일정이 밀린데다 어떤 콘텐츠로 지속 가능한 운영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도 없이 하드웨어 중심으로만 사업이 진행되어온 점도 근본적 원인이다.

대책 및 개선 방향
초청 공연의 공동 제작(Co-Production) 전환
• 단순 수입 형태의 풀 프로덕션 초청에서 벗어나 해외 명문 극장과의 공동 제작 및 기술 이전 방식으로 협상을 하여야 한다.
• 지역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대 기술진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 예산의 상당 부분이 지역 문화 자산으로 환원되도록 해야 한다.
지역 예술계와의 상생 로드맵 수립
• 부산 오페라 하우스의 정체성을 제작 중심 오페라 하우스로 분명히 설정하고 연간 일정 비율 이상을 지역 예술 단체의 자체 제작오페라에 할당하는 제도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 청년 오페라 인재 및 무대 예술 전문가를 키워내는 육성 프로그램을 상설화하여 장기적인 생태계를 다져야 한다.
투명한 거버넌스와 소통 창구 구축
• 개관 준비 과정에서 예산 집행과 기획안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산시, 예술감독, 지역 예술인,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정례 협의체 및 공론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금의 진통이 단순한 싸움질로 끝나지 않고 어떤 오페라하우스를 가질 것인가에 대해 지역사회가 깊이 고민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오페라 극장과 공연장 운영은 지난 20여 년간 시설과 규모 면에서는 크게 발전했지만 운영 전문성과 리더십은 아직 유럽의 대표적인 오페라 극장에 비견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시설 수준
서울의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대구오페라하우스, 부산콘서트홀 등은 음향과 무대 설비 면에서 국제적인 수준에 근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 운영 수준
공연 기획과 해외 공동제작, 관객 개발은 과거보다 향상되었지만 장기 레퍼토리 운영이나 시즌제, 자체 제작, 시스템은 아직 제한적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프로젝트 단위로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이 많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 제작 및 공동제작의 폭을 넓혀 나가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2. 극장장의 전문성
가장 큰 과제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유럽의 주요 오페라 극장은 음악감독, 예술감독, 행정 총감독(극장장)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기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내 공연장은 행정직 출신이나 정치적 임명 또는 임기가 짧은 기관장이 맡는 사례도 적지 않다. 때문에 장기적인 예술 비전이나 정체성을 이어가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이미 뛰어난 성악가와 현대적인 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다음과 같은 요소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① 전문성을 중심으로 한 극장장 선임
② 충분한 임기와 책임 부여
③ 예술성과 경영 능력을 함께 평가하는 제도
④ 국제 협력과 장기 시즌 운영
⑤ 한국 창작 오페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오페라 극장의 수준은 극장장의 안목에서 시작된다.
• 어떤 작품을 선택할 것인가.
• 어떤 연출이 시대 정신을 담고 있는가.
• 어떤 지휘자가 작품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가.
이런 판단력이 극장의 명성을 좌우한다. 가급적이면 음악 전공자이면 좋다.
• 악보를 이해하고
• 오케스트라와 성악의 균형을 판단하며
• 작품의 음악적 완성도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극장장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후원과 공공자원을 확보하며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해야 한다. 해외 오페라 극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공동 제작과 인재 교류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다음과 같은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
• 예술가
• 기술 스테프
• 행정 직원
• 후원자
• 언론
• 관객
• 정부와 지방 자치 단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오페라 제작은 수백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캐스팅 변경, 예산 조정, 제작 방향 설정 등에서 신속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극장장이다. 때문에 운영과 관리 능력 등 공연장의 풍부한 경험과 경륜을 갖춘 극장장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좋은 극장장은 공연만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새로운 관객을 만들고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과 지역사회 연계를 통해 미래 관객을 키우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 지휘자, 성악가, 연출가, 오케스트라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다. 극장의 성공은 한 사람의 명성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역량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이러한 리더십은 한국의 오페라계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
내년에 개관하는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갖추려면 극장장의 인선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극장장이 인선되어야만 소프트웨어가 갖추어지고 극장의 진로가 결정되는 것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해외 오페라극장과의 교류를 코로나19가 물러날 기미가 보이자 그동안 유네스코 창의도시간 교류의 폭을 탄탄한 네트워크 구축으로 힘써왔던 결과를 공연무대 완성도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독일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을 초청할 수 있었고 현지 버전의 명작 오페라인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 전 4부작을 실비의 비용으로 초청하여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 전 4부작(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은 작품의 공연 시간만 총 16시간에 달하는 초대형 대작으로 정통 독일오페라가 한국에 올리는 최초의 작품이다. 독일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의 최신 프로덕션인 오페라를 독일 무대 그대로 한국에 옮겨온 것이다. 주역가수, 합창단, 오케스트라 등 201명 전원이 방한하여 약 2주간 머물면서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 지었다.
이런 것이 행정 총감독(극장장)이 있으므로 해서 가능했던 것이다. 행정 총감독(극장장)은 예술감독과 작품의 선정과 앞으로의 진로를 모색할 수 있고 최종 결정을 내려 작품을 확정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부산오페라하우스도 재단법인으로서의 독립체제를 구축하여 유능한 극장장 체제로 구축되어야 한다.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아우르는 부산시 산하 사업소 성격의 ‘클래식 부산’과 같은 현 체제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빨리 개관하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구축이 마무리 되고 조직이 완성된 이 후 음악계 전체의 여론을 수렴한 후 공론의 장을 거치고 개관 작품을 선정하여 개관하여야 한다. 부산 오페라하우스 개관에 따른 염려스러운 현 사태가 빨리 마무리 되어 부산시민의 자랑으로 우뚝 서길 바란다.
글 정춘식(음악평론가)
개관 1년여를 앞둔 부산 오페라하우스의 문제점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세계적 오페라하우스로 성장 도약할 준비에 몰입하여야 할 시점에 개관에 따른 불협화음이 불거져 나온 것은 미래 성장의 동력이 될 부산의 상징적 랜드마크로서의 자긍심과 문화적 자존심에 대한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다. 개관 초청작에 대한 예산 논란과 예술감독 연임에 따른 파행적 행보에 대한 불만 등 부산 오페라하우스의 문제점과 거기에 따른 대책 등을 점검해 보기로 한다.
개관 초청작과 막대한 예산 논란
논란의 핵심은 이탈리아의 라스칼라극장(Teatro alla Scala) 프로모션을 통째로 들여오는 개관 초청 공연에 약 105~115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3일 5회 공연(베르디, 오델로)에 말이다. 8월 24일 부산 시청 대강당에서 진행된 부산형 오페라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시민토론회에서 예술계 및 시민단체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30여 개 시민, 문화단체가 라스칼라 초청 공연 추진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였다.
일회성 해외 초청 공연에 부산시 문화예술 지원 예산의 1년 치가 넘는 금액을 쏟아붓는 것은 지역 문화 생태계 고사라는 비판과 함께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스스로 작품을 제작하고 예술인을 육성하는 제작 전용극장으로 출발하여야 하는데 시작부터 해외 수입 전시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문화의 자존심이 되어야 할 공간이 예술적 비전보다 예산과 정치적 갈등으로 번지는 모습은 지역 문화예술계와 시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현재 부산 오페라 하우스를 둘러싼 핵심 문제와 이를 풀어가기 위한 과제를 정리해 본다.
주요 문제점
개관 초청작과 막대한 예산 논란
• 논란의 핵심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오페라 극장 프로덕션을 통째로 들여오는 개관 초청 공연(오페라, 오텔로)에 100~115억의 혈세가 투입되는 것이 도마에 올랐다.
• 일회성 해외 초청 공연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것은 지역 문화 생태계 고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스스로 작품을 만들고 지역 예술인을 육성하는 제작 전용극장(Puroduction House)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시작부터 해외 수입 전시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예술감독 연임과 부산예술계의 반향
• 세계적 지휘자인 정명훈 예술감독의 연임 및 초청작 추진을 둘러싸고 부산시 행정과 지자체장 시민사회 간의 견해차가 상충하면서 갈등이 표출되었다.
정명훈은 클래식 부산 예술감독과 KBS교향악단과 이탈리아 라스칼라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내정되어 있는데 신생 부산 오페라하우스의 예술감독으로서 그 직무를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우선 사실관계부터 보면 정명훈은 2026~2028년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이며 현 클래식 부산 초대 예술감독, 그리고 2027년부터 라스칼라극장의 음악감독을 맡게 된다. 즉 2027년부터는 실제로 세 조직의 예술적 수장을 겸하게 된다. 정명훈 개인에게는 매우 영예로운 일이지만 한국의 음악계 전체를 놓고 보면 상당히 신중하게 봐야 할 현상이다. 특히 KBS교향악단과 클래식 부산을 동시에 정명훈에게 맡긴 구조에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정명훈의 음악적 능력과 국제적 위상은 대단하다. 파리 바스티유오페라,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니, 산타세칠리아, 서울시향 등에서 음악감독을 맡았고 KBS교향악단과도 1998년 상임 지휘자를 맡은 바 있다. 라 스칼라의 경우 2027년부터 아시아인 최초로 음악감독이란 상징성도 크다. 문제는 왜 정명훈인가? 라는 질문이다.
클래식 부산은 부산의 새로운 음악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조직이다. KBS교향악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적 성격의 교향악단이다. 라스칼라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이 세 곳의 가장 중요한 예술적 의사결정권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는 게 과연 맞는 답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것은 정명훈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조직 설계의 문제라 보여진다. 클래식 부산은 더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산콘서트홀이라는 전용 연주홀이 생겼고 내년이면 부산 오페라하우스라는 세계적 공연장이 문을 여는데 클래식 부산이 부산의 클래식 음악 정책과 공연 생태계를 만들어가는데 과연 문제점은 없을까?
현재 정명훈은 클래식 부산 초대 예술감독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하나가 생긴다. 정명훈이 부산에 얼마나 자주 와서 부산의 음악 생태계를 직접 만들어 갈 것인가? 예술감독이라는 직함과 실제 예술적 리더십은 다르다. 세계적인 음악감독은 이름만으로도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예술감독이 해외 일정 때문에 부산에 충분히 상주하지 못한다면 결국 실무진과 프로그래밍 담당자가 상당 부분 그 직무를 수행해야 된다. 그렇다면 예술감독의 자리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번 논란의 시발점이 된 원인은 예술감독의 비전과 지역 예술계의 요구를 중재할 만한 민관 거버넌스가 제 기능을 못해 리더십 리스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사 지연과 정체성의 혼란이 문제인데 파사드 공법 변경 논란 등으로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었다가 재개되어 개관 일정이 밀린데다 어떤 콘텐츠로 지속 가능한 운영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도 없이 하드웨어 중심으로만 사업이 진행되어온 점도 근본적 원인이다.
대책 및 개선 방향
초청 공연의 공동 제작(Co-Production) 전환
• 단순 수입 형태의 풀 프로덕션 초청에서 벗어나 해외 명문 극장과의 공동 제작 및 기술 이전 방식으로 협상을 하여야 한다.
• 지역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대 기술진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 예산의 상당 부분이 지역 문화 자산으로 환원되도록 해야 한다.
지역 예술계와의 상생 로드맵 수립
• 부산 오페라 하우스의 정체성을 제작 중심 오페라 하우스로 분명히 설정하고 연간 일정 비율 이상을 지역 예술 단체의 자체 제작오페라에 할당하는 제도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 청년 오페라 인재 및 무대 예술 전문가를 키워내는 육성 프로그램을 상설화하여 장기적인 생태계를 다져야 한다.
투명한 거버넌스와 소통 창구 구축
• 개관 준비 과정에서 예산 집행과 기획안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산시, 예술감독, 지역 예술인,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정례 협의체 및 공론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금의 진통이 단순한 싸움질로 끝나지 않고 어떤 오페라하우스를 가질 것인가에 대해 지역사회가 깊이 고민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오페라 극장과 공연장 운영은 지난 20여 년간 시설과 규모 면에서는 크게 발전했지만 운영 전문성과 리더십은 아직 유럽의 대표적인 오페라 극장에 비견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시설 수준
서울의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대구오페라하우스, 부산콘서트홀 등은 음향과 무대 설비 면에서 국제적인 수준에 근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 운영 수준
공연 기획과 해외 공동제작, 관객 개발은 과거보다 향상되었지만 장기 레퍼토리 운영이나 시즌제, 자체 제작, 시스템은 아직 제한적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프로젝트 단위로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이 많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 제작 및 공동제작의 폭을 넓혀 나가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2. 극장장의 전문성
가장 큰 과제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유럽의 주요 오페라 극장은 음악감독, 예술감독, 행정 총감독(극장장)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기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내 공연장은 행정직 출신이나 정치적 임명 또는 임기가 짧은 기관장이 맡는 사례도 적지 않다. 때문에 장기적인 예술 비전이나 정체성을 이어가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이미 뛰어난 성악가와 현대적인 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다음과 같은 요소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① 전문성을 중심으로 한 극장장 선임
② 충분한 임기와 책임 부여
③ 예술성과 경영 능력을 함께 평가하는 제도
④ 국제 협력과 장기 시즌 운영
⑤ 한국 창작 오페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오페라 극장의 수준은 극장장의 안목에서 시작된다.
• 어떤 작품을 선택할 것인가.
• 어떤 연출이 시대 정신을 담고 있는가.
• 어떤 지휘자가 작품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가.
이런 판단력이 극장의 명성을 좌우한다. 가급적이면 음악 전공자이면 좋다.
• 악보를 이해하고
• 오케스트라와 성악의 균형을 판단하며
• 작품의 음악적 완성도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극장장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후원과 공공자원을 확보하며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해야 한다. 해외 오페라 극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공동 제작과 인재 교류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다음과 같은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
• 예술가
• 기술 스테프
• 행정 직원
• 후원자
• 언론
• 관객
• 정부와 지방 자치 단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오페라 제작은 수백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캐스팅 변경, 예산 조정, 제작 방향 설정 등에서 신속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극장장이다. 때문에 운영과 관리 능력 등 공연장의 풍부한 경험과 경륜을 갖춘 극장장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좋은 극장장은 공연만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새로운 관객을 만들고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과 지역사회 연계를 통해 미래 관객을 키우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 지휘자, 성악가, 연출가, 오케스트라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다. 극장의 성공은 한 사람의 명성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역량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이러한 리더십은 한국의 오페라계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
내년에 개관하는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갖추려면 극장장의 인선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극장장이 인선되어야만 소프트웨어가 갖추어지고 극장의 진로가 결정되는 것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해외 오페라극장과의 교류를 코로나19가 물러날 기미가 보이자 그동안 유네스코 창의도시간 교류의 폭을 탄탄한 네트워크 구축으로 힘써왔던 결과를 공연무대 완성도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독일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을 초청할 수 있었고 현지 버전의 명작 오페라인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 전 4부작을 실비의 비용으로 초청하여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 전 4부작(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은 작품의 공연 시간만 총 16시간에 달하는 초대형 대작으로 정통 독일오페라가 한국에 올리는 최초의 작품이다. 독일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의 최신 프로덕션인 오페라를 독일 무대 그대로 한국에 옮겨온 것이다. 주역가수, 합창단, 오케스트라 등 201명 전원이 방한하여 약 2주간 머물면서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 지었다.
이런 것이 행정 총감독(극장장)이 있으므로 해서 가능했던 것이다. 행정 총감독(극장장)은 예술감독과 작품의 선정과 앞으로의 진로를 모색할 수 있고 최종 결정을 내려 작품을 확정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부산오페라하우스도 재단법인으로서의 독립체제를 구축하여 유능한 극장장 체제로 구축되어야 한다.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아우르는 부산시 산하 사업소 성격의 ‘클래식 부산’과 같은 현 체제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빨리 개관하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구축이 마무리 되고 조직이 완성된 이 후 음악계 전체의 여론을 수렴한 후 공론의 장을 거치고 개관 작품을 선정하여 개관하여야 한다. 부산 오페라하우스 개관에 따른 염려스러운 현 사태가 빨리 마무리 되어 부산시민의 자랑으로 우뚝 서길 바란다.
글 정춘식(음악평론가)